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長談娶妻[장담취처]

돌지둥[宋錫周] 2021. 11. 18. 08:26

長談娶妻[장담취처]

긴 이야기를 해서 아내를 얻다.

 

옛날에,

긴 옛이야기를

듣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집안이 아주 부자였고,

한 딸이 있어 나이가 차서

시집보내게 되었거늘,

반드시 긴 옛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를

사위로 삼고자 하였다.

古[고]

有喜聽長古談者[유희청장고담자]

家甚[가심]殷富[은부]

有一女而年長當嫁

[유일여이장당가]

必欲得能言長古談者, 婿.

[필욕득능언장고담자 위서]

 

많은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나아가 시험을 보면,

모두 길지 않다고 물리쳤다.

人多聞風[인다문풍]

而就試之[이취시지]

則皆以不長却之[즉개이부장각지].

 

한 간사한 놈이 있어,

그 영감을 속이고자 생각하고,

영감 집에 가서 말하기를,

有一譎[유일휼한]

思欲誑之[사욕광지]

往翁家謂曰[왕옹기위왈]

 

저는 옛이야기를

대강 배웠는데

그 길이가 끝이 없는지라

영감께서 시험삼아

들어보시겠습니까?”하니,

粗學古談[오조학고담]

其長無竟[기장무경]

翁其試聽否[옹기시청부]?”

 

영감이 말하기를,

내 본시 이로써

사위를 구하는데,

나그네가 참으로 할 수 있다면,

내가 어찌 거짓말을 하겠는가,

다만 이야기 해 보시게.”하니,

曰[왈]

吾本以此求婿[오본이차구서]

客誠能之[객성능지]

吾豈食言第言之[오기식언제언지]

 

나그네가 말하기를,

비록 여러 날이 지나더라도,

또한 듣기를

싫어하지 않겠습니까?”하니,

客曰[객왈]

雖至累日[수지누일]

亦不厭聽乎[역불염청호]?”

 

영감이 말하기를,

길수록 더욱 좋으며,

다만 나그네의 이야기가

길지 못할까 걱정이지.”하니,

나그네가 여러 번

굳게 약속한 후에,

옷깃을 깔고 말기를 하기를,

翁曰[옹왈]

長長益善[장장익선]

但患客之談不長耳

[단환객지담부장이]

客再牢約後[객재삼뢰약후]

乃敷袵而言之[내부임이언지]

 

 

옛날에 처음 오랑캐들이

말을 타고 크게 몰려오니,

백만의 정병이

모두 대적할 수 없었는데,

長胡騎[고장호기]大至[대지]

百萬精兵皆不能敵

[백만정병개불능적]

 

이때에,

조정에서 이를 막을 수

있는 자를 구하니,

한 모씨 성을 가진

대신이 의논해 말하기를,

於是[어시]

朝廷求其能禦者[조정구기능어자]

有一毛姓大臣[유일모성대신]

議曰[의왈]

 

오늘의 계획은,

자씨 성을 가지니 자를 구하여

병정을 삼는 것입니다.”하니

日之計[금일지계]

莫若子姓者爲兵也.”

[막야자성자위병야]

  

조정이 다 말하기를,

그게 무슨 말이요?”하니,

廷中皆曰[정중개왈]

何謂也[하위야]?”

 

대신이 말하기를,

()는 곧 쥐 성이니,

옛날에 황제께서

치우를 정벌 할 때,

많은 쥐가 적의 활줄을 끊어,

적을 멸하고 개선함에,

황제가 그 쥐들의 큰 훈공을

아름답게 여겨

최고의 공을 명하고,

大臣曰[대신왈]

子乃鼠姓也[자내서성야]

黃帝之征蚩尤也

[석황제지정치우야]

群鼠截賊弓弦[[군서절적장궁현]

得以滅賊獻凱[득이멸적헌개

黃帝, 嘉其大勳而命陛于上甲

[황제 가기대훈이명폐우상갑]

 

고려가 홍건적을 칠 때

평양의 여러 쥐들이

또한 적진의 활줄을 끊어서

적을 섬멸하여

이기고 돌아오게 하였기 때문에,

지금에 이르기까지

사당을 지어 제사지내며,

그 사당의 이름을

상갑사라 하였으니,

오늘의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자성이 아니면 안 되므로,

高麗伐紅巾時[고려벌홍건시]

箕城群鼠[기성군서]

亦斷敵陳之弓弦[역단적진지궁현]

得以殲賊獻凱故[득이섬적헌개고]

至今爲祠以祭[지금위사이제]

名其祠曰上甲祠,[명기사왈상갑사]

今日制勝[금일제승]

非子姓莫可[비자성막가]

 

드디어 쥐 한 마리를 가리어

대장을 삼은 후,

이에 격문을 팔도의

여러 굴 속에 있는

쥐들에게 알리고,

기약한 날에 일제히 모이게 하니,

기약한 날이 되어

여러 쥐가 모이자,

대장쥐가 단에 올라 명령하기를,

遂命選一鼠[수명선일서]

爲大將後[위대장후]

乃移檄于八道諸窟之鼠

내이격우팔도제굴지서]

使之及期會齊[사지급기회제]

至期衆鼠得集[지기중서득집]

將鼠登壇出令曰

[즉장서등단출령왈]

 

여러 선비는,

각각 차례대로 점고하여,

단상에서 부르는

물고의 소리를 들어라.

