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伸妓寃妖[신기원요]

돌지둥[宋錫周] 2025. 1. 23. 12:19

伸妓寃妖[신기원요] 

원통하게 죽은

기생의 원한을 풀어주다.

 

曹光遠[조광원]昌寧人[창녕인]

官至判敦寧[관지판돈녕]

公以千秋使赴燕[공이천추사연경]

夕宿西關一雄州,[석숙서관일웅주]

前導詣別舍[전도예별사]

公詰吏則吏曰[공힐리즉리왈]:

"客館有妖[객관유요]

屢致使客暴殞[루치사객폭운]

鎖閉[이쇄한]已多年[이다년]."

 

조광원은 창녕 사람이니

관직이 판돈녕에 이르렀다. 

공이 천추사로써 연경에 가는데

저녁에 서관 웅주(길주)

한 고을에서 자게 되었는데

길잡이가 별사에 나아가거늘

공이 관리에게 따져 물으니

관리가 말하기를

"객관에 요사스런 것이 있어

여러 번 사객을 갑자기 죽게 하여

폐쇄한지가 이미 여러 해입니다."

하니,

判敦寧[판돈녕] : 판돈녕부사, 

  돈녕부의 종일품 벼슬.

千秋使[천추사] : 황태자의 탄신을

   축하하기 위하여 보내는 사신.

 

 

公曰[공왈]: "奉命使體[봉명사례]

當宿客館[당숙객관]

何可以妖廢之乎[하가이요폐지호]

亟命修掃移次[극명수소이차]

主伜投謁懇止之[주쉬투알간지지]

公不聽入宿焉[공불청입숙언]

夜張燭假寢[야장촉가침]

則房妓及待令[즉방기급대령]

隸屬皆走避[예속개주피]

皆謂妖將至[개위요장지]

公必亡矣[공필망의]

 

공이 말하기를

"명을 받은 사신이 마땅히
객관에서 자야지

어찌 요사스런 것 때문에
폐할 수 있는가
?"

하고 빨리 명령하여
닦고 청소하여 옮기라 하니
, 
고을 사또가 와서 뵙고
간절히 만류해도

공이 듣지 않고 들어가 자는데

밤에 촛불을 켜고 자는 척하자

수청기생과 대령하는 종들이
다 피하여 달아나며

모두 말하기를 요물이 장차 오면

공은 반드시 죽을 것이라 하였다.

 

 

 

夜將半[야반장]

忽有一陣陰風[홀유일진음풍]

吹褰帷幕[취건유막]

燭火撓紅幾滅[촉화요홍기멸]

公覺而起坐[공각이기좌]

聞樑間板子[문량문판자]

格格有聲[격격유성]

若撤板狀[약철판상]

 

 밤중이 되자

문득 한바탕 음산한 바람이

유막에 불어와

촛불이 거의 꺼질듯이 펄럭거리자

공이 깨어 일어나 앉으니

들보 사이 판자에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마치 널판을 걷어 올리는 것 같아

 

 

俄而人之四肢[아이인지사지]

次第墮下[차제타하]

胸腹連頭面續下[흉복련두면속하]

自相綴續[자상철속]

以成一女人[이성링여인]

膚色雪白[부색설백]

血痕花紅[혈흔화홍]

旣赤裸而渾身[기적라이혼신]

帖薄如疋練掩[첩박여필련암]

 

갑자기 사람의 사지가

차례로 떨어져 내려오며

가슴과 배와 머리와 얼굴이

줄지어 떨어져 내려와서

스스로 서로 꿰어 이어져

한 여인을 이루니

살결이 눈처럼 희고

피 흔적이 붉은 꽃 같이

벌거벗은 온 몸이

엷은 비단으로

엷게 가린 것 같은데

 

 

嗚咽[오연]

涕泣而乍退乍進[체읍이사퇴사진]

公正色厲聲曰[공정색려성왈]:

"汝是何物妖魅耶[여시하물요매야]? 

聞則屢害命使[문즉루해명사]

厥罪莫大[궐죄막대]

又敢唐突吾前[우감당돌오전]

若是乎[약시호]? 

如有訴之寃則已[여유소지원즉이]

不爾則當施重處[불이즉당시중처]

 

흐느껴 울면서 잠시 물러났다

잠시 나아왔다 하거늘

공이 정색하고 엄한 목소리로

"너는 무슨 요사스런 귀신이냐? 
내 듣기로 너는 여러 사신의
목숨을 해쳤다고 하니
, 

그 죄가 매우 큰데

또 감히 당돌하게 내 앞에서
이와 같이 하느냐
? 
만일 원망스런 일이 있어
호소할 일이 있다면 모르거니와

그렇지 않으면 마땅히
엄중하게 처단하리라
."하니,

 

 

妖卽泣告曰[요즉읍고왈]:

"妾有極天酷寃[첩여극천혹원]

欲訴以至[욕소이지]

則使客便徑逝[즉사객편경서]

妾實非罪也[첩실비죄야]. 

