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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題[무제]

돌지둥[宋錫周] 2022. 12. 5. 09:37

無題[무제]    王梵志[왕범지]

제목 없음.

 

吾富有錢時[오부유전시] : 내가 부유하여 때마침 돈이 넉넉하니

婦兒看我好[부아간아호] : 아내와 아이 나를 사이좋게 바라보네.

我若脫衣裳[아약탈의상] : 내가 만약에 웃 옷과 바지를 벗으면

與吾疊袍袄[여오첩포오] : 더불어 나의 웃옷과 도포를 포개었지.

吾出經求去[오출경구거] : 내가 나가 일찍 힘써 거두러 나가면

送吾卽上道[송오즉상도] : 나아가 길 위에서 나를 전송하였네.

將錢入舍來[장전입사래] : 또한 돈을 들고서 집으로 돌아오면

見吾滿面笑[견오만면소] : 나를 보며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네

繞吾白鴿旋[효오백합선] : 나를 둘러싸고 흰 비둘기처럼 돌고

恰似鸚鵡鳥[흡사앵무조] : 흡사 사람 말 흉내내는 앵무새 같네.

邂逅暫時貧[해후잠시빈] : 우연히 잠깐 사이에 가난을 만나니

看吾卽貌哨[간오즉모초] : 곧 비뚤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네.

人有七貧時[인유칠빈시] : 사람은 일곱번은 가난할 때가 있고

七富還相報[칠부환상도] : 일곱번은 부자로 서로 또 갚는다네.

圖財不顧人[도재불고인] : 재물 탐내어 사람은 돌보지 않으니

且看來時道[차간래시도] : 장차 깨닫고 돌아 올 때를 바라보리.

 

王梵志[왕범지 : 약 590-660]

禪僧[선승]이 시를 통해

대놓고 부유할 때와 가난한 경우를

대비한 예는 흔치 않습니다.

재물 앞에 각박해진 인정세태를

이렇듯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건

자신이 세속의 명리와는

동떨어진 승려였기에

가능했는지 모르지요.

재물이 있고 없음에 따라

가족조차도 나를 대하는 태도가

수시로 표변할 수 있으니

극도로 가난했다가

큰 재물로 보상받아

부유해지기도 하는 게 인생이련만

재물만 탐하느라

사람을 돌보지 않는 세태가

시인의 눈에는 안쓰럽고 딱해보이네요.

종교적, 교훈적 효과에 가려

시적 흥취가 다소 퇴색되긴 했지만

그의 시는 일상 대화처럼

쉽고 친근한 어휘와 어투가 특징이다.

이 때문에 당시 많은 사원에서

초학자의 학습용으로 활용했다고 한다.

옷이 없어 날 추위에 떨게 하고,

먹을 게 없어 날 굶주리게 하느니

하늘이여 그대에게 날 돌려줄 테니,

태어나지 않은 그때로 돌아가게 해주오’처럼

자유분방하고 기발한 발상,

해학미 넘치는 풍자 등으로 해서

‘梵志體[범지체]’가 생겼고,

寒山[한산], 王維[왕유], 白居易[백거이] 등

적지 않은 시인들이 이를 답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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