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雨輞川莊作[적우망천장작]
王維[왕유]
장마철 망천장에서 짓다.
積雨空林煙火遲[적우공림연화지] : 장마비 오는 빈 숲에 불 때는 연기 늦는데
蒸藜炊黍餉東菑[증려취서향동치] : 기장밥에 명아주 국 끓여 동쪽 밭에 보내네.
漠漠水田飛白鷺[막막수전비백로] : 고요하고 쓸쓸한 무 논에는 백로 날아가고
陰陰夏木囀黃鸝[음음하목전황리] : 습하고 축축한 여름 나무 꾀꼬리가 지저귀네.
山中習靜觀朝槿[산중습정관조근] : 산중에 수행하며 아침에 피는 무궁화 보고
松下淸齋折露葵[송하청재절로규] : 소나무 아래 재계하며 이슬 젖은 아욱을 따네.
野老與人爭席罷[야로여인쟁석파] : 시골 영감 남과 자리다툼할 생각을 버렸는데
海鷗何事更相疑[해구하사갱상의] : 해변의 갈매기는 무슨 일로 다시 의심하는가 ?
積雨[적우] : 장마 비.
煙火[연화] : 사람사는 집에서 불때는 연기.
輞川[망천] : 왕유의 별장이 있던
종남산 골짜기에 있는 시냇가 이름. 輞谷水.
蒸藜炊黍[증려취서] : 명아주로 국 끓이고
기장으로 밥을 지음.
漠漠[막막] : 연기나 구름이 짙은 모양,
광활한 모양, 고요하고 쓸쓸함, 소리가 들릴 듯 말 듯 멂.
陰陰[음음] : 습기차고 축축함.
習靜[습정] : 고요한 마음을 갖는 것을 연습,
잡념을 버리고자 하는 마음.
朝槿[조근] : 아침에 피어 저녁에 지는 무궁화.
인생무상을 상징.
淸齋[청제] : 깨끗하게 재계함.
묵상하며 마음을 다스림.
露葵[로규] : 이슬을 머금고 있는 아욱.
海鷗[해구] : 바닷가 갈매기.
海鷗何事更相疑[해구하사갱상의] : 해변의 갈매기는 무슨 일로 의심하나?
(어떤 사람이 바닷가에 나가 늘 갈매기와 어울려 놀자
그 아버지가 그 중 한 마리를 잡아오도록 하였음.
이튿날 바닷가로 나가자 갈매기들이 하나도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는 고사).
왕유는 당나라의 전성기에 고위 관직을 지내고
文名[문명]을 날리는 등 이른바 부귀공명을 누렸으나,
만년에는 속세에 염증을 느끼고 終南山[종남산] 기슭에서
한가로이 살며 대자연과 불교적 색채가 짙은 작품을 남겼다.
이 시의 제목은 '장마철에 망천장에서 짓다'라는 뜻인데,
망천장은 바로 왕유가 만년에 한거하던 시골집 이름이다.
며칠째 이어지는 장맛비 속에 밥 짓는 연기가 느릿느릿 피어오르고,
논밭에 백로가 날고 울창한 나무숲에선 꾀꼬리가 지저귄다.
한적한 전원 속에서 세속의 명리를 떠나 좌선(坐禪)과
관조의 생활을 이어가며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고자 하는 심경이 잘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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