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김삿갓] 129

思鄕[사향]

思鄕[사향] 金炳淵[김병연] 고향생각 西行己過十三州[서행기과십삼주] : 서쪽으로 행하여 이미 열개의 고을을 지났건만 此地猶然惜去留[차지유연석거류] : 이 곳에선 오히려 떠나기 아쉬운 듯 머무는구나. 雨雲家鄕入五夜[우운가향입오야] : 집 있는 고향엔 비 구름에 깊은 밤으로 들테고 山河逆旅世千秋[산하열려세천추] : 산과 강 거스르는 나그네 일생 썩 오래됐구나. 莫將悲慨談靑史[막장비개담청사] : 문득 슬퍼 개탄하며 역사의 기록 말하지 말게 須向英豪問白頭[수향영호문백두] : 마침내 영웅 호걸 향하여 흰 머리를 물어보네. 玉館孤燈應送歲[옥관고등응송세] : 옥관의 외로운 등불에 해를 보내며 화답하니 夢中能作故園遊[몽중능작고원유] : 꿈 가운데 능히 고향 언덕 즐겨보려 이른다네. 悲慨[비개] : 슬퍼하고 개탄함. 靑..

한시[김삿갓] 2023.10.09

開城人逐客詩[개성인축객시]

開城人逐客詩[개성인축객시] 金炳淵[김병연] 개성 사람이 나그네를 내쫓다. ​邑號開城何閉門[읍호개성하폐문] : 고을 이름은 성을 여는데 어찌 문을 닫나 山名松嶽豈無薪[산명송악개무신] : 산 이름이 송악인데 어찌 땔나무가 없을까 黃昏逐客非人事[황혼축객비인사] : 황혼에 나그네 쫓는 일이 사람 일 아니니 禮義東方子獨秦[예의동방자독진] : 동방예의지국에서 자네 혼자 되놈이구나.

한시[김삿갓] 2023.10.05

善竹橋[선죽교]

善竹橋[선죽교] 金炳淵[김병연] 선죽교 故國江山立馬愁[고국강산 입마수] : 옛날 고장의 강산에 시름겨워 말을 세워보니 半千王業一空邱[반천왕업 일공구] : 오백 년 왕의 사업이 텅 비어있는 무덤이구나. 煙生廢墻寒鴉夕[연생폐장 한아석] : 연기 이는 무너진 담장 저녁 까마귀 쓸쓸한데 葉落荒臺白雁秋[엽락황대 백안추] : 낙엽 지는 거친 돈대에 가을 기러기 분명하네 石狗年深難轉舌[석구년심 난전설] : 돌로 만든 개는 오래 되어 말을 깨닫기 어렵고 銅臺稚滅但垂頭[동대치멸 단수두] : 구릿대는 오만하게 무너져 다만 고개를 숙였네. 周觀別有傷心處[주관별유 상심처] : 둘러 보려니 유난히 독차지해 마음 상하는 곳은 善竹橋川咽不流[선죽교천 열불류] : 선죽교의 개울물이 흐르지 못하니 목이 메이네.

한시[김삿갓] 2023.09.16

佝僂[구루]

佝僂[구루] 金炳淵[김병연] 곱사등이 人皆平直爾何然 [인개평직이하연] : 사람들은 다 똑바른데 너는 어찌하여 그럴까 項在胸中膝在肩[항재흉중슬재견] : 목은 가슴 가운데 있고 무릎은 어때에 있구나. 回首不能看白日[회수불능간백일] : 고개 돌려도 능히 밝은 해를 바라보지 못하고 倒身僅可見靑天[도신근가견청천] : 몸이 넘어져야 겨우 푸른 하늘 가히 바라보네. 臥如心字無三點[와여심자무삼접] : 누우면 마음 心자에 점 세개가 없는 것 같고 立似弓形失一鉉[입사궁형실일현] : 똑바로 서면 활의 형상에 시위 하나를 잃었네. 慟哭千秋歸去路[통곡천추귀거로] : 썩 오랜 세월 통곡을하며 돌아온 길로 가려면 也應棺槨用團圓[야응관곽용단원] : 응당 관 곽은 둥글고 원만하게 베풀어야겠네.

