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만리,소식, 기타

朝落空江[조락공강]

돌지둥[宋錫周] 2022. 12. 7. 15:31

 

朝落空江[조락공강]  李郢[이영]

아침에 피어 저녁에 지는 쓸쓸한 강.

 

片帆孤客晚夷犹[편범고객만이유] : 조각 돛배 외로운 나그네  다만 늦도록 걸터 앉아

紅蓼花前水驛秋[홍료화전수역추] : 붉은 여뀌 꽃들 앞에 수로의 역참은 가을이구나.

歲月方驚離別盡[세월방경리별진] : 세월에 함께 놀라 떨어져 헤어지며 다 없어지고

烟波仍駐古今愁[연파잉주고금수] : 안개와 물결 따르다 머무니 예나 지금 시름겹네.

雲陰故國山川暮[운음고국산천모] : 구름에 그늘진 오래된 고향 산과 내는 저무는데 

潮落空江網罟收[조락공강망고수] : 아침에 쓸슬한 빈 강에서 그물과 어망을 거두네.

還有吴娃舊歌曲[환유오와구가곡] : 도리어 오지방 미인의 오래된 노래 곡조 있으니

棹聲遙散采菱舟[도성요산채릉주] : 마름을 캐는 배의 노 젓는 소리가 멀리 흩어지네.

 

朝落[조락] : 朝開暮落[조개모락], 아침에 피어 저녁에 떨어진다. 

      사람의 인생이 덧 없음을 비유.

李郢[이영] : 생몰불명, 長安[장안] 사람, 자는 楚望[초망], 大中年間[대중년간] 856년 진사 급제.

吴娃[오와] : 吳[오] 지방의 미인.

 

왠지 쓸쓸하고 적막한 풍경입니다.

조각배를 탄 나그네가

물가를 쉬 떠나지 못하는 것은

강가의 붉은 여뀌꽃 때문만은 아니요.

둘러보니 지나온 세월은 덧없고,

사랑하던 사람들은 다 떠났네.

산천은 자옥한 구름 속에

가뭇없이 저물고,

썰물 진 빈 강에서

어부들은 말없이 낮에 쳐둔

그물을 거둡니다.

환청인가 싶게

먼 데 노랫소리가

가냘프게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사공은 나를 빈 강가에 내려놓고

찌꺽찌꺽 노를 저어

저문 강 저편으로 사라진다.

청나라 때 金聖嘆[김성탄]이

'산천은 저무는데,

그물을 거둔다'고 한 5·6구를 읽고

이런 평을 남깁니다.

"하루가 끝난 뒤는

이와 같을 뿐이다.

일생이 끝난 뒤도

이와 같을 뿐이고,

한 시대가 끝난 뒤도

이와 같음에 지나지 않는다."

李德懋[이덕무]는 淸脾錄[청비록]에

김성탄의 평을 보고 또 평을 남겼다.

"내가 이 말을 듣고

망연자실 드러누워

천장을 우러러보며

드넓은 흉금에 감탄하였다." 했습니다.

하루가 이렇게 가고,

한 인생이 이렇게 가고,

한 시대도 이렇게

물러나는 것이니

목전의 일 앞에

一喜一悲[일희일비]하며

사생결단하던 다툼이

머쓱해집니다.

좀전의 노랫가락은

환청이었을까?

그는 아주 먼 길을 돌아서

처음 자리에 다시 섰습니다.

하지만 그런가?

어둠이 곧 찾아들겠지만,

금새 새벽이 옵니다.

사공은 부지런히 노를 저어

물가에 다시 배를 댈 게고,

어부는 힘차게

새 그물을 칠 것입니다.

고운 아가씨는 간밤의

슬픈 가락을 잊고

새 단장에 분주하리라.

이런 반복 속에서

長江大河[장강대하]와 같이

하루가, 일생이, 한 시대가

흘러왔습니다.

차분하고 담담하게

닫히고 열리는 한 시대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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