放言[방언]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함부로 지껄이다
眇將一粟身[묘장일속신] : 므릇 작은 좁쌀같은 몸 하나로
復何心懵憧[부하심몽동] : 어찌 다시 어리석은 마음 동경할까 ?
百年只一息[백년지일식] : 백년이라 겨우 잠시 사는것인데
萬事猶倥傯[만사유공총] : 만사는 오히려 괴롭게 바쁘네.
旣得還恐失[기득환공실] : 이미 얻은것 다시 잃을까 두려우니
奚暇尊周孔[해가존주공] : 어찌 한가히 주공과 공자를 공경할까 ?
有人早歸休[유인조귀휴] : 어떤 사람이 일찍 돌아와 쉬는데
視彼同蠛蠓[시피동멸몽] : 그를 보니 등에와 한가지로구나.
溪聲激潺湲[계성격잔원] : 시냇물 소리 맑게 졸졸 흐르며
山色聳巃嵷[산색용롱종] : 산의 경치 가파르고 우뚝 솟았네.
雖云縱性遊[수운종성유] : 비록 멋대로 노는 성풍이라지만
非禮卽勿動[비례즉물동] : 곧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네.
幽軒竹數竿[유헌죽수간] : 그윽한 집엔 몇 그루의 대나무
小庭花萬種[소정화만종] : 작은 뜰에는 많은 꽃을 심었네.
看竹復看花[간죽부간화] : 대나무 바라보다 다시 꽃을 보니
亦是一榮寵[역시일영총] : 이 또한 하나의 영화와 은혜로다.
洞口雲自生[동구운자생] : 동네 어귀엔 구름 절로 피어나고
石眼泉自湧[석안천자용] : 돌 구멍에서 샘이 절로 솟아나네.
逍遙復逍遙[소요부소요] : 슬슬 거닐다가 다시 슬슬 거닐며
俛仰歌垂拱[부앙가수공] : 숙여보고 우러러보며 팔짱끼고 노래하네.
顓孫學干祿[전손학간록] : 전손은 공자께 녹을 구하는 법을 배우며
唯恐其不迨[유공기부태] : 오직 성취하지 못할까 두려워했다네.
干祿心旣切[간록심기절] : 녹을 구하는 마음 이미 절박하거늘
何知寡尤悔[하지과우회] : 어찌 잘못과 뉘우침 적음을 알겠는가.
言行苟無愧[언행구무괴] : 말과 행동에 진실로 부끄러움 없다면
穀亦不外待[곡역부외대] : 복록 또한 남에게 기대지 않으리라.
外待何人期[외대하인기] : 남에게 의지하니 어떤 사람 기약하리오
天祿棄不採[천록기부채] : 하늘이 주는 복을 버리고 택하지 않네.
犢角抽東軒[독각추동헌] : 송아지 뿔이 동쪽에 높이 솟아나
乃知生竹筍[내지생죽순] : 이에 죽순이 올라옴을 알겠노라.
竊期長且大[절기장차대] : 남몰래 바라기는 길고 또 크게되어
作竿釣蛟蜃[작간조교신] : 낚시대 만들어 교룡과 이무기 낚으리라.
一夜盜折去[일야도절거] : 하룻 밤에 도둑이 꺾어 갔으니
此計還可哂[차계환가신] : 이 계획이 도리어 우습게 되었구나.
於斯有一玉[어사유일옥] : 여기에 옥이 하나 있나니
久向匵中韞[구향독중온] : 오랫동안 상자 속에 감추어졌네.
光輝耀天地[광휘요천지] : 아름답운 빛이 천지에 빛나니
炯炯不敢隱[형형부감은] : 밝은 빛 감히 숨기지 못하네.
何用沽於世[하용고어세] : 어찌 그것을 세상에서 구할 필요 있는가?
聲已聞遠近[성이문원근] : 명성은 이미 멀리서 가까이서 들리네.
爲人性疏散[위인성소산] : 사람 되는 천성이 탐탁지 못하니
於事太多懶[어사태다라] : 일마다 게으름이 너무 많구나.
山月有燈燭[산월유등촉] : 산의 달빛에 등과 촛불이 있고
松風有絃管[송풍유현관] : 솔 바람에 관악과 현악이 있다네.
閑中經數卷[한중경수권] : 한가함 속에 여러 권의 경서와
渴來茶七椀[갈래다칠완] : 목이 마르면 일곱 사발의 차를 마시네.
心當遊此樂[심당유차락] : 마음은 마땅히 이런 즐거움 즐기는데
何暇較長短[하가교장단] : 어찌 한가히 길고 짧음 견주리오.
稚松移種庭[치송이종정] : 어린 소나무 뜰에 옮겨 심고
禁人使勿翦[금인사물전] : 사람들 금하고 자르지 말라 시켰네.
