陶淵明[도연명]의 雜詩[잡시] 12수에 대한 再論
학술논문 : 최웅혁 {외국문학연구 제 28호}에서 인용
도연명의 「잡시」12수는 그 내용이 다양하고 복잡하여 예로부터 연구 자들은 하나의 連作詩로 다루지 않고 둘 또는 셋으로 나누어 註解하였다. 제명에 대하여는 원래 없었거나 혹은 失傳되었던 것을 후인들이 「잡시」로 명명하였다고 주장하거나 창작 당시부터 제명이 「잡시」였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한 창작시기에 대하여도 12수 전체가 동일한 시기의 작품이라는 설과 내용의 異同에 따라 12수 각각의 창작시기가 다르다는 설이 있다. 이 글에서는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잡시」의 제명과 창작시기 나아가 12수 각각의 내용에 대하여 재론하였다.
“잡시”는 시인이 시간이나 사건에 구애되지 아니하고 사물에 대한 감흥을 그대로 토로하며 자신의 속마음을 진솔하게 표현해낸 시라고 정의할 수 있다. 도연명의 「잡시」12수 역시 이 범주에 속한다. 蕭統이「도연명집」을 편찬할 당시에는 50수 가까운 작품들을 “잡시”로 분류하였으나 후인들은 이 많은 잡시들을 그 내용에 따라 여러 연작시로 나누었다. 그 결과 「잡시」12수는 「歸園田居」 「飮酒」 「詠貧士」 「讀山海經」 「擬古」 등과 더불어 그 제명을 얻게 되었다.
「잡시」12수가 어느 한 두 해에 집중적으로 창작된 작품들이라고 보는 기존의 견해는 재고되어야 한다. 제1수에서 제8수까지 덧없이 흘러가버린 세월을 애달파하거나 지난날을 회상하고 있는 8수에다 후손들에게 자신의 희망을 전하고 있는 제12수를 더한 9수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이르는 시기의 여러 해에 걸쳐 창작되었으며, 행역의 고통을 노래한 제9, 10, 11의 3수는 41세(A.D.405년)를 전후한 시기에 창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잡시」12수의 내용을 연구자들은 대체로 2분 혹은 3분하였으나 이는 대략적인 분류라고 할 수 있다. 12수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잡시」12수의 주제는 1. 人生無常의 悲哀, 2. 못 이룬 포부에 대한 悔恨, 3. 빈곤한 삶에 대한 慨歎, 4. 행역의 고통과 鄕愁, 5. 후손에 대한 희망 등 5부류로 세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