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유, 한유

積雨輞川莊作[적우망천장작]

돌지둥[宋錫周] 2024. 4. 30. 14:31

積雨輞川莊作[적우망천장작]

王維[왕유]

장마철 망천장에서 짓다. 

 

 

積雨空林煙火遲[적우공림연화지] : 장마비 오는 빈 숲에 불 때는 연기 늦는데

蒸藜炊黍餉東菑[증려취서향동치] : 기장밥에 명아주 국 끓여 동쪽 밭에 보내네.

漠漠水田飛白鷺[막막수전비백로] : 고요하고 쓸쓸한 무 논에는 백로 날아가고

陰陰夏木囀黃鸝[음음하목전황리] : 습하고 축축한 여름 나무 꾀꼬리가 지저귀네.

山中習靜觀朝槿[산중습정관조근] : 산중에 수행하며 아침에 피는 무궁화 보고

松下淸齋折露葵[송하청재절로규] : 소나무 아래 재계하며 이슬 젖은 아욱을 따네.

野老與人爭席罷[야로여인쟁석파] : 시골 영감 남과 자리다툼할 생각을 버렸는데

海鷗何事更相疑[해구하사갱상의] : 해변의 갈매기는 무슨 일로 다시 의심하는가 ?

 

積雨[적우] : 장마 비.

煙火[연화] : 사람사는 집에서 불때는 연기.

輞川[망천] : 왕유의 별장이 있던

   종남산 골짜기에 있는 시냇가 이름. 輞谷水.

蒸藜炊黍[증려취서] : 명아주로 국 끓이고

  기장으로 밥을 지음.

漠漠[막막] : 연기나 구름이 짙은 모양,

  광활한 모양, 고요하고 쓸쓸함, 소리가 들릴 듯 말 듯 멂.

陰陰[음음] : 습기차고 축축함.

習靜[습정] : 고요한 마음을 갖는 것을 연습,

   잡념을 버리고자 하는 마음.

朝槿[조근] : 아침에 피어 저녁에 지는 무궁화.

   인생무상을 상징.

淸齋[청제] : 깨끗하게 재계함.

   묵상하며 마음을 다스림.

露葵[로규] : 이슬을 머금고 있는 아욱.

海鷗[해구] : 바닷가 갈매기.

海鷗何事更相疑[해구하사갱상의] : 해변의 갈매기는 무슨 일로 의심하나?

   (어떤 사람이 바닷가에 나가 늘 갈매기와 어울려 놀자

   그 아버지가 그 중 한 마리를 잡아오도록 하였음.

   이튿날 바닷가로 나가자 갈매기들이 하나도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는 고사).

 

왕유는 당나라의 전성기에 고위 관직을 지내고

文名[문명]을 날리는 등 이른바 부귀공명을 누렸으나,

만년에는 속세에 염증을 느끼고 終南山[종남산] 기슭에서

한가로이 살며 대자연과 불교적 색채가 짙은 작품을 남겼다.

이 시의 제목은 '장마철에 망천장에서 짓다'라는 뜻인데,

망천장은 바로 왕유가 만년에 한거하던 시골집 이름이다.

며칠째 이어지는 장맛비 속에 밥 짓는 연기가 느릿느릿 피어오르고,

논밭에 백로가 날고 울창한 나무숲에선 꾀꼬리가 지저귄다.

한적한 전원 속에서 세속의 명리를 떠나 좌선(坐禪)과

관조의 생활을 이어가며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고자 하는 심경이 잘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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