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여름

游洗劍亭[유세검정]

돌지둥[宋錫周] 2022. 12. 28. 09:16

游洗劍亭[유세검정]   茶山 丁若鏞[다산 정약용]

서검정에서 노닐며 

 

不有雙厓合[불유쌍애합] : 넉넉하지 않은 두 언덕이 모여서 
那專衆壑流[나전중학류] : 어찌 멋대로 많은 도랑에 흐르나.
祗緣愁雨久[지연수우구] : 다만 오랜 비에 시름을 두르고서
故作出城游[고작출성유] : 일부러 일어나 성을 나와 걸었네. 
飛沫盤陀冷[비말반타랭] : 날리는 물방울 기운 바위 차가워  
蒼陰伏檻幽[창음복함유] : 푸른 그늘 그윽한 난간을 엿보네. 
楣頭有御氣[미두유어기] : 처마 머리에 거동의 기운 있으니
宸翰鎭名樓[신한진명루] : 임금님 글이 이름난 누각 지키네. 

 

擧動[거동] :  임금이 나들이하다.

宸翰[신한] : 임금이 몸소 쓴 편지.

 

 

層城複道入依微[층성부대임의미] : 높은 성과 건물의 통로 어렴풋이 기대어 들고 
盡日溪亭俗物稀[진일계정속물희] : 종일토록 시냇가 정자엔 속된 사람 드물구나. 
石翠淋漓千樹濕[석취림리천수습] : 푸른 바위 흠뻑 젖고 무성한 나무들 축축한데
水聲撩亂數峯飛[수성요란삭봉비] : 물 소리 널리 퍼지며 황급히 봉우리에 날리네. 
陰陰澗壑閒維馬[음음간학한유마] : 습기찬 물흐르는 골짝에 한가히 말을 매두고  
拍拍簾櫳好挂衣[박박렴롱호괘의] : 어깨를 치는 난간 주렴에 사이좋게 옷을 거네.

但可嗒然成久坐[단가탑연성구좌] : 다만 우두커니 오랫동안 앉아서 마주 대하니

不敎詩就便言歸[불교시취갱언귀] : 시 짓고 전하지 않았는데 문득 돌아가자 묻네.

 

淋漓[임리] : 흠뻑 젖어 뚝뚝 흘러 떨어짐.

陰陰[음음] : 습기차고 축축함.

澗壑[간학] : 물이 흐르는 골짜기.

嗒然[탑연] : 아무 생각 없이 우두커니 앉아 있는 모양.

 

 

한양의 유명한 정자가 대개 한강을 끼고 서있는데 반해,

세검정은 紫霞門[자하문]으로 더 잘 알려진 彰義門[창의문] 밖 계곡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영조 24년(1748)에 세워졌다네요

다산 정약용의 '游洗劍亭記[유세검정기]'를 소개합니다.

원문 한자는 생략합니다

 

세검정의 뛰어난 경치는 소나기가 쏟아질 때 폭포를 보는 것뿐이다.

그러나 비가 막 내릴 때는 사람들이 수레를 적시면서 교외로 나가려 하지 아니하고,

비가 갠 뒤에는 산골짜기의 물도 이미 그 기세가 줄어든다.

이 때문에 정자는 근교에 있으나, 성 안의 사대부 중에 정자의 뛰어난 경치를 만끽한 사람은 드물다.

 

신해년(1791, 정조 15) 여름에 나는 韓徯甫[한혜보] 등 여러 사람과 明禮坊[명례방]에 모였다.

술이 몇 순배 돌자 뜨거운 열기가 찌는 듯하더니 검은 구름이 갑자기 사방에서 일어나고,

마른 천둥소리가 은은히 들렸다. 나는 술병을 차고 벌떡 일어나면서 말하기를,

"이것은 폭우가 쏟아질 징조이다. 제군들은 세검정에 가보지 않겠는가.

만약 가려고 하지 않는 자에게는 罰酒[벌주] 열 병을 한꺼번에 주겠다."

하니, 모두들,

"이를 말인가." 하였다.

이리하여 마부를 재촉하여 나왔다.

 

彰義門[창의문]을 나서자 빗방울이 서너 개 떨어졌는데 크기가 주먹만큼 하였다.

말을 달려 정자의 밑에 이르자 水門[수문] 좌우의 산골짜기에서는 이미 물줄기가

鯨鯢[경애, 암수의 고래]가 물을 뿜어내는 듯하였고, 옷소매도 또한 빗방울에 얼룩졌다.

정자에 올라 자리를 펴고 난간 앞에 앉아 있으려니, 수목은 이미 미친 듯이 흔들렸고

寒氣[한기]가 뼈에 스며들었다.

이때에 비바람이 크게 일어나더니 산골 물이 갑자기 흘러내려

눈 깜짝할 사이에 계곡은 메워지고 물 부딪치는 소리가 아주 요란하였다.

흘러내리는 모래와 구르는 돌이 내리치는 물 속에 마구 쏟아져 내리면서,

물은 정자의 초석을 할퀴고 지나갔다.

그 형세는 웅장하고 소리는 맹렬하여 서까래와 난간이 진동하니

오들오들 떨려 편안치가 못하였다.

내가 묻기를,

"어떻소?" 하니, 모두 말하기를,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 고 했다.

술과 안주를 가져오게 하고 익살스러운 농담을 하며 즐겼다.

조금 있자니 비도 그치고 구름도 걷혔으며 산골 물도 점점 잔잔해졌다.

석양이 나무에 걸리니, 붉으락푸르락 천태만상이었다.

서로를 베고 누워서 시를 읊조렸다.

후략

 

與猶堂全書[여유당전서]

第一集詩文集第二卷[제1집시문집2권]

詩集[시집] 丁若鏞[정약용 : 1762-1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