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輕侮懷慙[경모회참]

돌지둥[宋錫周] 2024. 5. 28. 06:17

輕侮懷慙[경모회참]

경솔하게 업신여기다

부끄러움을 느끼다.

 

韓西平[한서평]浚謙[준겸] 

爲己卯司馬壯元[위기유사마장원] 

有文名,[유문명]

嘗訪洪荷衣[상방홍하의]

東湖讀書堂[적우동호독서당]

荷衣[하의]適寢而[적침이]

學士申光弼獨坐[학사신광필독좌]

西平謁之[평서알지]

 

서평부원군 한준겸이

기묘(1579)년 사마장원이 되어

문장의 이름을 떨쳤는데, 

일찍이 홍하의를 찾아

동호독서당에 나아갔는데

하의가 마침 누워 자고

학사 신광필이 홀로 앉아 있다가

서평 한준겸이 인사드리니,

 

司馬[사마] : 司馬試[사마시],

  생원가 진사를 뽑는 과거.

韓浚謙[한준겸, 1557-1627] :

자는 益之[익지], 호 柳川[유천]

1586년 별시문과 병과로 급제.

洪荷衣[홍하의] : ?

申光弼[신광필,1553-1594] :

자는 隣卿[인경], 호 郊峯[교봉]

1583년(선조 16) 별시 문과에

을과로 급제한 뒤

여러 관직을 거쳐,

1591년 예조좌랑에 올랐으나

시관(試官)으로서

섬세하지 못하여

실수가 많다 하여

파직당하였다.

 

 

曰[신왈]:

"君何爲者也[군하위자야]?" 

曰[평왈]:

"鄕曲武夫[생향곡무부]

名隸禁衛人[명예금위인] 

適尋友過此[적심우과차]

冒尊[모존]唐突[당돌]

不勝[불승]惶恐[황공]." 

申曰[신왈] :

"無傷[무상]姑坐[고좌]."

 

신광필이 말하기를 "그대는

무얼 하는 사람인가?" 하니

서평 한준겸이 말하기를

생은 시골의 무부니

이름이 예금위에 있는 사람으로

마침 벗을 찾아 여길 지나다가

당돌하게 높으신 분을 범하여

황공함이 그지없습니다."하니, 

신이 말하기를

"마음 쓰지 말고

잠시 앉으시오."하며,

 

 

因曰[인왈]:

"景致甚好故[경치심호고]

吾欲作風月矣[오욕작풍월의]

君可能呼韻乎[군가능호운호]?"

西平曰[서평왈]:

"未知風月[미지풍월]

何物而呼韻[하물이호운]

亦那箇事也[역나개사야]."

 

인하여 말하기를

"경치가 아주 좋으니

내가 풍월을 짓고자 하니, 

그대는 운을 부를 수 있겠는가?"

 

서평 한준겸이 말하기를

"풍월을 모르는데

무엇으로 운을 부르며

또한 어찌 운을 부르는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하니,

 

풍월[風月]; 淸風[청풍] 明月[명월], 

바람과 달에 부쳐 시가를 지음,

 

 

曰[신왈]:

觸物起興[촉물기흥]

描寫風月曰風月[묘사풍월일풍월]

呼音響相同之字[호음향상동지자]

使人押於句末曰[사인압어구말왈]

呼韻也[호운야]."

西平曰[사평왈] :

"早失學業[조실학업]

惟事操弓[유사조궁]

何以識字[하이식자]."

 

신이 말하기를

"사물에 부딪쳐 흥이 일고

풍경을 묘사 함을 풍월이라 하니

음향이 서로 같은 글자를 불러서

사람이 글귀 끝에 압운하는 것이

운을 부르는 것이요."하니

서평이 말하기를

"일찍이 학업을 잃고, 

오직 활쏘기만 익혔으니, 

어찌 문자를 알겠소."하니,

 

 

曰[신왈] :

"第呼所知之字[제호소지자]." 

西平曰[서평왈] :

"生武人也[생무인야]

請以所業[청이소업]呼之[호지]." 

仍曰[잉왈]:

"鄕角弓[향각궁]

黑角弓之弓字[흥각궁지궁자]

可乎[가호]?" 

曰[왈]: "可矣[가의]."

 

신광필이 말하기를

"다만 알고 있는 글자를

불러보시오."하니, 

서평 한준겸이 말하기를

"소생은 무인이니 청컨대

직업에 따라 부르겠습니다."하며

이에 말하기를

"향각궁, 흑각궁의

弓(궁)자가 어떠하오?"하니, 

신이 말하기를, "좋도다."

