答丁元珍[답정원진] 歐陽脩[구양수]
정원진에게 답하다.
春風疑不到天涯[춘풍의부도천애] : 봄 바람이 하늘 끝에 이르지 않나 의심하며
二月山城未見花[이월산성미견화] : 이월의 산위 성에는 꽃들이 보이지 않는구나.
殘雪壓枝猶有橘[잔설압지유유귤] : 남은 눈이 누른 가지엔 오히려 귤이 넉넉하고
凍雷驚筍欲抽芽[동설경숭욕추아] : 소나기 천둥에 놀란 죽순은 싹이 나오려 하네.
夜聞歸雁生鄉思[야문귀안생향사] : 밤에 듣는 돌아가는 기러기에 고향 생각 나고
病入新年感物華[병입신년감물화] : 새 해에 병이 들어도 만물이 화려함을 느끼네.
曾是洛陽花下客[증시낙양화하객] : 이전에 무릇 낙양에서 꽃 아래 나그네 였지만
野芳雖晚不須嗟[야방수만불수차] : 들의 꽃 비록 늦어도 모름지기 탄식하지 않네.
野芳[야방] : 들에 피는 꽃.
낙양에서 남쪽 지방 한 고을의 수장으로 좌천되어 온 시인,
변화무쌍한 자연의 조화를 바라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병든 몸으로 맞는 객지의 새봄,
현실에 대한 낙담과 앞날에 대한 기대가 뒤엉켜 마음이 심란하다.
2월이 되도록 花信[화신]이 없는 건
춘풍이 이곳 벽지까지 넘어오지 않은 탓이려니 싶어
소외감은 더 깊어 간다.
춘풍은 외지로 밀려난 관리가 고대하는 나라님의 훈훈한 은혜.
춘풍이 아예 끊어졌다는 단절감이 엄습할 즈음,
시인은 애써 위안거리를 찾아낸다.
잔설 덮인 가지에 매달린 귤,
추위를 견디고 싹 틔우려는 죽순에서 생기와 희망을 발견한 것이다.
고향 생각이 간절하고 병까지 얻은 몸이지만
지난날의 영화를 생각하면 춘풍은 기어이 올 것이라는 희망에 마음이 부푼다.
하니 ‘2월 산성에는 꽃이 피지 않았네’라던 초조한 기색이
마침내 ‘들꽃이 늦게 핀다고 한탄할 게 뭐 있으랴’는 느긋함으로 바뀐다.
연(聯)마다 시인의 감정 기복이 심하다.
소외감에서 출발하더니 한 가닥 희망을 거쳐 다시 타향살이의 쓸쓸함,
그리고 결국은 기대 어린 낙관으로 마무리되는 구조다.
스스로 안위를 찾으려는 좌천된 관리의 상실감과 불안이 엿보이는 노래이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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