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담집을 빙빙돌다.
土室環行[토실환행]
영남의 한 군사가
서울에서 번을 서고
달이 차서 고향으로 돌아가는데
발걸음이 충주에 이르러
날은 이미 저물어
시골의 한 집에서
붙여 자고자 하였는데,
그 집이 마침
큰 제사를 차리고 있어
嶺南一軍士[영남일군사]
立番于京[입지우경]
准朔還鄕[주삭환향]
行到忠州[행도충주]
日已向黑[일이향흑]
欲寄宿一村家[욕기숙일촌가]
其家方設神祀[기가방설신사]
완강히 거절하고 들이지 않아,
군사는 마침 울타리 밖에
폐허가 된 토굴 모양의 흙집에 있어
잠시 들어가 앉아 있는데,
조금 있으니한 여자가
많은 떡과 먹을 것과
물고기와 과일을
가만히 던져주며 말하기를
牢拒不納,[뇌거불납]
軍士適見籬外[군사적견리외]
有廢棄土宇[유폐기토우]
暫入坐[잠입좌]
少頃有一女子[소경유일여자]
多以餠食魚果[가이병식어과]
暗投曰[암투왈]
“석을개 아재가 오셨지요?”하니,
군사가 마음속으로 서로
사통하는 일이 있음을 알고,
이에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기를,
“와서 기다린지 오래니라.”하니,
여자가 말하기를,
“우선 이것으로
요기를 하신 후에,
잠시 기다려주셔요.”하니,
“石乙介叔來否[석을개숙래부]?”
軍士心認其有所私
군사심인기유소사]
乃低聲應曰[내저성응왈]
“來待久矣[내시구의].”
女曰[여왈]
“先喫此療飢後[선끽차요기후]
且待之[차대지].”
군사가 그것을 받아
배부르게 먹은 후에 생각하기를,
석을개란 자가 만약 온다면,
반드시 서로 받아들이지
못 할 것을 생각하며
숨을 죽이고 토실 한 모퉁이에
엎드려 있는데,
과연 한 남자가 와서는
軍士受而飽喫後[군사수이포끽후]
仍念[잉념]
石乙介者若來[석을개자약래]
必不相容[팔불상용]
仍屛息而潛伏於土室一隅
[잉병식이잠복어토실일우]
果有一男來[과유일남래]
가느다란 목소리로 묻기를,
“낭자는 나왔는가?”하면서
이내 들어와 앉더니
혼자 하는 말로,
“이제 밤이 깊어 가는데
왜 나오지 않지?”하는데
조금 있으니 그 여자가 또 와서,
細聲問曰[세성문왈]
“娘出來乎[낭출래호]?”
仍入坐而獨語曰[잉입좌이독어왈]
“今夜將闌[금야장란]
何不出來[하불출래]?”
俄而其女又到[아이기녀우도]
약간의 과일만 주거늘
그 남자가 꾸짖어 말하기를,
“너의 집 제사에 술과 떡이
반드시 많을 것인데
먹으라고 가져온 것이,
어찌 그리 조금만 가져왔으며
어찌 그리 늦었느냐?”하니,
餽以略干果物[궤이략간과물]
其人責之曰[기인처지왈]
“汝家神祀[여가신사]
酒餠必盛所饋[주병필성소궤]
何其薄略而出來[하기박략이출래]
又何遲遲也[우하지지야]?”
여자가 말하기를,
“아까 술과 고기와 과실을
많이 넣어주었고
지금 또 드리는데
무엇이 박하고
늦었다고 하시는거요?”하니,
그 남자가 말하기를,
“나는 방금 여기 왔는데
네가 주었다는 사람은
누구냐?”하며,
서로 따져 묻기를 몇 마디하고는,
그 남자가 말하기를,
“이 안에 반드시 딴 사람이 있다.
그런데 너는 나인 줄 잘못 알았으니,
마땅히 나와 네가 함께
그를 찾기로 하자.”하고는,
女曰[여왈]
“乃者厚投酒肉魚果
내자후투주육어과]
今又饋之[금우궤지]
何云薄且遲也[하운박차지야]?”
其人曰[기인왈];
“我纔到此[아재도차]
汝所與者誰也[여소여차수야]?”
相詰數語其人曰[상힐수어기인왈]
“此間必有他人[차문필유타인].
而汝誤認我[이여오인아]
則我當與汝共搜之.”
[즉아당여공수지]
마침내 두루두루
토실 안을 찾을 때
군사 역시 일어나
그들의 뒤를 따라가니,
세 사람이 빙빙 돌며
여러 차례 찾았으나
끝내 서로 만나지는 않았다.
그 남자는 마침내
그 여자와 즐거움을 서로 나누다
닭에 울자
그 남자는 먼저 나가고,
遂遍搜土室中[수편수토실중]
軍士亦起而隨後[군사역기이수후]
三人環回數次而終不相遇.
[삼인환회수차이종불상우]
其男子遂與講歡[기남자수여강환]
鷄鳴其男先出[계명기남선출]
여자가 그 뒤를 따라 나가려다가
혹시 다른 사람이 볼까 두려워
문에 기대어 밖을 엿보고 있는데,
군사가 뒤에서 끌어당겨
붙잡고 말하기를
“낭자가 다른 사람과 만나기로
기약하고 사통하는 것을
나에게 들켰으니
내가 온 이웃에 퍼뜨리겠으나,
만약 내 말을 들어준다면
말을 하지 않겠오.”하니,
女欲隨出而恐或人見
[여욕수출공혹인견]
倚門覘外[기문첨외]
軍士仍自後[군사잉자후]
執之曰[집지왈]
“娘與私人期會[앙여사인기회]
見捉於我[견착어아]
我當播於四隣[아당피어사린]
若聽吾言[약청오언]
當不言矣[당불언의].”
여자가 마침내 그 말에 따르니
군사가
지극한 즐거움을 누리고 갔다.
女遂從之[여수종지]
軍士極歡而去矣[군사극환이거의]
그놈 참 !
禦眠楯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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