長談娶妻[장담취처]
긴 이야기를 해서 아내를 얻다.
옛날에,
긴 옛이야기를
듣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집안이 아주 부자였고,
한 딸이 있어 나이가 차서
시집보내게 되었거늘,
반드시 긴 옛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를
사위로 삼고자 하였다.
古[고]
有喜聽長古談者[유희청장고담자]
家甚[가심]殷富[은부]
有一女而年長當嫁
[유일여이장당가]
必欲得能言長古談者, 爲婿.
[필욕득능언장고담자 위서]
많은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나아가 시험을 보면,
모두 길지 않다고 물리쳤다.
人多聞風[인다문풍]
而就試之[이취시지]
則皆以不長却之[즉개이부장각지].
한 간사한 놈이 있어,
그 영감을 속이고자 생각하고,
영감 집에 가서 말하기를,
有一譎[유일휼한]
思欲誑之[사욕광지]
往翁家謂曰[왕옹기위왈]
“저는 옛이야기를
대강 배웠는데
그 길이가 끝이 없는지라
영감께서 시험삼아
들어보시겠습니까?”하니,
“吾粗學古談[오조학고담]
其長無竟[기장무경]
翁其試聽否[옹기시청부]?”
영감이 말하기를,
“내 본시 이로써
사위를 구하는데,
나그네가 참으로 할 수 있다면,
내가 어찌 거짓말을 하겠는가,
다만 이야기 해 보시게.”하니,
曰[왈]
“吾本以此求婿[오본이차구서]
客誠能之[객성능지]
吾豈食言第言之[오기식언제언지]”
나그네가 말하기를,
“비록 여러 날이 지나더라도,
또한 듣기를
싫어하지 않겠습니까?”하니,
客曰[객왈]
“雖至累日[수지누일]
亦不厭聽乎[역불염청호]?”
영감이 말하기를,
“길수록 더욱 좋으며,
다만 나그네의 이야기가
길지 못할까 걱정이지.”하니,
나그네가 여러 번
굳게 약속한 후에,
옷깃을 깔고 말기를 하기를,
翁曰[옹왈]
“長長益善[장장익선]
但患客之談不長耳
[단환객지담부장이]”
客再三牢約後[객재삼뢰약후]
乃敷袵而言之[내부임이언지]
옛날에 처음 오랑캐들이
말을 타고 크게 몰려오니,
백만의 정병이
모두 대적할 수 없었는데,
古長胡騎[고장호기]大至[대지]
百萬精兵皆不能敵
[백만정병개불능적]
이때에,
조정에서 이를 막을 수
있는 자를 구하니,
한 모씨 성을 가진
대신이 의논해 말하기를,
於是[어시]
朝廷求其能禦者[조정구기능어자]
有一毛姓大臣[유일모성대신]
議曰[의왈]
“오늘의 계획은,
자씨 성을 가지니 자를 구하여
병정을 삼는 것입니다.”하니
“今日之計[금일지계]
莫若子姓者爲兵也.”
[막야자성자위병야]
조정이 다 말하기를,
“그게 무슨 말이요?”하니,
廷中皆曰[정중개왈]
“何謂也[하위야]?”
대신이 말하기를,
“자(子)는 곧 쥐 성이니,
옛날에 황제께서
치우를 정벌 할 때,
많은 쥐가 적의 활줄을 끊어,
적을 멸하고 개선함에,
황제가 그 쥐들의 큰 훈공을
아름답게 여겨
최고의 공을 명하고,
大臣曰[대신왈]
“子乃鼠姓也[자내서성야]
昔黃帝之征蚩尤也
[석황제지정치우야]
群鼠截賊障弓弦[[군서절적장궁현]
得以滅賊獻凱[득이멸적헌개
黃帝, 嘉其大勳而命陛于上甲
[황제 가기대훈이명폐우상갑]
고려가 홍건적을 칠 때
평양의 여러 쥐들이
또한 적진의 활줄을 끊어서
적을 섬멸하여
이기고 돌아오게 하였기 때문에,
지금에 이르기까지
사당을 지어 제사지내며,
그 사당의 이름을
상갑사라 하였으니,
오늘의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자성이 아니면 안 되므로,
高麗伐紅巾時[고려벌홍건시]
箕城群鼠[기성군서]
亦斷敵陳之弓弦[역단적진지궁현]
得以殲賊獻凱故[득이섬적헌개고]
至今爲祠以祭[지금위사이제]
名其祠曰上甲祠,[명기사왈상갑사]
今日制勝[금일제승]
非子姓莫可[비자성막가]
드디어 쥐 한 마리를 가리어
대장을 삼은 후,
이에 격문을 팔도의
여러 굴 속에 있는
쥐들에게 알리고,
기약한 날에 일제히 모이게 하니,
기약한 날이 되어
여러 쥐가 모이자,
대장쥐가 단에 올라 명령하기를,
遂命選一鼠[수명선일서]
爲大將後[위대장후]
乃移檄于八道諸窟之鼠
내이격우팔도제굴지서]
使之及期會齊[사지급기회제]
至期衆鼠得集[지기중서득집]
則將鼠登壇出令曰
[즉장서등단출령왈]
“여러 선비는,
각각 차례대로 점고하여,
단상에서 부르는
물고의 소리를 들어라.
