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겨울

雪用東坡韻[설용동파운]

돌지둥[宋錫周] 2023. 4. 19. 02:28

雪用東坡韻[설용동파운]    李仁老[이인로]

'눈' 동파의 운을 쓰다.

 

霽色稜稜欲曉鴉[제색능릉욕효아] : 개인 기색 매서운 추위에 새벽 까마귀 온순한데 
雷聲陣陣逐香車[뇌성진진축향차] : 한바탕 진을 친 우레 소리 향기로운 수레 뒤쫓네. 
寒侵綠酒難生暈[한침록주난생혼] : 엄습한 추위에 맛 좋은 술 달무리 생기기 어렵고 
威逼紅燈未放花[위핍홍등미방화] : 붉은 등불을 위협하니 불꽃이 튀지도 않는구려.  
一掉去時知客興[일도거시지객흥] : 상앗대 하나에 때맞춰 가는 나그네 흥취를 알고 
孤煙起處認山家[고연기처인산가] : 외로운 연기 일어나는 곳이 산속 집인걸 안다네. 
閉門高臥無人到[폐문고와무인도] : 문을 닫고서 높이 누웠으니 이르는 사람도 없고  
留得筒錢任盡叉[유득통전임진차] : 통 안에 돈이 있는걸 알고 화차에게 모두 맡기네. 

 

東坡韻[동파운] : 동파 蘇軾[소식]의 雪後書北臺壁[설후서북대벽]의 詩韻[시운].

    蘇東坡詩集 卷12[소동파시집12권].

稜稜[능릉] : 모가 나고 쭈볐쭈뼛함, 추위가 몹시 심함, 매서운 추위.

綠酒[녹주] : 녹색의 술, 맛 좋은 술.

威逼[위핍] : 威脅[위협], 힘으로 으르고 협박함.

客興[객흥] : 晉[진] 나라 때 王徽之[왕휘지]가 큰 눈이 막 개고 달빛이 휘영청 밝은 것을 보고는

     홀로 술을 마시면서 左思[좌사]의 〈招隱詩[초은시]〉를 읊조리다가 흥에 겨워 배를 저어 

     剡溪[섬계]에 사는 친구 戴逵[대규]를 찾아 갔다가 그의 문전에서 다시 되돌아왔는데

     그 이유를 묻자 '乘興而行[승흥이행] : 흥이 일어 왔다가

     興盡而返[흥진이반] : 흥이 다하여 돌아가는 것이다. ’고 하였다 한다.

任盡叉[임진차] : 긴 자루 끝에 鐵叉[철차]를 끼운 것.

   소동파가 귀양가서 살 적에 매달 초하룻날 4천 5백 전을 가져다가

   30덩이로 잘라 대들보에 걸어두고 새벽에 화차로 당겨 취하여 썼다 함.

 

이 시로 소동파의 시풍을 충실하게 구현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동파의 시를 본받으려는 노력은 가히 인정할 만합니다 .

눈이 내린 날 새벽 산가의 풍경을 담담하게 그린 칠언율시로 麻[마]운.

수련은 눈 내린 날 새벽의 차가운 정경이다.

새벽 까마귀도 추위와 정적에 붙들려 적응하고,

새벽길 가는 사람의 수레바퀴가 눈 위에 우레 소리를 낸다.

함련에서 시인은 향기로운 수레를 타고 있는지

산가에 누워 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새벽의 차가운 기운은 술과 등불에까지 미쳐 있습니다.

차가운 술은 취기를 오르지 않게 하고

싸늘한 등불은 불꽃도 튀지 않기 때문이지요.

경련의 나그네는 무언가를 찾아 새벽 일찍 나섰는데,

멀리 눈 속에 파묻힌 산가의 연기가 보인다.

이렇게 눈 내린 날 새벽 경치를 담담하게 펼쳐놓은 다음에,

미련에서 시인은 문을 닫고 꿈쩍도 하지 않은 채 누워 있다.

소동파가 귀양 가서 들보에 돈을 매달아 놓고

긴 갈고리로 그것을 끌어다 썼다는 無爲[무위]의 경지를 부러워하면서,

자신도 그 흉내를 낸 것이지요.

눈 내린 새벽의 풍경을 담담하게 그리면서

고요한 마음을 감정의 노출 없이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오래 음미하여 ‘맛 이외의 맛’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東文選卷之十三[동문선13권]七言律詩[칠언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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