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換題參科[환제참과]

돌지둥[宋錫周] 2024. 6. 16. 21:48

換題參科[환제참과] 

제목을 바꾸어 과거에 참가하다.

 

海南儒生尹敏[해남유생윤민]

嘗赴擧[상부거]

泰仁郡多士[태인군다사]

聞考官用私[문고관용사]

咸請改題[함청개제]

[초]以見龍在田[이현룡재전]

爲賦題[위부제]

改以集戟烏[개이집극오]

尹敏[윤민]善於賦[선어부]

自負必中[자부필중]

而素多怯[이소다겁]

未曉其改題[미효기개제]

作初題之見龍在田賦

[작초제지현룡재전]

 

해남 유생에 윤민이란 사람이

일찍이 과거에 나아갔는데

태인군의 많은 선비들이

시험관이 사사로이

봐준다는 말을 듣고

모두 제목을 고쳐주기를 청하니

처음에 見龍在田[현용재전]

글 짓는 제목을 삼았다가

以集戟烏[이집극오]로 고쳤는지라

윤민이 글 짓기를 잘하여

스스로 반드시 합격하리라

자부 하였으나 평소에 겁이 많아

그 제목 바꿀 것을 알지 못하고

처음의 見龍在田[현룡재전]이란

제목으로 글을 지었는데 

 

見龍在田[현룡재전] :

利見大人[이견대인]의 뜻,

나타난 용이 밭에 있어

대인이 봄을 이롭다 함.

見 : 나타날 현.

 

 

同接[기동접]

皆作詩者也[개작시자야]

雖同坐[수동좌]不相問[불상간]

及書試紙過半[급서식지과반]

適一[적일]擧子[거자]

過而見之曰[과이견지왈] :

"今日賦題[금일부제]

集戟烏也[집극오야]此友[차우]

何作見龍在田也[하자현룡재전야]"

 

그 친구들이 모두

시를 짓는 사람들이라

비록 한 자리에 앉았으나

서로 묻지 아니하니

시험지를 반 이상 쓰기에 이르러

마침 과거보러 온 선비 한 사람이

지나다가 보고 말하기를

"오늘의 글 제목은

以集戟烏[이집극오]인데

이 친구는 어찌

見龍在田[현룡재전]이라

지었소?하니,

 

 

敏曰[민왈] :

"見龍在田[현룡재전]

試官所出之題[내시관소출지제]

君莫誣也[군막무야]."

擧子大笑曰[거자대소왈] :

"子誤矣[자오의].
見龍在田初題[현룡재전초제]

而改以集戟烏故[이개이집극오고]

滿場多士[만장다사]

依集戟烏[의집극오]

子實不知也[자실부지야]."

 

민이 말하기를

"見龍在田[형용재전]

시험관이 낸 제목이니

그대는 속이지 말라."하니

과거보러 온 선비가

크게 웃으며 말하기를

"그대는 틀렸도다. 

'현룡재전'은 처음 제목이고

以集戟烏[이집극오]  고쳤으니

만장의 많은 선비가 다

'이집극오'에 따라 글을 지었는데

그대만 실로 모르는구려."하니

 

 

敏猶不信[민유불신]

問於[문어]隣接曰[인접왈] :

"諸公之所製[제공지소제]

何賦耶[하부야]?"

答曰[답왈] :

"場屋臨罷[장옥임파]

始問題[시문제]何也[하야]?"

敏曰[민왈] ;
"我作見龍在田[아작현룡재전]."

有人言曰[유인언왈];

"今日題[금일제]

乃以集戟烏也[내이집극오야]."

 

민이 오히려 믿어지지 않아서

이웃 친구에게 묻기를

"여러분이 지은 것은

어떤 글이요?"하니

대답하기를

"과거 시험장이 끝나게 되었는데

비로소 제목을 어찌 묻는 거요?"

하니, 민이 말하기를

"나는 '현룡재전'으로 지었소."

한데,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오늘의 글 제목이

'이집극오'라 해서요."하니,

 

 

隣接拍掌曰[인접박장왈]:

"見龍在田[현룡재전]

作得幾句乎[작득기구호]?" 

曰[왈]:

"書試紙過半矣[서식지과반의]." 

隣接曰[인접왈]:

書未畢而覺之[서미필이각지] 

亦幸矣[역행의]."

敏始大驚曰[민시대경왈]:

業已書半[업이서반]

今不可書改故[금불가서개고]."