亭亭漸百尺[정정점백척] : 우뚝 솟아나 백 자나 자라고
鱗甲鎖苔蘚[인갑쇄태선] : 비늘 같은 껍질엔 이끼를 가두었네.
枝長葉復密[지장엽부밀] : 긴 가지엔 잎이 겹쳐 빽빽하고
日夜聞鶴喘[일야문학천] : 밤낮으로 학의 숨소리 들리네.
幾時生茯苓[기시생복령] : 어느 때에나 복령이 생겨나서
薄採貢玉輦[박채공옥련] : 대그릇에 캐어 옥련(임금)께 바칠까
與人延頹齡[여인연퇴령] : 사람에게 주어 쇠한 나이도 늘이고
壽與天不殄[수여천부진] : 목숨과 더불어 천성도 병들지 않으리라.
倘未生茯苓[당미생복령] : 혹시 복령이 생기지 않아도
歲寒姿亦善[세한자역선] : 세한의 자태 또한 훌륭하리라.
春風無私心[춘풍무사심] : 봄 바람은 사사로운 마음이 없으니
普被於大小[보피어대소] : 널리 베푸니 크거나 작거나 의지하네.
啓口動群蟄[계구동군칩] : 관문을 열어 벌레 무리들 움직이고
弄舌啼百鳥[농설제백조] : 혀를 놀리어 모든 새들 울게하네.
桃李偃短墻[도이언단장] : 복사꽃 오얏꽃 작은 담장에 나부끼고
芙蓉泛碧沼[부용범벽소] : 부용 연꽃 푸른 연못에 뜨는구나.
時雨好風俱[시우호풍구] : 때맞춰 오는 비와 함께하니 좋고
大平從此肇[대평종차조] : 큰 평안은 이에 시작되어 나가네.
山人樂舞蹈[산인락무도] : 산 사람들 춤추고 따르며 즐기고
浩浩歌窈窕[호호가요조] : 호방하게 요조장을 노래하네.
豈獨春風然[개독춘풍연] : 어찌 다만 봄바람만 그러할까
聖化流億兆[성화류억조] : 성인의 교화도 만민에게 전하리라.
幽齋靜且深[유재정차심] : 그윽한 집은 깊고 또한 고요하여
寓形堪送老[우형감송노] : 몸을 맡겨 노년을 보내기 낫구나.
萬事奚足務[만사해족무] : 만사에 어찌 충족히 힘쓰겠는가
一閑是所寶[일한시소보] : 잠시 한가함이 곧 보배이로구나.
門無車馬喧[문무차마훤] : 문에는 시끄러운 마차도 없는데
衣裳肯顚倒[의상긍전도] : 의복을 위와 아래 뒤바꿔 입으리오.
莫罪步世表[막죄보세표] : 세상 바깥 헤아린다 탓하지 말라
是亦一種道[시역일종도] : 이것 또한 오로지 도를 펴는것이리라.
自古此流多[자고차류다] : 예부터 이런 계층이 많았으니
巢許可訂考[소허가정고] : 소부와 허유 가히 본받아 성취하리라.
考槃亦有人[고반역유인] : 은거하며 사는 사람 또한 많으니
不惟吾獨好[부유오독호] : 오직 나만이 즐겨함은 아니로다.
汲盡東溟水[급진동명수] : 동쪽 바닷 물 다 길러내어도
利欲垢難澡[이욕구난조] : 탐욕의 때는 씻어 내기 어렵구나.
帚盡大山木[추진대산목] : 큰 산의 나무로 다 비를 만들어도
名路塵難掃[명로진난소] : 명예 길의 더러움은 쓸기 어렵네.
然則吾奈何[연칙오내하] : 그렇다면 곧 나는 어찌해야하나 ?
落落從素抱[낙낙종소포] : 남과 어울리지 않고 질박한 마음으로 나아가리.
吟罷竹窓靜[음파죽창정] : 시읊기 마치니 대나무 창가 고요하고
山雨洒庭草[산우쇄정초] : 산의 비가 뜰의 풀숲에 뿌리네.
直上南山頭[직상남산두] : 바로 남산 꼭대기로 올라서
騁目驅萬像[빙목구만상] : 눈이 이르는곳 만가지 형상을 몰아보네.
日月低回腰[일월저회요] : 해와 달이 기슭에 낮게 돌이가니
乾坤括分掌[건곤괄분장] : 하늘과 땅 손바닥에 나누어 궁구하네.
胸次豁爾遠[흉차활이원] : 가슴 속은 뚫린 골짜기 같이 심오하고
怳爲登仙想[황위등선상] : 황홀하기가 신선되어 오르는것 같네.
神飆產石竇[신표산석두] : 신운의 폭풍이 돌 틈에서 일어나니
身輕骨亦爽[신경골역상] : 몸은 가볍고 뼈 또한 상쾌하구나.
