伸妓寃妖[신기원요]
원통하게 죽은
기생의 원한을 풀어주다.
曹光遠[조광원]昌寧人[창녕인]
官至判敦寧[관지판돈녕]
公以千秋使赴燕[공이천추사연경]
夕宿西關一雄州,[석숙서관일웅주]
前導詣別舍[전도예별사]
公詰吏則吏曰[공힐리즉리왈]:
"客館有妖[객관유요]
屢致使客暴殞[루치사객폭운]
而鎖閉[이쇄한]已多年[이다년]."
조광원은 창녕 사람이니
관직이 판돈녕에 이르렀다.
공이 천추사로써 연경에 가는데
저녁에 서관 웅주(길주)
한 고을에서 자게 되었는데
길잡이가 별사에 나아가거늘
공이 관리에게 따져 물으니
관리가 말하기를
"객관에 요사스런 것이 있어
여러 번 사객을 갑자기 죽게 하여
폐쇄한지가 이미 여러 해입니다."
하니,
判敦寧[판돈녕] : 판돈녕부사,
돈녕부의 종일품 벼슬.
千秋使[천추사] : 황태자의 탄신을
축하하기 위하여 보내는 사신.
公曰[공왈]: "奉命使體[봉명사례]
當宿客館[당숙객관]
何可以妖廢之乎[하가이요폐지호]
亟命修掃移次[극명수소이차]
主伜投謁懇止之[주쉬투알간지지]
公不聽入宿焉[공불청입숙언]
夜張燭假寢[야장촉가침]
則房妓及待令[즉방기급대령]
隸屬皆走避[예속개주피]
皆謂妖將至[개위요장지]
公必亡矣[공필망의]
공이 말하기를
"명을 받은 사신이 마땅히
객관에서 자야지
어찌 요사스런 것 때문에
폐할 수 있는가?"
하고 빨리 명령하여
닦고 청소하여 옮기라 하니,
고을 사또가 와서 뵙고
간절히 만류해도
공이 듣지 않고 들어가 자는데
밤에 촛불을 켜고 자는 척하자
수청기생과 대령하는 종들이
다 피하여 달아나며
모두 말하기를 요물이 장차 오면
공은 반드시 죽을 것이라 하였다.
夜將半[야반장]
忽有一陣陰風[홀유일진음풍]
吹褰帷幕[취건유막]
燭火撓紅幾滅[촉화요홍기멸]
公覺而起坐[공각이기좌]
聞樑間板子[문량문판자]
格格有聲[격격유성]
若撤板狀[약철판상]
밤중이 되자
문득 한바탕 음산한 바람이
유막에 불어와
촛불이 거의 꺼질듯이 펄럭거리자
공이 깨어 일어나 앉으니
들보 사이 판자에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마치 널판을 걷어 올리는 것 같아
俄而人之四肢[아이인지사지]
次第墮下[차제타하]
胸腹連頭面續下[흉복련두면속하]
自相綴續[자상철속]
以成一女人[이성링여인]
膚色雪白[부색설백]
血痕花紅[혈흔화홍]
旣赤裸而渾身[기적라이혼신]
帖薄如疋練掩[첩박여필련암]
갑자기 사람의 사지가
차례로 떨어져 내려오며
가슴과 배와 머리와 얼굴이
줄지어 떨어져 내려와서
스스로 서로 꿰어 이어져
한 여인을 이루니
살결이 눈처럼 희고
피 흔적이 붉은 꽃 같이
벌거벗은 온 몸이
엷은 비단으로
엷게 가린 것 같은데
嗚咽[오연]
涕泣而乍退乍進[체읍이사퇴사진]
公正色厲聲曰[공정색려성왈]:
"汝是何物妖魅耶[여시하물요매야]?
聞則屢害命使[문즉루해명사]
厥罪莫大[궐죄막대]
又敢唐突吾前[우감당돌오전]
若是乎[약시호]?
如有訴之寃則已[여유소지원즉이]
不爾則當施重處[불이즉당시중처]
흐느껴 울면서 잠시 물러났다
잠시 나아왔다 하거늘
공이 정색하고 엄한 목소리로
"너는 무슨 요사스런 귀신이냐?
내 듣기로 너는 여러 사신의
목숨을 해쳤다고 하니,
그 죄가 매우 큰데
또 감히 당돌하게 내 앞에서
이와 같이 하느냐?