 

옆에 있는 친구가

손뼉을 치며 말하기를

'현룡재전'이란 제목으로

시를 몇 구절이나 지었소?"하니

말하기를

"시험지의 절반이나 지었소."

옆에 있는 친구가 말하기를

"글을 다 쓰기 전에
깨달은 것이 다행이로다
."하니

민이 비로소 크게 놀라 말하기를

"이미 글을 반이나 썼는데

이제 다시 고쳐 쓸 수
없기 때문이요
."하고,

 

 

卽[즉]刮去其題[괄거기제]

而書以集戟烏[이서이집극오]

文則見龍在田也[문즉현룡재전야]

左右觀者絶倒曰[좌우관자절도왈]:

"子無患文與題之各異.

[자무환문여제지명리]'

須要待榜[수요대방]敏曰[민왈]:

何謂也[하위야]?"

 

곧 그 제목만 떼어버리고

以集戟烏[이집극오]라 쓰니

글은 見龍在田[현룡재전]이라

좌우에서 보는 사람들이

배를 잡고 웃으면서 말하기

"그대는 글과 제목이

각각 다른 것을

걱정하지 않는구려."하고

모름지기 방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하니

민이 말하기를

"무슨 말입니까?"하니,

 

 

曰[왈];

"試官三也而[시관삼야이]

一則用私[일즉용사]

見䀭於多士[견해어다사]

奪氣縮頭[탈기축두]

一則僅以實學[일즉근이실학]

俛俸登科[면봉등과]

年紀[년기]已耗[이모]

一則素不解文字[일즉소불해문자]

雖畵雞[수화계]尙可叅[상가참]

況龍與烏[황룡여오]

渠安得分耶[거안득분야]?

 子之換書其題[자지환서기재]

得矣得矣[득의득의]." 

及其榜出[급기방출]

尹敏果叅[윤민과참].

 

말하기를

"시험을 관리하는 관원이 셋인데

그 하나는 사사로이 대함이

여러 선비들을 당황하게 하여

기운을 빼앗고

머리를 움츠리게 하고

또 하나는 겨우 실학으로

과거에 올라 봉급이나 받으며

나이가, 이미 많아졌고

또 하나는 본시부터

문자를 알지 못하여

비록 닭을 그리더라도

오히려 참여할 수 있으니,

하물며 용과 까마귀를

그가 어찌 분간할 수 있겠는가? 

그대가 제목을 바꾸어 썼더라도

잘된 것이다."하였다. 

드디어 방이 나붙음에

윤민이 과연 합격이 되었다.

 

 

野史氏曰[야사씨왈]:

"近來考官能文者[근래고관능문자] 

尙患[상환]遺珠[유주]

況不能文者乎[황불능문자호]. 

唯其不解龍烏之辨者多故

유기불해룡오지변자다고]

黃鍾毁棄而瓦釜雷鳴

[황종훼기이와부뢰명]

珷玞珍藏而[무부진장이]

璞玉見賤[박옥견천]

良可慨也[양가개야]

噫[희]! 

世之幸而捷科者[세지행이첩과자] 

豈但一尹敏也哉[기단일윤민야재].

 

야사씨가 말하기를

"근래 시험을 담당한 관리가

글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오히려 잘 된 글을

모르고 넘기는 일을 근심하는데

하물며 글을 잘하지 못하는 자야

말할 것도 없다. 

오직 용과 까마귀를

분별하지 못하는 관리가

많기 때문에

황금 종을 부셔버리고

기와 가마가 우레 같이 울리며

가짜 옥을 보배인양 저장하고

진짜 옥을 천하게 보니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 

슬프도다! 

세상에 요행히

과거에 합격하는 자가

어찌 윤민 하나 뿐이겠는가.

 

 

野史氏[야사씨]; 正史[정사]가 아닌

  野史[야사]를 쓰는 민간역사학자.

考官[고관]; 시험을 담당한 관리.

遺珠[유주]; 알려지지 아니한

  걸작의 詩文[시문].

瓦釜雷鳴[와부뢰명] : 기와 가마가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내면서 끓는다,

  별로 아는 것도 없는 사람이

  張[과장]을 해서 말하는 것. 돌삐

珷玞[무부]; 붉은 바탕에

  흰 무늬가 있는 옥 비슷한 돌.

璞玉[박옥]; 쪼거나 갈지 아니한 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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