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가

舟宿廣興倉下[주숙광흥창하]

돌지둥[宋錫周] 2024. 1. 15. 07:29

舟宿廣興倉下[주숙광흥창하]二更乘潮至雲陽渡[이경승조지운양도]

朴齊家[박제가]

광흥창 아래 배에서 묵다 이경에 조수를 타고 운양 나루에 이르러.

 

大船祈神喧咽咽[대선기신훤열열] : 큰 배에서 신에게 빌며 슬퍼 목 메어 시끄럽고

小船沽酒燈未滅[소선고주등미멸] : 작은 배에서는 술을 파느라 등불만 가물거리네.

檣背天低影纖月[장배천저영섬월] : 돛대 뒤의 낮은 하늘에 달빛의 자태는 가늘고

鼕鼕擊鼓無鼓節[동동격고무고절] : 둥둥둥둥 북을 쳐대니 북소리 절제함도 없구나.

解纜呼邪聲欲絶[해람호야성욕절] : 닺줄 풀고 옹헤야 소리에 소리만 건너려 하고

江邨女兒愁離別[강촌여아수리별] : 강마을의 여자 아이 떠나감에 시름겨워하네.

風急西南雁字裂[풍급서남안자렬] : 바람 세찬 서쪽 남쪽에 기러기 행렬 무너지고

長年三老衣百結[장년삼로의백결] : 오래 살아온 뱃사공은 옷을 백 번이나 기웠구나.

浦口潮生山似玦[포구조생산사결] : 포구에 밀물이 일어나며 산의 모습 패옥 같고

飛霜夜入孤篷缺[비상야입고봉결] : 서리 날리는 밤이 드니 모자란 거룻배 외롭네.

篷底湫深坐卧劣[봉저초심좌와렬] : 작은 배 바닥 낮고 깊어 겨우 앉은 듯 누우니

生涯備具情還悅[생애비구정환렬] : 생계를 온전히 갖춘 듯 정은 도리어 기쁘구나.

懸瓠閣柴帶燧鐵[현호각채대수철] : 집 울짱에 매달린 박에 쇠 부싯돌 두르고서

逶迤汲道通烟穴[위이급도통연혈] : 구불구불 물 긷는 길 연기 구멍처럼 통하네.

我欲手製輕舸一[아욕수제경가일] : 나는 손수 가벼운 배 하나를 만들고자 하여

中邊削木平如漆[중변삭목평여칠] : 속과 모퉁이 나무를 깍아서 고르게 옻칠했네.

點塵不令棲鬢髮[점진불명서빈발] : 좋지 않은 흠과 티끌 살쩍과 머리털에 깃들고

敗袽初無防隙决[패녀초무방극결] : 헐어 해진 옷 애초부터 터진 틈 막을 수 없네.

屛几帷牀遮曲折[병궤유상차곡절] : 병풍과 안석  평상 휘장으로 곡절을 가리고 

帆橫櫓縱皆新潔[범횡로종개신결] : 돛을 달고 노를 저으니 모두 새롭고 맑구나.

車馬於行屋於歇[거마어행옥어헐] : 수레와 말도 가려니 덮개도 따라 머물고

數口不愁妻孥挈[수구불수처노설] : 몇 않되는 식구 근심 않고 처와 자식 이끄네.

斜陽持曬網如雪[사양지쇄망여설] : 비스듬한 해에 기대어 쬐는 그물은 눈과 같아

竹外賣歸桃花鱖[죽외매귀도화궐] : 대숲 밖의 복숭아 꽃에 쏘가리 사서 돌아가네.

刊落士名入商列[간략사명입상렬] : 선비 이름 깎아 버리니 장사꾼들 줄지어 들고

往來江淮吳越[왕래강회여오월] : 양자강과 회수에 오와 월이 함께 왕래하네.

 

解纜[해람] : 출범.

呼邪[호야] : 어여차, 옹헤야, 힘을 합쳐 번갈아 내는 소리.

長年三老[장년삼로] : 뱃사공,  長年은 뱃머리에서 삿대로 뱃길을 이끄는 篙師[고사]요, 

   三老는 배의 고물에서 키를 잡는 艄工[소공]임.

汲道[급도] : 물을 길어 나르는 길.

曲折[곡절] : 구부러져 꺾임, 이런 저런 복잡한 사정이나 이유.

桃花鱖[도화궐] : 桃花流水鱖魚肥[도화유수궐어비] : 복사꽃 흐르는 물에 쏘가리가 살찐다.

江淮[강회] : 양자강과 회수.

吳越[오월] : 오나라와 월나라, 吳越同舟[오월동주].

 

貞蕤閣初集[정유각초집] 詩[시]

朴齊家[박제가 1750- 1805] : 자는 次修[차수]·在先[재선]·修其[수기],

   호는 楚亭[초정]·貞蕤[정유]·葦杭道人[위항도인]

   조선 후기 국가경제체제의 재건을 논했던 북학파의 일원.

   공리공담을 일삼던 주자학적 사상계와 풍수도참설에 비판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