爾衆士[이중사]

各以次入點考[각이차입점고]

而聽壇上呼勿古之聲

이청단상호물고지성]

 

(물고는 사투리로,

입에 물었다 내놨다 하는 것.)”

하니

(勿古方言[물고방언]

啣之之釋也[함지지석야]).”

 

뒤에 있는 쥐가,

앞에 가는 쥐의 꼬리를

물고 나아가서

여러 쥐가 일제히 응하니,

後者[후자]

啣前者之尾而進[함전자지미이진]

群鼠齊應[군서제응]

 

이에 장수 쥐가 드디어

물고 물고.”하니,

물고의 소리가

입에서 끊이지 않아

날이 저물고 밤이 지나도

오직, “물고 물고.”하며,

오륙 일에 이르도록

그치지 않으니,

於是將鼠遂呼[어시장서수호]

勿古勿古[물고물고]

勿古之聲[물고지성]

不絶於口[불절어구]

竟日達夜[경일달야]

唯曰[유왈]

勿古勿古[물고물고].”

至於五六日而不止

[지어오륙일이부지]

 

영감이 생각에

남몰래 듣기 싫어서, 묻기를,

이제 나머지 쥐가

몇 마리나 되는가?”하니,

翁心窃厭聽問曰[옹심절염청문왈]

今餘幾個鼠乎[금여기개서호]?”

 

대답하기를

지금 온 것은

겨우 몇 군의 쥐일 뿐이니

한 도의 모든 쥐가 오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하물며 팔 도의 많은 쥐야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하니,

答曰[답왈]

今來者[금래자]

僅數郡鼠耳[근수군서이]

盡一道尙遠[진일도상원]

況八道之許多鼠乎.”

황팔도지허다서호]

 

영감이 말하기를,

길도고 길도다,

이 이야기가 길도다,

翁曰[옹왈]

長云長云[장운장운]

此長云乎[차장운호]

 

나그네의 이야기가

비록 길지만

한 낱말에 지나지 않으니

들을만 하지 못하다.”하니

나그네가 말하기를,

끝에 가서 진실로

지극히 기이한 이야기가 있으나,

쥐들이 다 오지 않았으니,

다만 물고라고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하니,

客談雖長[객담수장]

無異於辭也[무리어사야]

不足聽矣[부족청의].”

客曰[객왈]

末端固有極奇談

말단고유극기담]

而鼠來未畢故[이서래미필고]

姑言勿古耳[고언물고이].”

 

영감이 이미

그 긴 이야기를 허락하였으니

그치라 할 수도 없고

또 약속을 어기기도 어려워,

마침내 그 딸로

아내를 삼게 하였는데,

때때로 그 사위를 시켜

옛날이야기를 하라고 하면,

매양 물고를 말 하면

이야기를 막았으니,

영감이 죽을 때까지

그 물고란 말을

다 할 수 없었음을

세상에서 그 영감과

사위를 일컫기를,

긴 이야기의 영감과

물고 사위라 하였다.

已許其長談[옹이허기장담]

無以止之[무이지지] 

又難背約[우난배약]

遂以其女妻之[수이기녀처지]

時使其婿古談[시사기서고담]

則每以勿古塞之[매즉이물고색지]

語終翁之世[어종옹지세]

不盡勿古之言[부진물고지언]

仍稱其翁婿[잉칭기옹서]

爲長談翁勿古郞[위장담옹물고랑].

 

야사씨가 말하기를,

섭공이 용을 좋아하여

용을 그리는 자가 오고,

조문이 칼을 즐겨서

검객이 문에 가득하니,

주인 된 자의

좋아하는 바가 있으면

곧 기변자가

반드시 그 좋아하는 바로

인도하는지라

물고 신랑을

잘 쳐서 기묘하게

맞춘 사람이라 할 것이니,

이 또한 웃기는 이야기의

풍류가 아니겠는가!”라고 하였다.

野史氏曰[야사씨왈]

葉公好龍而畵龍者至

[섭공호룡이화룡자지]

趙文好劍而劍客盈門

[조문호검이검객영문]

爲主者有所好[위주자유소호]

變者[즉기변자]

必因其所好而導之

[필인기소호이도지]

勿古郞[물고랑]

可謂善激而[가위선격이]

奇中也[기중야]

其亦[기역]

滑稭之流也歟[골개지류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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