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봄

答丁元珍[답정원진]

돌지둥[宋錫周] 2024. 3. 27. 06:44

答丁元珍[답정원진]  歐陽脩[구양수]

정원진에게 답하다.

 

春風疑不到天涯[춘풍의부도천애] : 봄 바람이 하늘 끝에 이르지 않나 의심하며

二月山城未見花[이월산성미견화] : 이월의 산위 성에는 꽃들이 보이지 않는구나.

殘雪壓枝猶有橘[잔설압지유유귤] : 남은 눈이 누른 가지엔 오히려 귤이 넉넉하고

凍雷驚筍欲抽芽[동설경숭욕추아] : 소나기 천둥에 놀란 죽순은 싹이 나오려 하네.

夜聞歸雁生鄉思[야문귀안생향사] : 밤에 듣는 돌아가는 기러기에 고향 생각 나고

病入新年感物華[병입신년감물화] : 새 해에 병이 들어도 만물이 화려함을 느끼네.

曾是洛陽花下客[증시낙양화하객] : 이전에 무릇 낙양에서 꽃 아래 나그네 였지만

野芳雖晚不須嗟[야방수만불수차] : 들의 꽃 비록 늦어도 모름지기 탄식하지 않네.

 

野芳[야방] : 들에 피는 꽃.

 

낙양에서 남쪽 지방 한 고을의 수장으로 좌천되어 온 시인,

변화무쌍한 자연의 조화를 바라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병든 몸으로 맞는 객지의 새봄,

현실에 대한 낙담과 앞날에 대한 기대가 뒤엉켜 마음이 심란하다.

2월이 되도록 花信[화신]이 없는 건

춘풍이 이곳 벽지까지 넘어오지 않은 탓이려니 싶어

소외감은 더 깊어 간다.

춘풍은 외지로 밀려난 관리가 고대하는 나라님의 훈훈한 은혜.

춘풍이 아예 끊어졌다는 단절감이 엄습할 즈음,

시인은 애써 위안거리를 찾아낸다.

잔설 덮인 가지에 매달린 귤,

추위를 견디고 싹 틔우려는 죽순에서 생기와 희망을 발견한 것이다.

고향 생각이 간절하고 병까지 얻은 몸이지만

지난날의 영화를 생각하면 춘풍은 기어이 올 것이라는 희망에 마음이 부푼다.

하니 ‘2월 산성에는 꽃이 피지 않았네’라던 초조한 기색이

마침내 ‘들꽃이 늦게 핀다고 한탄할 게 뭐 있으랴’는 느긋함으로 바뀐다.

연(聯)마다 시인의 감정 기복이 심하다.

소외감에서 출발하더니 한 가닥 희망을 거쳐 다시 타향살이의 쓸쓸함,

그리고 결국은 기대 어린 낙관으로 마무리되는 구조다.

스스로 안위를 찾으려는 좌천된 관리의 상실감과 불안이 엿보이는 노래이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