한시[김삿갓] 2023.09.10

濁酒來期[탁주래기]

濁酒來期[탁주래기] 金炳淵[김병연] 主人呼韻太環銅[주인호운태환동] : 주인이 부르는 운자가 심히 '고리'고 '구리'니 我不以音以鳥熊[아불이음이조웅] : 나는 음을 따르지 않고 '새' '곰'으로 해야겠다. 濁酒一盆速速來[탁주일분속속래] : 막걸리 한 동이로 빠르고 빠르게 위로하지만 今番來期尺四蚣[금번래기척사공] : 이번의 술 '내기'에는 '자네'가 '지네'니 졌구나. 어느 고을에서 김삿갓이 시를 잘 한다는 시객과 막걸리 내기를 하였는데, 시객이 운자로 '구리 銅[동]' '곰 態[웅]'.'지네 蚣[공]'을 부르자 김삿갓이 그 운을 부르는대로 시로써 답을 하여 막걸리를 얻어먹었다고 한다.

한시[김삿갓] 2023.08.17

落葉吟[낙엽음]

落葉吟[낙엽음] 金炳淵[김병연] 지는 잎을 읊다. 蕭蕭瑟瑟又齊齊[소소슬슬우재재] : 바람소리 쓸쓸하고 적막한데 또한 가지런히 섞이며 埋山埋谷或沒溪[매산매곡혹몰계] : 산과 골짜기를 채워 감추고 또 시냇물에 빠지는구나. 如鳥以飛還上下[여조이비환상하] : 새와 같이 따라서 날아가다 다시 올랐다가 내려가며 隨風之自各東西[수풍지자각동서] : 바람 따라서 각기 동쪽과 서쪽으로 스스로 가는구나. 綠其本色黃猶病[녹기본색황유병] : 그 본래의 색은 녹색인데 누런건 오히려 병든것이니 霜是仇綠雨更凄[상시구록우갱처] : 서리는 무릇 초록의 원수이니 비내려 더욱 처량하네. 杜宇爾何情薄物[두우이하정박물] : 두견새야 너는 어찌하여 야박하게 헤아리는 정으로 一生何爲落花啼[일생가위락화제] : 한 평생을 떨어지는 꽃들 만을 위하여 ..

한시[김삿갓] 2022.10.04

浮石寺[부석사]

浮石寺[부석사] 金笠 金炳淵[김립 김병연] ​부석사 平生未暇踏名區[평생미가답명구] : 평생 아직 틈이 없어 이름난 경계 못 왔더니 白首今登安養樓[백수금등안양루] : 흰 머리가 된 오늘에서야 안양루에 올랐구나. 江山似畵東南列[강산사화동남열] : 그림과 같은 강과 산들이 동남으로 벌려있고 天地如萍日夜浮[천지여평일야부] : 이 세상은 부평초 같아 밤과 낮으로 떠 있구나. 風塵萬事忽忽馬[풍진만사홀홀마] : 바람과 티끌에 모든 일이 갑작스런 말과 같고 宇宙一身泛泛鳧[우주일신범범부] : 우주간에 내 한 몸이 오리마냥 둥둥 떠있구나. 百年幾得看勝景[백년기득간승경] : 백년동안 몇 번 깨달아 뛰어난 경치 구경할까 歲月無情老丈夫[세월무정노장부] : 세월은 정도 없으니 장성한 사내는 늙어 있네. 浮石寺[부석사] : 경상북..

한시[김삿갓] 2022.08.20

煙竹[연죽]

煙竹[연죽] 金炳淵[김병연] 담뱃대 圓頭曲項又長身[원두곡정우장신] : 둥근 머리와 굽은 목에 또한 몸은 길어서 銀飾銅裝價不貧[은식동장가불빈] : 은 장식에 동으로 꾸며 값은 천하지 않네. 時吸靑煙能作霧[시흡청연능작무] : 푸른 연기 늘 빨아서 능히 안개를 이루고 每焚香草暗消春[매분향초암소춘] : 향초를 매양 불태워 은밀히 봄을 삭이네. 寒燈旅館千愁伴[한등여관천수반] : 여관의 쓸쓸한 등잔에 많은 근심 짝하여 細雨江亭一味新[세우강정일미신] : 강가 정자 가랑비에 잠시 새로이 맛보네. 斑竹年年爲爾折[반죽년년위이절] : 해 마다 너를 위하여 얼룩진 대를 자르니 也應堯女泣湘濱[야읍요녀읍상빈] : 응당 요임금 여인 상강 물가에서 울리라. 斑竹[반죽] : 담뱃대는 특히 반점이 박힌 대나무로 만든 것이라야 제격이라,..

한시[김삿갓] 2021.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