忘祥愧從[망상괴종]
제사 날을 잊어
사촌동생에게 부끄러워하다.
一人[일인]
當其叔父大祥[당기숙부대상]
自鄕向洛陽[자향향낙양]
終日作行[종일작행]
昏黑至崇禮門[혼흑지숭례문]
門已閉故[문이폐고]
遂投入[수투입]
蓮池邊市人假家[여지변시인가가]
累足而坐[누족이좌]
待其罷漏而[대기파루이]
直向喪家則[직향상가즉]
어떤 사람이
그 숙부의 대상을 당하여,
시골로부터 서울을 향하여
온 종일 길을 오다가
날이 캄캄하게 어두워서야
숭례문에 이르니
문이 이미 닫혔던 까닭에,
마침내 연지 변의
장사꾼의 가게에 들어가
발을 포개고 앉아서
그 파루를 기다렸다가
곧바로 상가를 향한즉,
洛陽[낙양] : 서울을 가리킴.
崇禮門[숭예문] : 남대문,
蓮池[연지] : 남대문 밖에 있던
연못 이름.
假家[가가] : 가게의 원 말,
규모가 방보다 작고
在家[재가]보다는 큼.
罷漏[파루] : 五更三點[오경삼점]에
큰 쇠북을 三十三天[삼십삼천]의
뜻으로 서른 세 번 치던 일
人定[인정] 이 후
夜行[야행]을 금했다가
파루를 치면 풀리었슴.
寥寥然無設祭之擧
[요료연무설제지거]
其從兄方舒膝而睡熟
[기종형방서슬이수숙]
意謂天將向明,[의위천장향명]
必已罷祭矣[필기파제의].
喚起從兄曰[환기종형왈]:
"鄕居人事多[향거인사다]
不稱意[불칭의]
所騎且劣[소기차열]
未及入城[미급입성]
쓸쓸하고 고요하여
제사를 베푸는 거동이 없으며
그 종형이 바야흐로
무릎을 펴고서 곤히 자고 있거늘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하늘이 장차 밝으려 함에
필시 제사를 이미
파했으리라 생각하고
종형을 불러 일으켜 말하기를,
"시골살이의 인사가
뜻에 맞지 않음이 많고
탄 말이 또한 힘이 모자람에
입성에 미치지 못해서,
昨夜假寐於道傍,[작야가매어도방]
今纔入來矣[금재입래의]
都由不敏[도유불민]
罪悚[죄송]萬萬[만만]."
從兄曰[종형왈]:
"有何自罪[유하자죄]
謝之良勤[사지량근]
有何大事[하유대사]
恨其不及[한오불급]?"
어제 밤에 길가에서 잠시 자다가
이제 겨우 들어왔으니
모두가 저의 불민함이니
죄송하기 만만입니다."하니,
종형이 말하기를
"무슨 자신의 죄가 있기에
사과함이 진실로 부지런하며
어떤 큰 일이 있기에
그렇게 이르지 못했음을
한스러워한단 말인가?"하니,
其人曰[기인왈]:
"豈有他哉[기유타왈].
吾誠意淺薄[오성의천박]
今日叔父之祥事[금일숙부지상사]
未及來參[미급래참]
實非猶子之道理,[실비유자지도리]
豈安於心乎[기안어심호]?"
從兄[종형]愕然曰[악연왈]:
"今日果是大祥日[금일과시대상일]
吾家則頓忘頓忘[오가즉돈망돈망]."
그 사람이 말하기를,
"어찌 다른 것이 있겠습니까
나의 성의가 천박하여
금일 숙부님의 제사에 와서
참례함에 못 미쳤으니
실로 자식의 도리가 오히려 아니니
어찌 마음에 편안하겠습니까?"
하자,
종형이 깜짝 놀라면서 말하기를
"금일이 과연 대상날인데,
내 집에서는 깜빡 잊었군,
깜빡 잊어버렸군."하더라.
愕然[악연] : 놀라는 모양.
頓忘[돈망] : 깜빡 잊음.
가지 가지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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