 

 

卽賦一句曰[즉부일구왈] :

"讀書堂畔月如弓[독서당반월여궁]." 

又曰[우왈]: "更呼之[갱호지]." 

西平曰[서평왈] :

"順風逆風之風字[순풍역풍지풍자] 

可乎[가호]?" 

申曰[신왈] : '奇哉[기재]同韻[동운]."

 

곧 한 구절을 지어 말하기를

"독서당 가의 달이
활과 같도다
."하며, 또 말하기를

"다시 부르시오."하니, 

한 서평이 말하기를

"순퐁 역풍의 풍자도 좋겠소?"하니, 

신이 말하기를

"기특하도다, 잘 어울리는 운이요."

하고는,

 

 

又賦一句曰[우부일구왈] :

"醉脫烏紗倚岸風[취탈오사기안풍]."

又曰[우왈] : "更呼之[갱호지]." 

西平曰[서평왈]:

"邊中貫中之中字[변중관중지중자]

可乎[가호]?" 

曰[신알] :

"奇哉奇哉[기재기재]

三字[삼자]同韻[동운]

君謂不識字[군위불식자]

而適呼一韻則[이적호일운즉]

何其偶合如此[하기우합여차]."

 

다시 한 구절을 지으니

"취하여 검은 비단 옷을 벗고

언덕 바람 바람을 맞는다."하고, 

또 말하기를

"다시 부르시오."하니, 

한 서평이 말하기를

"변중관중의 중자가 어떠시오?"하니

신이 말하기를

"기특하고 기특하도다! 
세 글자의 운이 같으니

그대는 글자를 모른다고 하고서

마침 한 가지 운을 부르니

어찌 그 우연이 합치됨이

이와 같소?"하며,

 

 

足成落句曰[수족성락구왈] :

"十里江山輸一笛[십리강산수일적]

却疑身在畵圖中[각의신재화도중]."

俄而[아이]荷衣[하의]睡覺[수교]

西平曰[위서평왈] :

"君從何來[종군래아]?" 

曰[신왈] :

"韓內禁之呼韻[한내금지호운]

奇哉奇哉[기재기재]!"

 

드디어 마지막 구절로

시를 완성하여 말하기를

"십리 강산애서

피리소리 흘려오니, 

도리어 내 몸이

그림 속에 파묻힌듯 의심되네."

 

머지않아 홍하의가 잠을 깨어

한 서평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어디에서 왔소?"하니

신광필이 말하기를

"한준겸 내금의

운자를 부르는 것이

기특하고 기특하오."하며,

 

 

因道其事[인도기사]

荷衣大笑曰[하의대소왈] :

"子[자]見欺哉[견기재].

此人[차인]

吾妻弟韓浚謙[오처제한준겸] 

卽新榜壯元也[즉신방장원야].

申[신]愕然加敬[악연가경]

愧其[괴기]見瞞[견만].

 

그 일을 말하니

하의가 크게 웃으며 말하기를

"그대는 속임을 당하였소. 

이 사람은 나의 처남인 한준겸이니

이번에 새로 장원급제한 사람이요."

하니, 신이 놀라며 공경을 하며

그에게 속은 것을 부끄러워하였다.

 

 

野史氏曰[야사씨왈] :

"西平假稱武人[서평가칭무인]

申公不悟[이신공무오]

妄加輕侮[망가경모]

及其知也[급기지야]

茫然自失[망연자실]

致敬不暇[치경불가]

韓文公云[한문공] :

'以傲爲[이오위]凶德[흉덕] 

不其宜乎[불기의호].

 

야사씨가 말하기를

한 서평이 거짓 무인이라 했는데

신광필이 깨닫지 못하고

망령되이 업신여기다가

알고 나서는 망연자실하여 

공경을 다하니, 

한문공(한유)이 말하기를 

'오만으로 흉덕을 삼음이

마땅치 않겠는가.'하였으니,

 

 

自古[자고]賢人達士[현인달사] 

潛光玩世者多矣[잠광완세자다의]

莫有辨於驪黃牝牡之間

[막유변려황빈모지간]

其不爲申公之待西平者

[기불위신공대서평자]

幾希矣[기희의]可戒也[가계야].

 

옛날부터 어진 사람과

통달한 선비는

자기의 능력을 숨기고

세상을 희롱하는 사람이 많으니, 

검은 말과 황소를 못 가리고

암컷과 수컷을

가리지 못하는 일이 없지 않으니

신광필공이 서평 한준겸을

대우하지 않은 것이 드문 일로서

경계할 일이라 할 것이다.

 

글 제가 子見欺哉[자견기재]로

된 것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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