曺植

浴川[욕천]

돌지둥[宋錫周] 2023. 4. 20. 08:23

浴川[욕천]     南冥 曺植[남명 조식]

내에서 목욕하며.

己酉八月初[기유8월초]偶遊於紺岳山下[우유어감악산하]

咸陽文士林希茂[함양문사임희무], 朴承元[박승원]

聞而馳到[문이치도]侍與之[시여지]同浴焉[동욕언]

기유(1549) 8월 초에 우연히 감악산 아래를 유람하는데

함양의 문사인 임희무와 박승원이 듣고 달려와 모시니 함께 목욕했다.

 

全身四十年前累[전신사십년전루] : 옴 몸을 사십 년 동안 앞서서 더럽혔으니

千斛淸淵洗盡休[천곡청연세진휴] : 천 말들이 맑은 못에서 편안히 다 씻어내네.

塵土倘能生五內[진토당능생오내] : 티끌과 흙이 멋대로 능히 오장에 생긴다면

直今刳腹付歸流[직금고복부귀류] : 바로 지금 배를 갈라 물길에 주어 맡기리라.

 

南冥[남명] 曺植[조식]이 마흔아홉 살 때

의령 감악산 골짜기에서 목욕을 하며 지었다는 시.

 

감악산 아래 시냇물에 목욕하면서 

40년 동안 살아오면서 지은 허물을

천 섬의 많은 물로 씻어 내겠다

혹여 씻어 내고도 더러움이 뱃속에 생긴다면

지금 당장 배를 갈라서 더러움을 물에 흘려 보내리라.

 

마흔아홉에 지은 시이므로 여기서 말하는 '마흔 해'는

그의 일생 전체를 말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 나이에 목욕을 하면서 한평생 동안 쌓여온 때를

모조리 다 씻어내다니?

마치 마흔아홉이 되어서야 목욕을 처음 하는 사람 같다.

설마하니 남명이 마흔아홉 살에 처음 목욕을 했던 걸까?

아니다 그렇지는 않다.

여기서 말하는 '온몸의 때'가 실은

마음의 때이기 때문에,

남명은 지금 평생 마음 속에 쌓여온 때를 씻으려고

용을 쓰고 있는 것이다.

 

"혹시 때가 내장에 생긴다면

지금 당장 배를 갈라 씻어버리리."

그가 마음의 때를 씻어내기 위해

얼마나 무섭도록 과감한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대목의 내용은

"身體髮膚[신체발부] 受之父母[수지부모]

不敢毁傷[불감훼상] 孝之始也[효지시야]

신체발부는 부모가 준 것이므로

그것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도의 출발점"이라는

유교의 도덕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마음의 때를 씻어서 자아를 고결하게 지키는 일과

부모로부터 받은 신체발부를 잘 갈무리해야 한다는

유교의 도덕률이 서로 충돌할 경우에는

도덕률을 포기하고 자아 수호를 선택하겠다는,

전율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무시무시하고도 숙연한 발언이다.

 

南冥先生集卷之一[남명선생집1권] 七言絶句[칠언절구]

曹植[조식 : 1501-1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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