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嵐[산람] 蘭雪軒[난설헌] 許楚姬[허초희]
산 아지랑이
暮雨侵江曉初闢[모우침강효초벽] : 저녁 비가 강을 엄습하더니 새벽이 비로소 열리고
朝日染成嵐氣碧[조일염성남기벽] : 아침 해가 산 아지랑이를 온통 푸르게 물들이네.
經雲緯霧錦陸離[경운위무금륙리] : 지나던 구름은 안개에 묶여 아름답게 뒤섞이여
織破瀟湘秋水色[직파소상추수색] : 소상강 위에서 헤쳐지며 가을 물빛으로 화하도다.
隨風宛轉學佳人[수풍완전학가인] : 바람 따라 천천히 돌며 아름다운 여인인양
畵出雙蛾半成蹙[화출쌍아반성축] : 고운 눈썹을 그려보지만 반쯤은 찌푸려졌네.
俄然散作雨霏霏[아연산작우비비] : 갑작스레 비가 거세게 흩뿌리며 내리더니
靑山忽起如新沐[청산홀기여신목] : 청산이 새로 목욕한 듯 홀연히 일어서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