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

閑居[한거]

돌지둥[宋錫周] 2021. 5. 28. 12:27

閑居[한거]   司馬光[사마광]

한가히 살며

 

故人通貴絶相過[고인통귀절상과] : 옛 친구들 귀인과 사귀느라 서로 왕래가 끊기니

門外眞堪置雀羅[문외진감치작라] : 문 밖에는 참으로 참새 그물을 쳐 두고서 즐기네.

我已幽慵僮更懶[아이유용동경라] : 나는 이미 나태한 마음인데 하인은 더욱 게을러 

雨來春草一番多[우래춘초일번다] : 봄 초원에 비가 내리니 모두 아름답게 번성하네.

 

뻔질나게 드나들던 친구들 발길을 끊으니

문 밖에는 참새 그물을 놓을만큼 한산하다.

손 접대할 일이 없으니 하인마저 한가하고

봄 비 내리니 집 안팍이 잡초로 뒤덥히네.

 

작가 사마광은 정치 개혁을 둘러싸고

왕안석을 중심으로 한 신법파와

첨예한 갈등을 빚었고 그 와중에

격심한 관직의 부침을 겪었지요.

그가 15년간 낙양에 은거하며 資治通鑑[자치통감] 집필에

몰두 할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정치적 좌절이 안긴

이러한 한가함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참새 그물을 뜻하는 門前羅雀[문전라작]이란 말은

司馬遷[사마천]의 史記列傳[사기열전]

翟公[적공]의 말에서 유래하지요.

적공은 자신이 관직에 있을 때는

손님이 집 안을 가득 메우더니

관직에서 물러나자 문 밖에

참새 그물을 놓아도 될 지경이라고

개탄하면서 대문에다 써붙혔답니다.

 

동아일보 이준식의 한시 한 수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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