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痴郞失穴[치랑실혈]

돌지둥[宋錫周] 2021. 7. 31. 12:09

痴郞失穴[치랑실혈]   

어리석은 신랑이 구멍을 잃다.

 

 

한 어리석은 사람이

장가를 들어 아내를 얻었다.

一痴生,[일치생]娶妻[취처]

 

 

장가드는 날 저녁 

신부가 방에 드니

어두운 방에서
여인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委禽之夕[위금지석]

新婦入房,[신부입방]

生於暗中[생어암중]

捫摸女身[문막여신]

 


그런데 가슴을 등으로 알고
그 두 젖가슴을
두 혹으로 생각하며
다시 엉덩이 밑으로
만져 내려가던 신랑은
구멍이 없다고 하면서
크게 화를 내고는
그날 밤으로
신방을 뛰쳐나오고 말았다.

認胸爲背[인흉위배]

以其兩乳[이기양유]

謂之兩癭[위지양영]

且撫臀下[차무둔하]

謂之無穴[위지무혈]

郞怒氣[랑노기] 勃勃[발발]

中夜還家[중야환가].

 


신부집에서는 크게 놀라
그 이유를 딸에게 물었다.
여인은 능히 詩[시]를 지어서

웃으며 한 절구를 지어 이르길

婦家大愕[부가대악]

問故於其女[문고어기녀]

女素能於詩[여소능어시]

笑書一節曰[소서일절왈]

 

첫날 밤 촛불 끄고

  향내 퍼져 나가는데
우습구나,

  서투른 낭군의 망설임이여!

花房燭滅篆香消[화방촉멸전향소]
堪笑痴郞底事逃[간소치랑저사도]


참 맛이야 마땅히

  앞에서 얻을 수 있거늘
잔등만 허무하게 더듬고

  헛된 땀만 흘리더라.
眞境宜從山南得[진경의종산남득]
枉尋山背太煩勞[왕심산배태번로]


신부의 집에서는
그 시를 즉시
신랑의 아비에게 보냈다.

婦家以其詩送于郞父

[부가이기시송우랑부]


그 아비는 이내 아들을
불러 앉히고
심히 꾸짖고 책망한 후에
다시 가라고 이르니,
과연 마땅히 구멍을 알아서
제대로 즐기며
돌아오는걸 잊었다.

父責子更往[부책자갱왕]

果得當穴,[과듣당혈]

樂而忘返[낙이망반].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이웃이 말하기를,
"신랑이 처음에는
구멍을 잃어 

한 밤중에 울었으나,
다시 구멍을 얻어
빠져서 돌아오지 못하네."
하였더라 한다.

鄕隣語曰[향린어왈]

郞初失穴[닝초실혈]

號于中夜[호우중야]

郞復得穴[낭부득혈]

溺而不返[닝이불반].


續禦眠楯[속어면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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