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황

題周景遊遊淸涼山錄後[제주경유유청량상록후]

돌지둥[宋錫周] 2024. 1. 25. 18:44

題周景遊遊淸涼山錄後[제주경유유청량상록후]

退溪 李滉[퇴계 이황]

주경유의 유청량산록 뒤에 쓰다.

 

半世心腸未鐵剛[반세심장미철강] : 반 평생의 심장은 철같이 굳세지 못하고 

仙山宿債久難償[선산숙채구난상] : 신선 산에 묵던 빛 오래도록 갚기 어렵네.

夢魂時復凌淸峭[몽혼시부릉청초] : 꿈속 넋 때맟춰 다시 맑고 엄하게 건너고

形役今猶墮軟香[형역금유타연향] : 육체 구속에 지금 오히려 연한 향 빠지네.

白入匡廬吟日照[백입광려음일조] : 이백은 여산에 들어가 비추는 해를 읊고

韓登華岳撼天光[한등화악감천광] : 한유는 화악애 올라 하늘 빛을 흔들었네.

巨編何幸投來看[거편하행투래간] : 뛰어난 작품 보내와 보니 어찌나 다행인가

千仞還疑共振裳[천인환의공진상] : 천 길을 다시 견주며 함께 바지를 떨치네.

 

周景遊[주경유] : 周世鵬[주세붕,1495-1554]의 자, 호는 愼齋신재], 南皐[남고],

   武陵道人[무릉도인], 巽翁[손옹], 安珦[안향]을 배향한 백운동서원을 건립.

   저서 竹溪誌[죽계지], 무릉잡고 등이 있다.

形役[형역] : 마음이 육체의 부리는 바가 된다는 뜻,

   精神[정신]이 물질의 지배를 받음.

匡廬[광려] : 廬山[여산], 江西省[강서성] 북부에 있는 명산.

華岳[화악] : 華山[화산], 韓愈[한유]가 이 산에 올라 華岳仙掌[화악선장]이라 함.

 

이 시는 퇴계가 주세붕의 「유청량산록」을 읽고 그 감상문을 적은 것.

퇴계가 풍기군수로 부임해 와 있을 때

주세붕의 청량산 유람록을 읽은 적이 있고,

1552년 서울에 올라와 있을 때 주세붕이

청량산 유람록을 고쳐서 퇴계에게 보내자

퇴계는 이에 대한 발문을 써서 주세붕에게 보냅니다.

이에 주세붕의 「유청량산록」은 완성이 되는데,

주경우는 이 완성본을 퇴계에게 다시 보내주었답니다.

 

퇴계의 위 시는 바로 이 완성본을 보고 쓴 것으로 1553년의 일이며

이 시는 퇴계의 호기로움이 많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가 어릴 때 이곳에서 글을 배운데서 알 수 있듯이,

청량산은 퇴계에게 유가적 심성을 도야하는 공간이었기에

곧 求道[구도]의 공간으로 삼았던 것이겠지요.

 

退溪先生文集卷之二[퇴계선생문집2권] 詩[시]

한국고전번역원ㅣ영인표점 한국문집총간ㅣ1989

李滉[이황 : 1501-1570] : 본관은 眞城[진성], 자는 景浩[경호],

  호는 退溪[퇴계], 退陶[퇴도], 陶搜[도수].

  주자성리학을 심화, 발전시킨 조선의 유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