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가을

題草書簇子[제초서족자]

돌지둥[宋錫周] 2024. 4. 22. 03:32

題草書簇子[제초서족자]   李仁老[이인로]

초서로 족자에 쓰다.

 

紅葉題詩出鳳城[홍엽제시출봉성] : 붉은 잎에 시를 써서 궁궐에서 내 놓으니
淚痕和墨尙分明[누운화묵상분명] : 눈물 흔적 먹에 아롱져 더욱 분명하여라.
御溝流水渾無賴[어구류수혼무뢰] : 어구의 흐르는 물 의뢰 할 수 없이 흐리니
漏洩宮娥一片情[주설궁아일편정] : 궁녀의 한 조각 정을 바깥으로 흘려 보내네.

 

紅葉題詩[홍엽제시] : 唐[당] 禧宗[희종] 때 궁녀 韓氏[한씨]가

   다음과 같은 詩[시]를 써서 御溝[어구, 궁중의 개울 물]에 흘려

   밖으로 보낸 시에 

 

流水何太急[유수하태급] : 흐르는 물은 어찌 저리도 급한가

深宮盡日閒[심궁진일한] : 깊은 궁전에 한가한 날이 다하네.

慇懃付紅葉[은근부홍엽] : 은밀히 깊은 정 붉은 잎에 부치니

好去到人間[호거도인간] : 기꺼이 가서 인간에게 이르기를.

 

   于祐[우우]라는 선비가 장안을 걷다 개울에 떠내려 오는

   단풍잎을 운명처럼 발견하고는 이 시를 읽고 화답하는 시

 

會聞葉上題紅怨[회문엽상제홍원] : 일찍이 낙엽 위에 붉은 원망 지었다 들었는데

葉上題詩寄何誰[엽상제시기하수] : 낙엽 위에 시를 지어 어느 누구에게 부쳤던가

 

   라는 구절을 역시 붉은 잎에 써서 宮城[궁성] 뒤 개울의 上流[상류]에서

   궁중으로 띄워 보냈습니다. 

 

   그 뒤에 궁녀를 放出[방출]하여 시집보낼 때에 于祐[우우]가 마침

   韓氏[한씨]를 만나 첫날 밤에 붉은 잎을 내보이니,

   한씨도 역시 그 붉은 잎을 내놓으면서 시를 짓기를,

 

一聯佳句隨流水[일련가구수류수] : 한 련의 아름다운 글귀 흐르는 물 따랐으니

十載幽愁滿素懷[십재유심만소회] : 십년동안 그윽한 시름이 가슴에 가득하였네.

今日已成鸞鳳侶[금일이성란봉려] : 오늘에야 난새와 봉황이 이미 짝을 이루니

方知紅葉是良媒[방지홍엽시량매] : 장차 붉은 잎이 좋은 중매임을 무릇  알겠네.

 

東文選卷之二十[동문선20권]  七言絶句[칠언절구]

1478년 간행본 인용.

李仁老[이인로,1152-1222] : 자는 眉叟[미수], 호는 臥陶軒[와도헌].

   다른 호는 雙明齋[쌍명재]

   한림원에 보직되어 詞疏[사소]를 담당.

   한림원에서 誥院[고원]에 이르기까지 14년간

   詔勅[조칙]을 짓는 여가에도 詩詞[시사]를 짓되 막힘이 없었다.

   그래서 ‘腹藁[복고, 뱃속의 원고]’라는 일컬음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