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김삿갓]

屋之[옥지] 金炳淵[김병연]

돌지둥[宋錫周] 2016. 5. 9. 09:39

 

 

          屋之[옥지]     金炳淵[김병연]            지붕에 올라

 

屋之上之登之[옥지상지등지] : 지붕 위에 올라 가서

鳥之雛之執之[조지추지집지] : 새의 새끼 잡으려 하다가

瓦之落之破之[와자락지파지] : 기와가 떨어져 깨지니

師之怒之撻之[사지노지달지] : 스승님 노하셔 종아리치시네.

 

김삿갓이 가장 어린 나이에 지은 한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

 

 병연의 어머니는 비록 조상님의 한순간의 판단 실수로 집안이 몰락하였지만,

자식들 만큼은 세상에 나아가 떳떳하게 살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멀리 강원도 영월 산골로 이사를 갔지요.

가난한 살림에도 그의 어머니는 병연을 서당에 보내 글공부를 시킵니다.

병연의 나이 10살 전후 무렵일 겁니다.

워낙 가난한 집안인지라 먹는 게 부실하여 병연은 키도 작고 여위어 나이보다 더 어려보였습니다.

같이 공부하는 서당의 다른 학동들에 비하면 아주 어린아이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병연은 글공부에 특출한 재주가 있었고, 마음씨도 착하여 훈장님의 총애를 한몸에 받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다른 학동들은 병연을 시기하고 질투하고 못살게 굴게 되었지요.

"나이도 어리고 서당에도 나중에 들어 온 꼬맹이가 선생님의 귀염을 받아?"하면서

 

햇빛이 따사로운 봄 날, 하루는 훈장님이 이웃마을 첨지네 회갑연에 초대를 받아 갔습니다.

"이 놈들, 나 없을 때 장난질 하지 말고, 조용히 글공부나 잘하고 있거라."

그러나 훈장님이 서당을 나서자 마자 방안에서는 학동들의 장난이 시작되고, 병연을 놀리기 시작했습니다.

병연은 참다 못해 서당 바로 뒤에 있는 양지바른 언덕배기에 올라 훈장님 오시기를 기다렸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기다리다 지쳐 꾸벅구벅 졸고 있는데, 어디선가 요란하게 참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났습니다.

눈을 돌려보니 바로 서당의 기와지붕 위에 어미 참새와 새끼 참새들이 어울려 놀고 있었습니다.

새끼 참새들은 아직도 부리가 노랗고 날지를 못하여 기와지붕 위를 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불현듯 병연은 그 참새 새끼를 잡고 싶어졌습니다.

병연은 다행히 서당의 지붕이 낮아 언덕에서 훌쩍 뛰어 지붕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지붕에 오른 병연은 살금살금 다가가 참새 새끼를 마악 잡으려는데

그만 발이 미끄러져 기왓장 하나가 땅으로 떨어지면서 "꽈당" 소리를 냈습니다.

그때까지 방안에서 시끄럽게 장난질 치던 학동들이 밖으로 나와보니 병연이 지붕위에 있는 게 아닙니까.

드디어 병연이 훈장님께 매를 맞고 혼날것을 상상하며 고소하게 생각했습니다.

 

훈장님이 돌아오셔서 기왓장 깨진 사실을 알고 학동들을 모아 놓고,

"어떤 놈 짓이야. 누가 그랬어. 좋은 말할 때 앞으로 나와라."하시며

덩치 큰 학동들 쪽을 바라보고는 어른 팔뚝만한 회초리를 골라 잡으셨습니다.

서당에는 회초리를 가느다란 것 부터 굵은 것까지 여러개를 미리 만들어 걸개에 걸어두고 있었습니다.

마치 요즘의 칼 걸이나 대금 걸이 처럼 생겼었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중 가장 가냘프고 나이 어리고 가장 귀여워 해주는 병연이 눈물을 글썽이며 앞으로 나서는 게 아니겠습니까.

훈장님은 속으로 앗차 싶었습니다. 이러 줄 알았으면 회초리를 작은 것을 집을 것을...하고.

그러나 이미 뱉은 말이니 거둘수도 없고 하여, 준엄한 표정으로,

"아니, 병연이 네가 깼다고? 좋아. 종아리를 겉어 올려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병연은 울먹이며 잠뱅이 바지를 걷어 올려 훈장님 앞에 섰습니다.

훈장님이 병연의 종아리를 보니 가느다란게 회초리 보다 더 하니, 차마 때릴수가 없었습니다.

잠시 멈칫한 순간에 기발한 생각이 떠 오른 훈장님,

"좋다. 병연이 네가 기왓장을 깼으니 으당 벌을 받아야 하지만,

이곳은 글 공부하는 서당인 만큼 내가 운자를 부를 터이니 글을 지어라.

만약 글을 짓지 못하면 그때는 회초리로 매를 맞아야 하느니라. 어떠냐. 해보겠느냐?"

"네, 훈장님." 병연은 모기소리만하게 대답했습니다.

"좋다. 갈 지(之)자 운을 넣어 글을 지어보거라!"

이래서 그 유명한 "옥지(屋之)"라는 시가 생겨납니다.

훈장님은 병연의 이 시를 보고 '그럼, 그렇지"하면서 회초리를 거두었다고 전합니다.

 

다른 학동들은 실망이 컸구요.

 

글 퍼온 곳 : 다음카페 여민락, 글쓴이 : 설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