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奎報

十月二日[시월이일]自江南入洛有作[자강남입로락유작]示諸友生[시제유생]

돌지둥[宋錫周] 2020. 8. 3. 09:23

十月二日[시월이일]自江南入洛有作[자강남입로락유작]示諸友生[시제유생]

李奎報[이규보]

 10월 2일에 몸소 강남에서 서울로 들며 지은 것이 있어 여러 벗에게 보이다. 1

 

家在鳳城南北傍[가재봉성남북방] : 집이 있는 궁궐은 남북쪽으로 가까운데 2

身遊蠻嶺三千里[신유만령삼천리] : 내가 유람하던 거칠은 고개는 삼천리라네.

半年嵐瘴換顔華[반년람장환안화] : 나쁜 기운 반년에 이마의 머리 세어 바뀌고 3

面黑鬂黃如蜑子[면흑빈황여단자] : 검은 얼굴 누런 설쩍이 오랑캐 자식 같구나.

何況殘躯是病餘[하황잔구시병여] : 더군다나 모자란 몸이 무릇 병이든 나머지

蒼皮皴皺尤可耻[창피준추우가치] : 늙은 피부 주름져 터지니 가히 더욱 부끄럽네. 

唯存瘦骨高於山[유존수골고어신] : 다만 메마른 뼈만 있으니 높은 산과 같은데

十月單衫纔掩髀[시월단삼재언비] : 시 월의 홑 적삼은 장딴지만 겨우 가리는구나.

親舊相逢定未知[친구상봉정미지] : 친구들과 서로 만나도 알지 못하여 바로잡고

妻兒一見初相避[초아일현초상피] : 처와 아이 잠시 만나니 처음엔 서로 회피하네.

猒看村邑煙火微[연간촌읍연화미] : 보기 싫은 시골 마을 불때는 연기 어렴풋하고

數屋蕭條龜殼毁[수옥소조균각훼] : 분위기 쓸쓸한 몇 집은 허물처럼 헐어 터졌네. 4

喜見京都風日佳[희견경도풍일가] : 즐기며 보는 서울은 바람과 햇살도 아름답고

萬家邐迤魚鱗比[만가리타어린비] : 일만 집이 잇닿아 이어져 물고기 비늘 같구나.

李邕入洛故依然[이옹입락고의연] : 이옹이 낙양에 들어오니 참으로 전과 다름 없고 5, 6

馬卿遊邛還夢耳[마경유공환몽이] : 마경은 임공에서 즐기다 꿈에 돌아왔다 들었네. 7

此行可笑不可誇[차행가소불가과] : 이 고행이 가소롭지만 가히 자랑할 것도 아니오

寄語交遊勿嘲戱[기어교유물조희] : 친구에게 기별하노니 비웃고 조롱하지 말게나. 8, 9

我家新釀方壓槽[아가신양방압조] : 내 집에 새 술 빚어 술통을 모두 진압하였으니

聊復招邀客一醉[요부초요객일취] : 에오라지 다시 맞이해 손님으로 한 번 취해보세. 10

 

1.友生[우생] : 벗, 친하게 지내는 사람을 이르는 말.

2.鳳城[봉성] : 宮闕[궁궐].

3.嵐瘴[남장] : 열병의 원인이 된다고 하는 산천에서 생기는 나쁜 기운.

     山嵐瘴氣[산람장기] : 고온다습한 지방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나쁜 기운.

     瘧疾[학질],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오한, 발열이 엇바뀌면서

     주기적으로 발작하는 특징적인 전염병.

4.蕭條[소조] : 분위기가 쓸쓸함, 고요하고 조용함.

5.李邕[이옹] : 唐[당] 나라 이옹은 文名[문명]이 천하에 드높았고 성품이 아주 강직하였는데,

     일찍이 諫官[간관]으로 있으면서 너무 과격한 말로 왕에게 간한 것이 화근이 되어

     좌천되어 여러 지방관으로 돌아다니다가 뒤에 다시 서울에 돌아와 현달하게 되었다.

     舊唐書 卷190[구당서 190권] 李邕傳[이옹전].

     李奎報[이규보]가 좌천하여 지방에 떠돌아다니다가 다시 서울에 돌아오게 된 것을 비유.

6.依然[의연] : 전과 다름 없음.

7.馬卿[마경] : 漢[한]의 司馬長卿[사마장경] 司馬相如[사마상여], 즉 사마장경이 臨邛縣[임공현]에서

     미인 卓文君[탁문군]과 서로 연애했던 고사. 史記 卷117[사기117권] 司馬相如傳[사마상여전].

     이규보가 지방에 돌아다니면서 아름다운 妓女[기녀]들과 놀던 것도 이젠 지난 일이라는 뜻.

8.寄語[기어] : 말을 기별하여 보냄.

9.[교유] : 서로 사귀어 왕래함.

10.招邀[초요] : 불러 맞아드림.

 

東國李相國全集卷第六[동국이상국전집권제6] 古律詩[고율시] 92수중

한국고전번역원 | 영인표점 한국문집총간 |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