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夜書北臺壁[설야서북대벽]二首[2수] 蘇軾[소식]
눈 내리는 밤, 북대 벽에 쓰다.
其一
黃昏猶作雨纖纖[황혼유작우섬섬] : 해질녘까지 이슬비 부슬부슬 내리더니
夜靜無風勢轉嚴[야정무풍세전엄] : 바람 멎어 고요한 밤 찬 기운이 밀려오네.
但覺衾裯如潑水[단각금주여발수] : 이부자리가 물이라도 먹었는가 싶었더니
不知庭院已堆鹽[부지정원이퇴염] : 마당에 이미 하얀 눈이 내린 것을 몰랐네.
五更曉色來書幌[오경효색내허황] : 오경의 새벽 빛이 서재 안으로 들어오고
半夜寒聲落畵檐[반야한성낙화첨] : 한밤중의 찬 소리 처마 끝에서 들려오네.
試掃北臺看馬耳[시소북대간마이] : 눈을 쓸며 북대로 가 마이산을 바라보니
未隨埋沒有雙尖[미수매몰유쌍첨] : 두 봉우리 빼놓고는 모두 눈에 덮여있네.
其二
城頭初日始翻鴉[성두초일시번아] : 성 위로 해가 뜨자 갈까마귀 날기 시작하고
陌上晴泥已沒車[맥상청니이몰거] : 눈 녹은 진창길엔 수레가 가다 빠지고 마네.
凍合玉樓寒起粟[동합옥루한기속] : 반짝이는 추운 집 속에서 살에 소름 돋는데
光搖銀海眼生花[광요은해안생화] : 은빛 대지는 햇빛 속에 눈을 어지럽히네.
遺蝗入地應千尺[유황입지응천척] : 눈 속에서 메뚜기들 땅 속 깊이 들어가면
宿麥連雲有幾家[숙맥연운유기가] : 보리농사 풍년이라 말하는 집 몇이나 될까.
老病自嗟詩力退[노병자차시력퇴] : 늙고 병들어 시 짓는 힘 떨어짐 한탄하면서
空吟氷柱憶劉叉[공음빙주억유차] : 공연히 고드름 시 읊조리며 유차를 생각하네.
北臺[북대] : 超然臺[초연대]. 山東[사동] 諸城縣[제성현] 北城[북성]에 있다.
熙寧[희녕] 7년(1074) 동짓달, 蘇軾[소식]이 密州刺史[밀주자사]로 부임한 뒤
이듬해 諸城[제성] 서북쪽에 있던 무너진 대를 손봐서 다시 세웠다.
그 소식을 들은 아우 蘇轍[소철]은 《老子[노자]》에 나오는
‘雖有榮觀[수유영관] : 비록 영화로움이나 눈에 쏙 들어오는 보기 좋은 것을 보더라도
燕處超然[연처초연] : 모든 것에서 벗어나 편안히 근본에 머문다’라고 한 구절에서
‘超然[초연]’이란 두 글자를 따 형이 손봐 세운 누각의 이름으로 주었다.
纖纖[섬섬] : 가늘고 길고 아름다운 것, 예쁜 여인의 손, 여기서는 빗줄기.
衾裯[금주] : 이불과 속적삼, 이부자리, 이부자리 등을 돌봐주는 하녀, 남녀 간의 合歡[합환].
《詩經[시경] 召南[소남] 小星[소성]》에
‘抱衾與裯[포금여주] : 이부자리 떠나야 하니
寔命不猶[식명불유] : 팔자란 게 같지 않네’라고 하였다.
堆鹽[퇴염] : 東晉[동진]의 재상 謝安[사안]이 눈 내리는 날 어린 조카들을 불러놓고
날리는 눈을 무엇에 비유할 수 있는지 묻자 謝朗[사랑]이
“撒鹽空中差可擬[살염공중차가의] : 공중에 소금을 뿌린것 같습니다" 라고 하는 것을 듣고
謝道韞[사도온]이
“未若柳絮因風起[미약류서인풍기] : 버들개지가 바람에 날리는 것 같다고 하는 것보다 못합니다”
라고 했다고 한다. 世說新語[세설신어].
劉叉[유차] : 唐나라 元和[원화] 연간(806~820)에 활동한 시인, 상세한 인물정보는 전하지 않는다.
‘氷柱[빙주]’는 '雪車[설차]'와 함께 유차의 시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시의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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