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황

杏花[행화]

돌지둥[宋錫周] 2024. 4. 7. 19:49

杏花[행화]  退溪 李滉[퇴계 이황]

效王梅溪次韓昌黎韻[효왕매계차한창려운]

살구나무 꽃, 왕매계가 한창려의 운을 차한 것을 본받아.

 

漢陽賃屋園院空[한양임옥원원공] : 한양에 세를 낸 집의 집과 동산은 비었는데

年年雜樹開繁紅[연년잡수개번홍] : 해마다 초목이 섞이어 붉고 무성하게 피었네.

牆頭小杏高出屋[장두소행고출옥] : 담장 머리 작은 살구나무 집에 높이 나더니

春晩始替辛夷風[춘만시체신이풍] : 봄 늦어서야 비로소 목련 바람을 바꾸었구나.

乃知王城地多寒[내지왕성지다한] : 이에 왕의 성 땅에는 추위가 많음을 알겠고

候不與中州同[물후불여중주동] : 만물과 기후는 중주와 함께 따르지 않는구나.

攢枝日萼香郁烈[찬지일욱향욱렬] : 모인 가지 햇살에 꽃받침은 매우 향기롭고

一一刻翦含元功[일일각전함원공] : 하나 하나 새겨 깍으니 으뜸 되는 공 품었네.

我病三春不出門[아병삼춘붕출문] : 나는 병으로 봄 석달을 문을 나서지 못하고

杖屨時及閒園中[장구시급한원중] : 지팡이 짚신에 늘 뜰 가운데 한가히 이르네.

老眼猶知惜芳華[노안유지석방화] : 늙은 눈 오히려 꽃답고 환함의 소중함 알아

樂事難憑年少叢[낙사난빙년소총] : 즐거운 일 젊은 나이와 모여 기대기 어렵네.

罇前莫厭寂寥詠[준전막염적료영] : 술잔 앞에 쓸쓸하게 읊는다 싫어하지 말게

猶勝楚客悲吟楓[유승초객비음풍] : 오히려 단풍 슬피 읊던 초객보다 낳으리라.

明朝已約數同袍[명조이약수동포] : 내일 아침 이미 몇 칮구들과 약속하였으나

風雨飜令四美窮[풍우번령사미궁] : 비 바람 날게 되니 좋은 시절이 궁벽해지네.

世間萬事苦難諧[세간만사고난해] : 세상 사이 많은 일 어울리기 어려워 괴롭고

西飛白日江流東[서비백일강류동] : 밝은 해는 서쪽에 지고 강은 동으로 흐르네.

對花一笑花有語[대화일소화유어] : 꽃을 마주해 한번 웃으니 꽃의 말을 알기에

嗟爾合作耕田翁[차이합작경전옹] : 아  너와 힘을 합쳐 밭 가는 시골 늙은이로다.

 

王梅溪[왕매계] : 王十朋[왕십붕,1112-1171], 宋[송]나라 시인, 문신.

   朱熹[주휘], 汪應辰[왕응신] 등의 학자들과 교유,

   소식의 시를 집주한 集註分類東坡先生詩[집주분류동파선생시]로 유명.

昌黎[창려] : 韓愈[한유, 768-824]의 이칭, 자는 退之[퇴지].

    唐宋八大家[당송팔대가]의 한 사람.

辛夷[신이] : 목련과의 나무.

候[물후] : 계절이나 기후에 따라 변하는 만물의 상태.

郁烈[욱렬] : 매우 향기로움, 향기가 몹시 남.

同袍[동포] : ‘한 벌의 두루마기를 같이 입는다.’는 뜻, 허물없는 친구.

四美[사미] : 좋은 시절, 아름다운 경치, 경치를 구경하는 마음,

   快[유쾌]한 일의 네 가지 일의 총칭.

 

退溪先生文集卷之二[퇴계선생문집2권] 詩[시]

한국고전번역원ㅣ영인표점 한국문집총간ㅣ1989

李滉[이황 : 1501-1570] : 본관은 眞城[진성], 자는 景浩[경호],

  호는 退溪[퇴계], 退陶[퇴도], 陶搜[도수].

  주자성리학을 심화, 발전시킨 조선의 유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