哀桂娘[애계랑] 許筠[허균]
계랑을 슬퍼하며
桂生扶安娼也[계생부안창녀]
工詩解文[공시해문]又善謳彈[우선구탄]
性孤介不喜淫[성고개불희음]
余愛其才[여애기재]交莫逆[교막역]
雖淡笑狎處[수담소압처]
不及於亂[불급어난]故久而不衰[고구이불쇠]
今聞其死[금문기사]爲之一涕[위지일체]作二律哀之[작이률애지]
桂生[계생]은 扶安[부안] 기생인데,
시에 능하고 글도 이해하며 또 노래와 거문고도 잘했다.
그러나 천성이 고고하고 개결하여 음탕한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그 재주를 사랑하여 교분이 막역하였으며
비록 담소하고 가까이 지냈지만
함부로하는 것엔 미치지 않았기 때문에 오래가도 시들지 않았다.
지금 그 죽음을 듣고 한 차례 눈물을 뿌리고서 율시 2수를 지어 슬퍼한다.
妙句堪擒錦[묘구감금금] : 오묘한 글귀 아름답게 사로잡아 평정하고
淸歌解駐雲[청가해주운] : 맑은 노래에 머무르는 구름이 흩어지네.
偸桃來下界[투도래하계] : 복숭아를 훔치고서 사람들 세상에 와서
竊藥去人群[절약거인군] : 선약을 훔쳤던가 사람 무리를 버렸구나.
燈暗芙蓉帳[등암부용장] : 부용 연꽃의 장막에 등잔불은 어둑하고
香殘翡翠裙[향잔비취군] : 비취색 치마에 향기로움만 남았있구나.
明年小桃發[명년소도발] : 내년에는 짧게나마 복숭아 꽃 피어날제
誰過薜濤墳[수과설도분] : 설도의 무덤을 어느 누구와 들려볼까나.
凄絶班姬扇[처절반희선] : 처량하게 끝나버린 반첩여의 부채에다
悲涼卓女琴[비량탁여금] : 슬프고 외로운 탁문군의 거문고로구나.
飄花空積恨[표화공적한] : 나부끼는 꽃에 쌓인 원망도 부질없고
衰蕙只傷心[쇠혜지상심] : 시들은 혜초(난초) 다만 마음만 상하네.
蓬島雲無迹[봉도운무적] : 봉래산에는 구름의 자취도 없는데다
滄溟月已沈[창명월이침] : 아득한 큰바다에 달은 이미 잠기었구나.
他年蘇小宅[타년소소댁] : 다른 해에 소소의 집에는
殘柳不成陰[잔류불성음] : 남은 버드나무 그늘을 이루지 못하네.
偸桃[투도] : 西王母[서왕모]가 仙桃[선도 : 신선의 복숭아] 7개를 가지고 와서
漢 武帝[한 무제]에게 5개를 주고 2개는 자기가 먹었는데,
한 무제가 그 씨를 심으려 하자 서왕모가 “이 복숭아 나무는
3천 년에 한 번 개화하고 3천 년 만에야 열매가 맺는다.
이제 이 복숭아 나무가 세 번 열매를 맺었는데,
동방삭이 이미 3개를 훔쳐갔다.” 하였다. 漢武故事[한무고사]
竊藥[절약] : 羿[예]가 서왕모에게서 불사약을 얻어다 놓고 미처 먹지 못하고
집에 둔 것을 그의 처 姮娥[항아]가 훔쳐 먹고 신선이 되어
달로 달아나 月精[월정]이 되었다고 한다. 淮南子[추남자] 覽冥訓[남명훈]
薜濤[설도] : 당 나라 중기의 名妓[명기]. 음률과 시사에 능하여
항상 元稹[원진], 白居易[백거이], 杜牧[두목] 등과 唱和[창화]하였다.
이 시에서는 桂生[계생]을 이에 비유.
班姬[반희] : 漢 成帝[한 성제]의 궁인 班婕妤[반첩여].
성제의 사랑을 받았는데 趙飛燕[조비연]에게로 총애가 옮겨가자
참소당하여 長信宮[장신궁]으로 물러가 太后[태후]를 모시게 되었다.
이때 자신의 신세를 소용 없는 秋扇[추선 : 가을 부채]에 비겨 읊은
怨歌行[원가행]을 지었다. 漢書 卷97[한서97권] 列女傳[열녀전].
卓女[탁여] : 指漢卓文君[지한탁문군], 卓文君[탁문군],
漢[한] 나라 蜀郡[촉군] 臨邛[임공]의 부자 卓王孫[탁왕손]의 딸.
과부로 있을 때 司馬相如[사마상여]의 거문고 소리에 반해서
그의 아내가 되었는데 후에 사마상여가 茂陵[무릉]의 여자를
첩으로 삼자 白頭吟[백두음]을 지어 자기의 신세를 슬퍼함.
蓬島[봉도] : 蓬萊山[봉래산].
蘇小[소소] : 蘇小小[소소소], 南齊[남제] 때 錢塘[전당]의 名妓[명기]의 이름.
전하여 기생의 범칭으로 쓰인다. 蘇小小歌[소소소가] 또는 同心歌[동심가]가 유명.
惺所覆瓿稿卷之二[성소부부고2권]詩部二[시부 2] / 病閑雜述[병한잡술]
許筠[허균 : 1569-1618] : 자는 端甫[단보], 호는 蛟山[교산], 鶴山[학산], 惺所[성소], 白月居士[백월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