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櫨櫃擇婿[노궤택서]

돌지둥[宋錫周] 2021. 11. 18. 08:31

櫨櫃擇婿[노궤택서]

두주나무 궤짝으로 사위를 고르다.

 

한 마을의 영감이

그의 딸을 사랑하여

그를 위해 배필을 고를 때

두주나무로 궤짝을 만들고

그 속에 쌀 쉰다섯 말을 두고

사람들을 불러,

이 궤짝의 나무 이름을

명확하게 말하고

쌀의 말 수를 정확히 말한다면,

마땅히 딸을 그의 아내로

삼게 할 것이라고 하며

두루 여러 사람에게 물었는데,

그 나무의 이름과

쌀의 말 수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一村翁愛其女[일촌옹애기녀]

爲之擇配[위지택배]

造櫨木櫃[조로목궤]

貯米五十五斗後[저미오십오두후]

募[모인]

而有能明言此櫃木名

[이유능명언차궤목명]

與米斗數,[여미두수]

則當以女妻之[증당이여처지]

遍問諸人[편문제인]

莫有知其木而中其數者

[막유지기목이중기수자]

 

그래서 세월은 덧없이 흘러

꽃다운 나이만 지나가니,

딸이 그 세월이

쉽게 지나감이 걱정되고

응모하는 사람도 없어,

[고]荏苒歲月[임염세월]

迨過芳年[태과방년]

女悶其年光易邁[여민기년광이매]

應募無人[음모무인]

 

마침내 한 어리석은 장사꾼에게

사사로이 말하기를,

저 궤짝은 두주나무로 만들었고

거기 넣어둔 쌀이 쉰다섯 말이라

그대가 만약 정확히 말한다면

나의 짝이 되리라.”라고 일러주니

장사꾼이 그 말대로 대답하여

遂私語一痴賈曰[수사일치고왈]

彼櫃乃櫨木也[피궤내로목야]

藏米五十五斗[장미오십오두]

子若的言[자약적언]

可爲吾配[가위오배]

賈依其言而對之[고의기언이대지]

 

영감이 지혜 있는

신랑을 얻었다고 기뻐하며

날을 가려 초례를 지내고,

만약 의심나는 일이 있으면

반드시 사위에게 물어보았다.

翁喜得智郞[옹희득지랑]

卜日醮之[복일초지]

若事有可疑[약사유가의]

必咨於壻[필자어서]

 

어떤 사람이 암소를 팔거늘

영감이 사위에게

그 모양을 살펴보라 하니

사위가 그 소를 보고 말하기를,

두주나무 궤작이요.”

하고 또 말하길 

쉰다섯 말을 넣을 수 있겠소.”

하는지라

有人賣雌牛[유인매자우]

翁請婿相之[옹청서상지]

婿相其牛曰[서상기우왈]

櫨木櫃[노목궤].”

曰[차왈]

可容五十五斗[가용오십오두].”

 

영감이 말하기를

신랑은 망령되구나

어찌 소를 가리켜

나무라 하느냐?”

翁曰[옹왈]

郞妄矣[랑망의]

何指牛爲木耶[하지우위목야]?”

 

아내가 몰래

그 남편을 꾸짖어 말하기를,

어찌 입술을 들고

이가 젊다.’하고,

그 꼬리를 들고,

새끼를 많이 낳을 수 있겠다.’

라고 하지 않는거요.”

라고 하였더니,

潛責其夫曰[처잠책기부왈]

何不擧其脣曰[하불거기순왈]

齒少[치소].’

其尾曰[거기미왈]

能多産云爾[능다산운이].’”

 

다음날이 되어

처의 어머니가 병이 있어

사위에게 병의 증상을

살펴보라 하였더니

사위가 침상 아래로 나아가

입술을 들고 말하기를

이가 젊구나.”하고,

또 이불을 걷고 그 뒤를 보고는

새끼를 많이 낳을 수 있겠다.”

하는지라,

會翌日[회익일]

妻之母有病[처지모유병]

請婿看症[청서간병]

婿就床下擧脣曰[서취상하거순왈]

齒少[치소].”

捲衾視其後曰[우권금시기후왈]

能多産者也[능다산자야].”

 

영감과 장모가

화를 내며 말하기를,

나무를 보고 소라 하고

소를 사람이라 하니

참으로 미친놈이로다.”하니,

들은 사람들이 크게 웃었다.

翁與母皆怒曰[옹여모개노왈]

木視牛牛視人[목시우우시인]

狂漢也[진광한야].”

聞者大笑[문자대소].

 

야사씨가 말하기를

영감이 부지런히 사위를 고르는데

궤짝만 아는 사람을 뽑았으니

이는 고르는 것이

바른 방법이 아니요,

사위가 아내의 가르침을

굳게 지켜 변통할 줄을 몰랐으니,

이는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은

어쩔 수 없다는 사람에

해당된다 하겠다.

野史氏曰[야사씨왈]

翁之勤於擇婿[옹지근어택서]

募以識櫃[모이식궤]

是擇之非其道也[시택지비기도야]

婿之膠守妻敎, [서지교수처교]

知變通[지변통]

下愚不移者也[시하우불이자야].

 

여인이 다만

나이만 먹는 것을 아까워하고

좋은 사람을 택하여

배필이 되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으니

세 사람의 실책이 같다할 것이며,

모두가 후인을

경계함이라 할 것이다.”

女徒惜年齒之過[여도석년치지과]

不念擇良而爲配[불념택량이위배]

三人之失同矣[삼인지실동의]

皆可爲後人戒也[개가위후인계야].”

 

下愚不移[하우불이] : 論語[논어]

 나오는 말로,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은

 가르쳐도 변함이 없다는 말.

 

續禦眠楯[속어면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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