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白

棄我去者[기아거자]

돌지둥[宋錫周] 2023. 5. 3. 10:29

棄我去者[기아거자]   李白[이백]

날 버리고 가는 이.

 

昨日之日不可留[작일지일불가류] : 어제 가는 해는 가히 머물게 할 수 없고

亂我心者[난아심자] : 내 마음 어지럽히는 사람

今日之日多煩憂[금일지일다번우] : 오늘 가는 해는 괴로운 근심만 많구나.

長風万里送秋雁[장풍만리송추안] : 먼데 바람 만리에 가을 기러기 보내오니

對此可以甘高樓[대차가이감고루] : 이를 마주하여 가히 높은 누각 만족하네.

蓬萊文章建安骨[봉래문장건안골] : 봉래의 글월과 문장은 건안의 풍골이요

中間小謝又淸發[중간소사우청발] : 중간의 소사(사조) 또한 맑게 드러나네.

俱懷逸興壯思飛[구회일흥장사비] : 모두 마음 아주 흥겨워 장한 생각 날리며

欲上靑天攬明月[욕상청천람명월] : 푸른 하늘 올라가 밝은 달을 가지려 하네. 

抽刀斷水水更流[추도단수수경류] : 칼 빼어 물을 베어도 물은 다시 흘러가고

擧杯銷愁愁更愁[거배소수수경수] : 잔 들어 근심 삭이나 근심 더욱 시름겹네.

人生在世不稱意[인생재세불칭의] : 사람 나서 세상에 있으며 뜻대로 되잖으니

明朝散髮弄扁舟[명조산발롱편주] : 내일 아침 머리 흩어 조각배나 띄어볼거나

 

蓬萊[봉래] : 궁중의 秘書省[비서성]을 비유, 숙부인 ‘이운’을 지칭.

建安[건안] : 獻帝[헌제]의 건안 연간[196-220],

   建安七子[건안칠자], 건안 시기에 활약했던 일곱 명의 문학가.

小謝[소사] : 남조시대의 射眺[사조]를 비유한 말로써 ‘이백’ 자신을 말함.

散髮[산발] : 머리를 풀어 엉크러 뜨림.

   단순히 머리를 풀어헤쳤다는 뜻이 아니라 벼슬아치의 머리 장식인

   ‘簪[잠]’과 ‘纓[영]’을 벗었다는 의미로서 더 이상 벼슬에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의미.

   관료가 아닌 일반인의 경우에는 ‘세상과의 인연을 끊겠다는 絶世[절세]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시는 전별시라는 형식을 통해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백이 세상을 구제하고자 하는 자신의 열망을 얻지 못한 채 좌절과 실의의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내면의 이상과 현실의 모순이 부조리한 상황에서 자신의 우울한 심사를 잘 드러낸 시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시선의 작품이라 칭할만한 불후의 절창이다.

이 시를 지었던 시기는 天寶[천보] 13년(753) 가을로서

安祿山[안록산]이 북방에서 모반을 꾀할 조짐으로 ‘亂[난]’의 전운이 감도는 국정이 혼란하던 시기였다.

당시 이백은 宣州[선주]에 머물렀는데 비서성 校書郞[교서랑]이었던 族叔[족숙] 李雲[이운]이

감찰어사의 신분으로 왔다가 일 처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명승지인 謝跳樓[사조루]에 올라 그를 전별하며 지은 시이다.

‘사조루’는 남조시대 사조가 선주 태수로 있을 때 지은 누각으로

北樓[북루]’ 또는 ‘謝公樓[사공루]’로 불리었던 선주의 명소이다.

이 시의 다른 표제로는 ‘陪侍御叔華登樓歌[배시어숙화등루가]’라고 쓰여 있는 본도 있다.

‘숙운’이 아닌 ‘숙화’일 경우 李華[이화]의 약력에 견주어 살펴본다면

이백의 나이 대략 53세 때의 작품으로 추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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