“爾衆士[이중사]
各以次入點考[각이차입점고]
而聽壇上呼勿古之聲
이청단상호물고지성]
(물고는 사투리로,
입에 물었다 내놨다 하는 것.)”
하니
(勿古方言[물고방언]
啣之之釋也[함지지석야]).”
뒤에 있는 쥐가,
앞에 가는 쥐의 꼬리를
물고 나아가서
여러 쥐가 일제히 응하니,
後者[후자]
啣前者之尾而進[함전자지미이진]
群鼠齊應[군서제응]
이에 장수 쥐가 드디어
“물고 물고.”하니,
물고의 소리가
입에서 끊이지 않아
날이 저물고 밤이 지나도
오직, “물고 물고.”하며,
오륙 일에 이르도록
그치지 않으니,
於是將鼠遂呼[어시장서수호]
“勿古勿古[물고물고]”
勿古之聲[물고지성]
不絶於口[불절어구]
竟日達夜[경일달야]
唯曰[유왈]
“勿古勿古[물고물고].”
至於五六日而不止
[지어오륙일이부지]
영감이 생각에
남몰래 듣기 싫어서, 묻기를,
“이제 나머지 쥐가
몇 마리나 되는가?”하니,
翁心窃厭聽問曰[옹심절염청문왈]
“今餘幾個鼠乎[금여기개서호]?”
대답하기를
“지금 온 것은
겨우 몇 군의 쥐일 뿐이니
한 도의 모든 쥐가 오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하물며 팔 도의 많은 쥐야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하니,
答曰[답왈]
“今來者[금래자]
僅數郡鼠耳[근수군서이]
盡一道尙遠[진일도상원]
況八道之許多鼠乎.”
황팔도지허다서호]
영감이 말하기를,
“길도고 길도다,
이 이야기가 길도다,
翁曰[옹왈]
“長云長云[장운장운]
此長云乎[차장운호]
나그네의 이야기가
비록 길지만
한 낱말에 지나지 않으니
들을만 하지 못하다.”하니
나그네가 말하기를,
“ 끝에 가서 진실로
지극히 기이한 이야기가 있으나,
쥐들이 다 오지 않았으니,
다만 물고라고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하니,
客談雖長[객담수장]
無異於辭也[무리어사야]
不足聽矣[부족청의].”
客曰[객왈]
“末端固有極奇談
말단고유극기담]
而鼠來未畢故[이서래미필고]
姑言勿古耳[고언물고이].”
영감이 이미
그 긴 이야기를 허락하였으니
그치라 할 수도 없고
또 약속을 어기기도 어려워,
마침내 그 딸로
아내를 삼게 하였는데,
때때로 그 사위를 시켜
옛날이야기를 하라고 하면,
매양 물고를 말 하면
이야기를 막았으니,
영감이 죽을 때까지
그 물고란 말을
다 할 수 없었음을
세상에서 그 영감과
사위를 일컫기를,
긴 이야기의 영감과
물고 사위라 하였다.
翁已許其長談[옹이허기장담]
無以止之[무이지지]
又難背約[우난배약]
遂以其女妻之[수이기녀처지]
時使其婿古談[시사기서고담]
則每以勿古塞之[매즉이물고색지]
語終翁之世[어종옹지세]
不盡勿古之言[부진물고지언]
仍稱其翁婿[잉칭기옹서]
爲長談翁勿古郞[위장담옹물고랑].
야사씨가 말하기를,
“섭공이 용을 좋아하여
용을 그리는 자가 오고,
조문이 칼을 즐겨서
검객이 문에 가득하니,
주인 된 자의
좋아하는 바가 있으면
곧 기변자가
반드시 그 좋아하는 바로
인도하는지라
물고 신랑을
잘 쳐서 기묘하게
맞춘 사람이라 할 것이니,
이 또한 웃기는 이야기의
풍류가 아니겠는가!”라고 하였다.
野史氏曰[야사씨왈]
“葉公好龍而畵龍者至
[섭공호룡이화룡자지]
趙文好劍而劍客盈門
[조문호검이검객영문]
爲主者有所好[위주자유소호]
則機變者[즉기변자]
必因其所好而導之
[필인기소호이도지]
勿古郞[물고랑]
可謂善激而[가위선격이]
奇中也[기중야]
其亦[기역]
滑稭之流也歟[골개지류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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