幸荷天賜而得遇今日

[행하천사이득우금일]

豈非雪寃之秋也[기비설원지추야]

妾州妓之某名[첩주기지모명]

某年月日[모년월일]

薦枕某別星於此房

[천침모별성어차방]

 

요귀가 울면서 고하기를

"첩에게는 하늘에 사무치는
혹심한 원한이 있사오니

호소하고자 여기에 오면

사신 손님이 갑자기 죽어가니

이는 실로 첩의 죄가 아닙니다. 

다행히 하늘이 어른과 같은 분을

오늘 만나게 해 주시었으니

어찌 원한을 풀 수 있는 때가

아니겠습니까? 

첩은 이 고을 기생 아무개 이고

아무 해 아무 달 아무 날

아무 사또를 이방에서 모셨는데

 

極天[극천] : 하늘에 사무치다.

酷寃[혹원] : 혹심한 원한.

雪寃[설원] : 원통함을 풀다.

 

 

夜深後[야심후]

所避出外庭[인소피출외정]

則官奴某甲臥柱下[즉관노모갑와주하]

適於月下見妾出[적어월하견첩출]

躍來劫之[약래겁지]

妾拒死不從[첩거사불종]

則某甲本以臂力過人

[즉모갑본이비력과인]

 

밤이 깊은 후에

소피를 보려고 밖 뜰에 나가니

관노 아무개가

기둥 아래 누워 있다가

마침 달빛 아래 첩이 나오는 것을 보고

뛰어와 겁탈하고자 하여

첩이 죽음으로 거절하여

따르지 않으니

아무개는 본래 팔 힘이 뛰어나

 

薦枕[천침] : 종이나 시녀 등이

  잠자리에 모심.

別星[별성] : 奉命使臣[봉명사신],

   임금의 명을 받은 신하.

 

 

裂衣塞口[열의색구]

使不作聲[사불작성]

而抱向園中大石傍

[이포향원중대석방]

手於其石,[수어기석]

納妾于下而壓之故

[납첩우하이압지고]

四肢糜粉作此狀[사지미분작차상].

豈非天下之至寃也?"

기비천하지지원야]

公聽訖[공청흘]卽令曰[즉령왈]:

"當有處置[당유처치]

宜速退去[의속퇴거]."

 

옷을 찢고 입을 막아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하고

끌어안고 동산 가운데

큰 돌의 곁으로 가서

첩을 그 돌 아래 넣고

누르기 때문에

사지가 가루처럼 갈리어

이 모양이 되었습니다. 

어찌 천하의 지극한 원한이

아니겠습니까?"

 공이 듣기를 마치고
곧 영을 내려 말하기를
"
마땅히 처치할 것이니

속히 물러가라."하니,

 

 

其女更泣謝[기녀갱읍사]

忽滅無影[이홀멸무영]

公卽呼侍隸,[공즉호대예]

無一人應者也[무일인응자야].

公遂解衣就寢[공축해의취침]

至曉[지효]入本州[인본주]

妓案逐名點閱後

[이기안축면점열후]

指某甲名[지모갑명]

卽命縛刑[즉명박형]

 

그 여인이 다시 울면서 사례하고

문득 사라져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공이 곧 옆에 부리는

사람을 부르니

하나 사람도 응하는 자가 없었다. 

공이 드디어

옷을 벗고 취침하다가

새벽이 되자 본 고을에 들어가

기생 명부를 이름을 따라

점검한 후에

아무개의 이름을 지명하여

곧 묶으라 명하고,

 

 

仍令多人[잉령다인]

擧石視之[거석시지]

膚色猶白[부색유백]

不少腐傷[불소부상]

出尸於庭[출호어정]

而訊某甲[이신모갑]

無一辭具服矣[무일성구복의]

杖殺於前[즉장살어전]

令主棺斂厚葬之[영주관렴후장야]

自此其妖遂絶[자차기요축절].

 

이에 많은 사람에게

그 돌을 들어보게 하니

살결이 오히려 희고

조금도 상하지 않았는지라

시체를 뜰에 내어놓고

아무개에게 신문하니

한 마디도 속임 없이

갖추어 말하는지라

곧 그 앞에서 곤장을 쳐서 죽이고

주인 사또에게 염하여

관을 갖추어

후히 장사지내게 하니

이로부터

그 요괴가 없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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