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羞妓賦詩[수기부시]

돌지둥[宋錫周] 2024. 6. 1. 11:18

羞妓賦詩[수기부시]

기생이 부끄러워 시를 짓다.

 

嶺南人姓呂[영남인성려]

明經科[득명경과]

爲湖西亞使一日[위호서아사일일]

携諸妓船遊次至[휴제기선유차지]

白馬江中流[백마강중류]

顧謂諸妓曰[원위제기왈] :

"美哉[미호]! 山河[산하]! 

此眞[차진]東國之[동국지]

勝地而岩稱落花[승지이암칭락화]

何也[하야]?"

 

영남 사는 여씨가 명경과를 얻어

호서 아사가 되었는데 하루는

여려 기생을 이끌고 뱃놀이 하러

백마강 중류에 이르러

여러 기생을 돌아보고 말하기를

"아름답도다! 산과 강이여! 

이것이 참으로

우리나라의 경치 좋은 곳인데

바위를 가리켜 낙화라 함은

무엇 때문인가?"하니,

 

明經科[명경과] :  시험방식이

 句讀[구독]과 訓釋[훈석]

 암기하는 방식이 되어,

 단순히 경전 구절의 정확한

 암기여부를 시험하는 걸로 바뀜.

 문과에 비해

 급이 낮은 것으로 취급 받았음.

 

 

一妓對曰[일기대왈]:

"小的曾聞[소적증문]

百濟義慈王[백제의자왕]

日與宮女遊衍[일여궁여유연]

及唐兵進圍[급당병진위]

宮女皆奔迸登[궁여개분병등]

此岩墮水而死故[차암타수이사고]

遂號落花岩[수호락화암]

亞使豈不知耶[아사기불지야]."

 

한 기생이 말하기를

"소인이 일찍이 듣기로

백제 의자왕이 날마다

궁녀와 함께 노니는데

당나라 군대에 둘러싸이자

궁녀가 모두 이 바위에

다투어 올라 물에 떨어져

죽었기 때문에

낙화암이라 했다 합니다. 

그런데 아사께서

어찌 모르리이까."하니,

 

 

呂曰[여왈]

四書三經[사서삼경]

吾所慣誦[오소관송]

史略通鑑[사략통감]

亦皆[역개]涉獵[섭렵]

而至於東史[이지어동사]

未之詳看[미지상간]

妓曰[이왈] : 

"曾見遊此別星[증견유차별성]

無不感古賦詩[무불감고부시]

今日席上[금일적상]

獨無一詩乎[독무일시호]."

 

여씨가 말하기를

"사서삼경을

내가 꿰뚫어 외우며

사략통감을

또한 다 섭렵하였으나

우리나라 역사에 이르러서는

자세히 보지 못하였느니라."하니 

기생이 말하기를

일찌기 별성(사또)

노시는 것을 보았는데

옛일에 대해 느낀 것을

시로 지은 것이 없지 않았으니

오늘 이 자리에서 어찌
시 한수 없을 수 있겠습니까
."하니,

 

四書三經[사서삼경] : 유교의 경전

史略通鑑[사략통감] : 중국 역사서.

涉獵[섭렵] : 물을 건너
  찾아다닌다는 뜻으로
 여러 가지 책을 두루 읽을 말함.

 

呂不能賦詩[여불능부시]

惡其取侮於妓[오기취모어기]

半日[반일]㦓髭[연자]

僅成二句[근성이구]

摮節朗咏曰[이오절랑영왈]:

"憶昔曾遊地[억석증유지]

淫佚國雖亡[음일국난망] 

江山如此好[강산여차호]

無罪義慈王[무죄의자왕]." 

盖其詩意[개기시의]

 

여씨는 시를 지을 수 없는지라

기생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기 싫어서

반나절이나 끙끙거리다가

겨우 두 구절의 시를 완성하여

박자를 치면서 읊기를

"옛님이 놀던 곳 돌이켜 보니

음탕함으로 나라는 비록 망했으나

강산은 이처럼 좋으니

의자왕에게는 죄가 없도다."

라고 하였는데, 

대개 그 시의 의미는

 

㦓髭[연자] : 끙끙거림.

摮節[오절] : 박자를 치다.

淫佚[음일] : 음탕함.

 

 

憶昔濟王曾遊之地

[억석제왕증유지지]

則因淫佚而國難破亡

[음인질이이국난파망]

江山之好[강산호지]如此[여차]

義慈王之流連[의자왕지류련] 

固無罪矣[고무죄의]

至今聞者[지금문자]

莫不[막불]捧腹[봉복].

 

옛날에 백제 왕이

일찍이 놀던 곳을 생각해 보니

음탕함 때문에

나라는 비록 망했으나

강산은 이처럼 좋으니

의자왕의 물놀이는

참으로 죄가 없다는 것이라

들은 사람들이

배를 움켜쥐고

웃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野史氏曰[야사씨왈]:

人有才不才[인유재부재]

才而示不才可也[재이시부재가야] 

不才而示才妄也[부재이시재망야] 

亞使羞愧妓言[아사수괴기언]

强其所不能而[강기소불능이]

取笑於士林墨客[취소어사림묵객]

非妄而何[비망이가]!

 

야사씨가 말하기를

"사람에게는 재주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니, 

재주가 있으면서

재주 없는 듯이 보임은 좋으나

재주가 없으면서

재주가 있는 것처럼

나타내는 것을 망령된 일이다. 

아사가

기생의 말을 부끄럽게 여겨

억지로 그 할 수 없는 것으로

사림과 묵객의 비웃음을 받았으니

망령됨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野史氏[야사씨] : 正史[정사] 아닌

 野史[야사]를 쓰는 민간역사학자,

 

 

噫[희]!

明經[명경]被選者[피선자]

乃至於此[내지어차]

則國家取人之效[즉국가취인지효]

果安在哉[과안재재]!

 

슬프도다! 

명경과에 선발된 자가

이에 이와 같으니

국가에서 사람을 취해 쓰는 본이

과연 어디에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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