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酒[대주] 李白[이백]
술을 마주하여
葡萄酒[포도주] : 포도주에
金叵羅[금파라] : 금빛 술잔
吳姬十五細馬馱[오희십오세마태] : 열 다섯 오나라 예쁜여자 작은 말에 태워졌네.
青黛畫眉紅錦靴[청대화미홍금화] : 푸른 눈썹 먹으로 눈썹 그리고 비단 신발 붉은데
道字不正嬌唱歌[도자부정교창가] : 말소리 바르지 않아도 부르는 노래 교태롭구나.
玳瑁筵中懷裏醉[대모연중회리취] : 화려한 술자리 가운데에 품 속에서 취하였으니
芙蓉帳裏奈君何[부용장리나군하] : 연꽃 무늬 장막 안에서 내 그대를 어찌하리오 !
玳瑁筵[대모연] : 대모는 장식용으로 쓰이는 큰 바다 거북의 껍질,
시문에서는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술자리를 말함.
李白[이백, 701-762]이 고향 四川[사천]을 떠나
대륙의 동남부 유람을 시작한 건 이십 대 중반.
천하를 주유하며 견문을 넓히고
명사들과의 교유를 도모하겠다는 의도도 있었지만
궁극의 목표는 관직에 올라 자신의 웅지를 펼치겠다는 것.
물론 이 꿈이 결코 망상은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諸子百家[제자백가]를 탐독했고,
시문 창작에도 열성적인 데다 천부적 자질이 있었고
세상을 읽는 지혜와 담력 또한 유별났던 그였다.
관리로 성공하여 가문의 옛 명성을 회복하는 것은
무역업으로 부자가 된 부친의 간절한 소망이기도 했다.
번화한 강남의 도회에 들어선 시골 청년,
수십만 재물을 손에 쥔 풍류남아의 눈에
金陵[금릉, 지금의 난징], 揚州[양주]의 거리는
별천지로 비쳤을 것이다.
젊음의 광휘와 격정이 탱천하던 시기,
넉넉한 재물과 무한의 자유,
청년 이백이 거리에 즐비한 청루를
무덤덤히 지나칠 수 있었을까.
포도주와 금 술잔, 가녀린 미녀의 화사한 단장,
투박한 남방 사투리조차 교태스러운 노랫가락에 묻히는
열다섯 앳된 가희의 접대.
오가는 술잔과 웃음에 젖어든 사이
문득 자기 품 안에 곯아떨어진 미녀 앞에서
시인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풋내기 풍류객의 안절부절못하는 당혹감?
아니면 미녀와의 歡娛[환오]를 눈앞에 둔
젊은이의 혈기 방장?
‘연꽃무늬 휘장 안에서 내 그대를 어찌할거나’라는 말이
못내 아리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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