만일 원망스런 일이 있어
호소할 일이 있다면 모르거니와
그렇지 않으면 마땅히
엄중하게 처단하리라."하니,
妖卽泣告曰[요즉읍고왈]:
"妾有極天酷寃[첩여극천혹원]
欲訴以至[욕소이지]
則使客便徑逝[즉사객편경서]
妾實非罪也[첩실비죄야].
幸荷天賜而得遇今日
[행하천사이득우금일]
豈非雪寃之秋也[기비설원지추야]
妾州妓之某名[첩주기지모명]
某年月日[모년월일]
薦枕某別星於此房
[천침모별성어차방]
요귀가 울면서 고하기를
"첩에게는 하늘에 사무치는
혹심한 원한이 있사오니
호소하고자 여기에 오면
사신 손님이 갑자기 죽어가니
이는 실로 첩의 죄가 아닙니다.
다행히 하늘이 어른과 같은 분을
오늘 만나게 해 주시었으니
어찌 원한을 풀 수 있는 때가
아니겠습니까?
첩은 이 고을 기생 아무개 이고
아무 해 아무 달 아무 날
아무 사또를 이방에서 모셨는데
極天[극천] : 하늘에 사무치다.
酷寃[혹원] : 혹심한 원한.
雪寃[설원] : 원통함을 풀다.
夜深後[야심후]
因所避出外庭[인소피출외정]
則官奴某甲臥柱下[즉관노모갑와주하]
適於月下見妾出[적어월하견첩출]
躍來劫之[약래겁지]
妾拒死不從[첩거사불종]
則某甲本以臂力過人
[즉모갑본이비력과인]
밤이 깊은 후에
소피를 보려고 밖 뜰에 나가니
관노 아무개가
기둥 아래 누워 있다가
마침 달빛 아래 첩이 나오는 것을 보고
뛰어와 겁탈하고자 하여
첩이 죽음으로 거절하여
따르지 않으니
아무개는 본래 팔 힘이 뛰어나
薦枕[천침] : 종이나 시녀 등이
잠자리에 모심.
別星[별성] : 奉命使臣[봉명사신],
임금의 명을 받은 신하.
裂衣塞口[열의색구]
使不作聲[사불작성]
而抱向園中大石傍
[이포향원중대석방]
手於其石,[수어기석]
納妾于下而壓之故
[납첩우하이압지고]
四肢糜粉作此狀[사지미분작차상].
豈非天下之至寃也?"
기비천하지지원야]
公聽訖[공청흘]卽令曰[즉령왈]:
"當有處置[당유처치]
宜速退去[의속퇴거]."
옷을 찢고 입을 막아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하고
끌어안고 동산 가운데
큰 돌의 곁으로 가서
첩을 그 돌 아래 넣고
누르기 때문에
사지가 가루처럼 갈리어
이 모양이 되었습니다.
어찌 천하의 지극한 원한이
아니겠습니까?"
공이 듣기를 마치고
곧 영을 내려 말하기를
"마땅히 처치할 것이니
속히 물러가라."하니,
其女更泣謝[기녀갱읍사]
而忽滅無影[이홀멸무영]
公卽呼侍隸,[공즉호대예]
無一人應者也[무일인응자야].
公遂解衣就寢[공축해의취침]
至曉[지효]入本州[인본주]
而妓案逐名點閱後
[이기안축면점열후]
指某甲名[지모갑명]
卽命縛刑[즉명박형]
그 여인이 다시 울면서 사례하고
문득 사라져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공이 곧 옆에 부리는
사람을 부르니
하나 사람도 응하는 자가 없었다.
공이 드디어
옷을 벗고 취침하다가
새벽이 되자 본 고을에 들어가
기생 명부를 이름을 따라
점검한 후에
아무개의 이름을 지명하여
곧 묶으라 명하고,
仍令多人[잉령다인]
擧石視之[거석시지]
膚色猶白[부색유백]
不少腐傷[불소부상]
出尸於庭[출호어정]
而訊某甲[이신모갑]
無一辭具服矣[무일성구복의]
卽杖殺於前[즉장살어전]
令主棺斂厚葬之[영주관렴후장야]
自此其妖遂絶[자차기요축절].
이에 많은 사람에게
그 돌을 들어보게 하니
살결이 오히려 희고
조금도 상하지 않았는지라
시체를 뜰에 내어놓고
아무개에게 신문하니
한 마디도 속임 없이
갖추어 말하는지라
곧 그 앞에서 곤장을 쳐서 죽이고
주인 사또에게 염하여
관을 갖추어
후히 장사지내게 하니
이로부터
그 요괴가 없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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