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落空江[조락공강] 李郢[이영]
아침에 피어 저녁에 지는 쓸쓸한 강.
片帆孤客晚夷犹[편범고객만이유] : 조각 돛배 외로운 나그네 다만 늦도록 걸터 앉아
紅蓼花前水驛秋[홍료화전수역추] : 붉은 여뀌 꽃들 앞에 수로의 역참은 가을이구나.
歲月方驚離別盡[세월방경리별진] : 세월에 함께 놀라 떨어져 헤어지며 다 없어지고
烟波仍駐古今愁[연파잉주고금수] : 안개와 물결 따르다 머무니 예나 지금 시름겹네.
雲陰故國山川暮[운음고국산천모] : 구름에 그늘진 오래된 고향 산과 내는 저무는데
潮落空江網罟收[조락공강망고수] : 아침에 쓸슬한 빈 강에서 그물과 어망을 거두네.
還有吴娃舊歌曲[환유오와구가곡] : 도리어 오지방 미인의 오래된 노래 곡조 있으니
棹聲遙散采菱舟[도성요산채릉주] : 마름을 캐는 배의 노 젓는 소리가 멀리 흩어지네.
朝落[조락] : 朝開暮落[조개모락], 아침에 피어 저녁에 떨어진다.
사람의 인생이 덧 없음을 비유.
李郢[이영] : 생몰불명, 長安[장안] 사람, 자는 楚望[초망], 大中年間[대중년간] 856년 진사 급제.
吴娃[오와] : 吳[오] 지방의 미인.
왠지 쓸쓸하고 적막한 풍경입니다.
조각배를 탄 나그네가
물가를 쉬 떠나지 못하는 것은
강가의 붉은 여뀌꽃 때문만은 아니요.
둘러보니 지나온 세월은 덧없고,
사랑하던 사람들은 다 떠났네.
산천은 자옥한 구름 속에
가뭇없이 저물고,
썰물 진 빈 강에서
어부들은 말없이 낮에 쳐둔
그물을 거둡니다.
환청인가 싶게
먼 데 노랫소리가
가냘프게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사공은 나를 빈 강가에 내려놓고
찌꺽찌꺽 노를 저어
저문 강 저편으로 사라진다.
청나라 때 金聖嘆[김성탄]이
'산천은 저무는데,
그물을 거둔다'고 한 5·6구를 읽고
이런 평을 남깁니다.
"하루가 끝난 뒤는
이와 같을 뿐이다.
일생이 끝난 뒤도
이와 같을 뿐이고,
한 시대가 끝난 뒤도
이와 같음에 지나지 않는다."
李德懋[이덕무]는 淸脾錄[청비록]에
김성탄의 평을 보고 또 평을 남겼다.
"내가 이 말을 듣고
망연자실 드러누워
천장을 우러러보며
드넓은 흉금에 감탄하였다." 했습니다.
하루가 이렇게 가고,
한 인생이 이렇게 가고,
한 시대도 이렇게
물러나는 것이니
목전의 일 앞에
一喜一悲[일희일비]하며
사생결단하던 다툼이
머쓱해집니다.
좀전의 노랫가락은
환청이었을까?
그는 아주 먼 길을 돌아서
처음 자리에 다시 섰습니다.
하지만 그런가?
어둠이 곧 찾아들겠지만,
금새 새벽이 옵니다.
사공은 부지런히 노를 저어
물가에 다시 배를 댈 게고,
어부는 힘차게
새 그물을 칠 것입니다.
고운 아가씨는 간밤의
슬픈 가락을 잊고
새 단장에 분주하리라.
이런 반복 속에서
長江大河[장강대하]와 같이
하루가, 일생이, 한 시대가
흘러왔습니다.
차분하고 담담하게
닫히고 열리는 한 시대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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