斯游不易得[사유부이득] : 이런 놀이는 쉽게 얻지 못하리니
放蕩恣偃仰[방탕자언앙] : 방탕하게 제멋대로 한가하게 쉰다네.
向晚興盡回[향만흥진회] : 늦도록 누리다 흥이 다해 돌아오니
白雲生藤杖[백운생등장] : 흰 구름 등나무 지팡이에 이는구나.
有客趁暮來[유객진모래] : 어떤 손님 뒤 따라 저물어 찾아 오니
皤皤白頭叟[파파백두수] : 희고 흰 백발 머리의 노인이로다.
行裝一筇杖[행장일공장] : 행장은 대나무 지팡이 하나 뿐
衣破半露肘[의파반로주] : 의복은 찢어져 팔뚝이 반이나 드러나네.
我問從何方[아문종하방] : 내가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니
遙指靑山後[요지청산후] : 멀리 푸른 산의 뒤를 가르키네.
碩大固無匹[석대고무필] : 몸집이 굵고 커 분명 짝이 없으니
塞淵端寡偶[새연단과우] : 곤궁한 근본 바르게 짝하여 돌보리라.
心知非常輩[심지비상배] : 마음에 평범한 무리 아닌 것 같아
斂容恭俛首[염용공부수] : 몸가짐 조심히 공손히 머리 숙이네.
引坐松筠軒[인좌송균헌] : 이끌어 소나무 대나무 난간에 앉히고
翦韭復釃酒[전구부시주] : 부추 베어내고 다시 술을 걸렀네.
相與期酩酊[상여기명정] : 서로 더불어 술 취하기로 약속하여
酬酢不停手[수작부정수] : 잔을 돌리느라 손을 멈추지 않았네.
醉來放志意[취래방지의] : 취하게 되어 사사로운 마음 버리니
孰知孰無咎[숙지숙무구] : 누가 알리오 누구나 허물이 없음을
客起歌且舞[객기가차무] : 손님이 일어나 노래하며 또 춤추니
我坐亂擊缶[아좌란격부] : 나는 앉아 함부로 질장구 두드리네.
歌舞旣云罷[가무기운파] : 노래와 춤을 다 끝내고 마치니
明月生甕牗[명월생옹용] : 밝은 달이 담장에 항아리처럼 나오네.
我倒客亦去[아도객역거] : 나는 넘어지고 손님도 또한 가고나니
淸風動槁柳[청풍동고류] : 맑은 바람에 여윈 버드나무 흔들리네.
韜晦隱山阿[도회은산아] : 종적을 감추고자 산 언덕에 숨으니
蕭然情慮淡[소연정려담] : 쓸쓸하지만 마음과 생각은 맑구나.
囊無一粒粟[낭무일립속] : 자루에는 좁쌀 한 낟알 없어도
固窮無斯濫[고궁무사람] : 곤궁함 겪어내 천하게 탐하지 않으리라.
世事自隆替[세사자륭체] : 세상 일은 저절로 성하고 쇠하여도
至樂何增減[지락하증감] : 지극한 즐거움이야 어찌 변하리오.
積中必形外[적중필형외] : 마음에 쌓이면 반드시 밖으로 드러나니
周旋凜儀範[주선름의범] : 참된 행동과 의젓한 태도 본받으리라.
彼其碌碌輩[피기록록배] : 어찌 저 호락호락한 무리들은
不麾自不犯[불휘자불범] : 가르키지 않으면 스스로 이기지 못하네.
邈焉千古懷[막언천고회] : 아득히 먼 옛날을 생각하며
默默倚雲檻[묵묵의운함] : 말없이 고요히 구름 난간에 의지하네.
苦厭人間強迎送[고염인간강영송] : 괴롭고 싫은 인간 억지로 맞고 보내려니
抽此形骸臥碧洞[추차형해와벽동] : 이 몸과 뼈를 없애고 푸른 골짜기에 누웠네.
是非榮辱於吾何[시비영욕어오하] : 시비와 영욕이 나에게 어찌 있으리오
松風吹破槐陰夢[송풍취파괴음몽] : 솔바람 불어와 느티나무 그늘의 꿈을 깨우네.
長年好與煙霞住[장년호여연하주] : 오래 사니 자주 함께하는 안개와 노을 머물고
拾橡供廚送朝暮[습상공주송조모] : 도토리 주워 부엌에 주어 아침과 저녁 보내네.
石床高枕睡陶然[석상고침수도연] : 돌 평상에 베개 높이 취한 모양 자는데
有夢不飛紅塵路[유몽부비홍진로] : 꿈에서라도 속세의 길로는 날지 않으리라.
蠛蠓[멸몽] : 잔디 등에, 요즘 말로 피를 뽑아 먹는 깔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