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土室環行[토실환행]

돌지둥[宋錫周] 2021. 12. 29. 08:12

토담집을 빙빙돌다.

土室環行[토실환행]

 

 

영남의 한 군사가

서울에서 번을 서고

달이 차서 고향으로 돌아가는데

발걸음이 충주에 이르러

날은 이미 저물어

시골의 한 집에서

붙여 자고자 하였는데,

그 집이 마침

큰 제사를 차리고 있어

 

嶺南一軍士[영남일군사]

立番于京[입지우경]

准朔還鄕[주삭환향]

行到忠州[행도충주]

日已向黑[일이향흑]

欲寄宿一村家[욕기숙일촌가]

其家方設神祀[기가방설신사]

 

 

완강히 거절하고 들이지 않아,

군사는 마침 울타리 밖에

폐허가 된 토굴 모양의 흙집에 있어

잠시 들어가 앉아 있는데,

조금 있으니한 여자가

많은 떡과 먹을 것과

물고기와 과일을

가만히 던져주며 말하기를

 

牢拒不納,[뇌거불납]

軍士適見籬外[군사적견리외]

有廢棄土宇[유폐기토우]

暫入坐[잠입좌]

少頃有一女子[소경유일여자]

多以餠食魚果[가이병식어과]

暗投曰[암투왈]

 

“석을개 아재가 오셨지요?”하니,

군사가 마음속으로 서로

사통하는 일이 있음을 알고,

이에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기를,

“와서 기다린지 오래니라.”하니,

여자가 말하기를,

“우선 이것으로

요기를 하신 후에,

잠시 기다려주셔요.”하니,

 

“石乙介叔來否[석을개숙래부]?”

軍士心認其有所私

군사심인기유소사]

乃低聲應曰[내저성응왈]

“來待久矣[내시구의].”

女曰[여왈]

“先喫此療飢後[선끽차요기후]

且待之[차대지].”

 

군사가 그것을 받아

배부르게 먹은 후에 생각하기를,

석을개란 자가 만약 온다면,

반드시 서로 받아들이지

못 할 것을 생각하며

숨을 죽이고 토실 한 모퉁이에

엎드려 있는데,

과연 한 남자가 와서는

 

軍士受而飽喫後[군사수이포끽후]

仍念[잉념]

石乙介者若來[석을개자약래]

必不相容[팔불상용]

仍屛息而潛伏於土室一隅

[잉병식이잠복어토실일우]

果有一男來[과유일남래]

 

 

가느다란 목소리로 묻기를,

“낭자는 나왔는가?”하면서

이내 들어와 앉더니

혼자 하는 말로,

“이제 밤이 깊어 가는데

왜 나오지 않지?”하는데

조금 있으니 그 여자가 또 와서,

 

細聲問曰[세성문왈]

“娘出來乎[낭출래호]?”

仍入坐而獨語曰[잉입좌이독어왈]

“今夜將闌[금야장란]

何不出來[하불출래]?”

俄而其女又到[아이기녀우도]

 

 

약간의 과일만 주거늘

그 남자가 꾸짖어 말하기를,

“너의 집 제사에 술과 떡이

반드시 많을 것인데

먹으라고 가져온 것이,

어찌 그리 조금만 가져왔으며

어찌 그리 늦었느냐?”하니,

 

餽以略干果物[궤이략간과물]

其人責之曰[기인처지왈]

“汝家神祀[여가신사]

酒餠必盛所饋[주병필성소궤]

何其薄略而出來[하기박략이출래]

又何遲遲也[우하지지야]?”

 

 

여자가 말하기를,

“아까 술과 고기와 과실을

많이 넣어주었고

지금 또 드리는데

무엇이 박하고

늦었다고 하시는거요?”하니,

그 남자가 말하기를,

“나는 방금 여기 왔는데

네가 주었다는 사람은

누구냐?”하며,

서로 따져 묻기를 몇 마디하고는,

그 남자가 말하기를,

“이 안에 반드시 딴 사람이 있다.

그런데 너는 나인 줄 잘못 알았으니,

마땅히 나와 네가 함께

그를 찾기로 하자.”하고는,

 

女曰[여왈]

“乃者厚投酒肉魚果

내자후투주육어과]

今又饋之[금우궤지]

何云薄且遲也[하운박차지야]?”

其人曰[기인왈];

“我纔到此[아재도차]

汝所與者誰也[여소여차수야]?”

相詰數語其人曰[상힐수어기인왈]

“此間必有他人[차문필유타인].

而汝誤認我[이여오인아]

則我當與汝共搜之.”

[즉아당여공수지]

 

 

마침내 두루두루

토실 안을 찾을 때

군사 역시 일어나

그들의 뒤를 따라가니,

세 사람이 빙빙 돌며

여러 차례 찾았으나

끝내 서로 만나지는 않았다.

그 남자는 마침내

그 여자와 즐거움을 서로 나누다

닭에 울자

그 남자는 먼저 나가고,

 

遂遍搜土室中[수편수토실중]

軍士亦起而隨後[군사역기이수후]

三人環回數次而終不相遇.

[삼인환회수차이종불상우]

其男子遂與講歡[기남자수여강환]

鷄鳴其男先出[계명기남선출]

 

여자가 그 뒤를 따라 나가려다가

혹시 다른 사람이 볼까 두려워

문에 기대어 밖을 엿보고 있는데,

군사가 뒤에서 끌어당겨

붙잡고 말하기를

“낭자가 다른 사람과 만나기로

기약하고 사통하는 것을

나에게 들켰으니

내가 온 이웃에 퍼뜨리겠으나,

만약 내 말을 들어준다면

말을 하지 않겠오.”하니,

 

女欲隨出而恐或人見

[여욕수출공혹인견]

倚門覘外[기문첨외]

軍士仍自後[군사잉자후]

執之曰[집지왈]

“娘與私人期會[앙여사인기회]

捉於我[견착어아]

我當播於四隣[아당피어사린]

若聽吾言[약청오언]

當不言矣[당불언의].”

 

 

여자가 마침내 그 말에 따르니

군사가

지극한 즐거움을 누리고 갔다.

 

女遂從之[여수종지]

軍士極歡而去矣[군사극환이거의]

 

그놈 참 !

 

禦眠楯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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