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誑嬸取墨(광심취묵)

돌지둥[宋錫周] 2021. 2. 16. 07:20

숙모를 속여서 먹을 취하다.

誑嬸取墨[광심취묵]

 

우리나라 먹의 산지가

한 곳이 아니니만,

해주의 수양매월이

가장 최고품이 된다.

我東産墨之地非一而,

[이동산묵지지비일이]

海洲之[해주지]

首陽梅月爲最[수양매월위최].

 

예전에 한 재상이

해주감사에서

바뀌어 돌아오니,

그 조카 중에

먹을 구하는 자가 있었으나,

재상이 없다고 사절하니,

조카가 한스러워하다가,

頃世一宰遞[경세일재체]

海伯來[해백래],

其侄有求墨者[기질유구묵자]

宰辭以無故[재사이무고]

侄恨之[질한지]

 

首陽梅月[수양매월] : 황해도

  해주에서 나오는 먹의 이름,

 

후에 그 숙부가

출타함을 기다려,

그 부인에게 말하기를,

後俟其叔出[후사기숙출]

告夫人曰[고부인왈] :

 

나의 숙부가 방백이 된 뒤로,

두 명의 기생과

친하게 매혹되셨는데

吾叔爲[오숙위]方伯後[빙백후]

昵惑兩妓[닐혹양기]

 

하나는 수양이라 하고

하나는 매월이라 하는데,

임기를 마치고 돌아올 때

매양 잊지 못하고 있어

一曰首陽[일왈수양]

一曰梅月[일왈매월]

[급]遞歸[체귀]

眷眷不忘[권권불망]

 

이에 그 기생 이름을,

먹의 표면에

찍어 돌아오셨는데,

숙모님께서는

그것을 알지 못하세요?

만약 나를 불신하신다면,

그 먹을 시험적으로 보세요.”

하니,

仍以妓名[잉이기명]

印之墨面而來,[인지묵면이래]

叔母其不知也[숙모기부지야]?

如我不信[여아불신]

試觀其墨[시관기묵].”

 

부인이 곧 궤짝을 열어

그것을 본즉,

궤에 가득 찬 먹이,

모두 수양 매월인지라.

夫人卽開櫃視之[부인즉개궤시지]

滿櫃之墨[만궤지묵]

皆首陽梅月也[개수양매월야].

 

노기가 발끈 일어나서

궤짝을 들어서 던지니

그 먹이 땅에 흩어지거늘,

조카가 곧 나아가서 주워

소매에 가득 채워 가지고

돌아갔다.

怒氣[노기]勃發[발발],

擧櫃擲之[거궤척지]

其墨散于地[기묵산우지]

侄乃就拾滿袖而歸

[질내취습만수이귀].

 

저녁에 이르러

재상이 밖에서 들어오다가

먹 궤를 땅에 버린 것을 보고,

至夕宰自外而入

지석재자외이입]

見墨[견묵궤]委於地[위어지]

 

크게 놀라서 물어 말하기를

어찌된 까닭인가?” 하니,

大駭問曰[대해문왈]:

何故耶[하고야]?”

 

부인이 꾸짖어 말하기를,

사랑하는 기생 이름을

어찌 손바닥에 새기지 않고

먹에 새겼소?”하니

재상이 그 조카의 짓인 줄 알고

부인에게 말하기를

夫人罵曰[부인매왈]

所愛妓名[소애기명],

何不刻于掌而[하불각수장이]

刻於墨耶[각어묵야]?”

宰知其侄之[재지기질지]

所爲[소위] 語夫人曰[어부인왈]

 

해주부의 큰 뒷산을

수양이라 하는데,

그 산의 매화 꽃과 달로

그 먹 이름으로 한 것이

오랜 일이요.”

라고 설명하였으나,

海府之[해부지]

鎭山曰首陽[진산왈수양]

以其山之梅月[이기산지매월]

名其墨久矣.[명기묵구의]”

 

부인이 오히려

그것을 믿지 않고

꾸짖음이 입에서

끊이지 않으니,

재상이 그 괴로움을

이기지 못했다고 한다.

夫人猶不信之[부인유불신지]

[매]不絶口[불절구]

宰不勝其苦[재불승기고].

 

이 이야기가 한 때

널리 웃음을 전하였다.

一時傳笑[일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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