久雨傷稼[구우상가]
次韻東坡久旱甚雨之作三首[차운동파구한심우지작삼쉬 奉示淞翁[봉시송옹]
茶山 丁若鏞[다산 정약용]
오랜 비에 심어논 곡식이 상하므로,
동파의 구한심우의 시 삼 수를 차운하여
송옹에게 받들어 보이다
旱苗禱雨遭河溢[한묘도우조하일] : 가물던 묘목에 비를 빌다 넘치는 강물 만나니
水邊禾黍驚漂失[수변화서경표실] : 물가의 벼와 기장 어지러이 떠내려가 놀라네.
如燈須膏膏滅燈[여등수고고멸등] : 등잔이 기름 기다리다 기름이 등불 끈 것 같이
養物太過翻害物[양물태과번해물] : 사물 기르며 너무 지나쳐 도리어 사물 해치네.
破家沈竈復幾人[파가침조복기인] : 부서진 집과 잠긴 부억에 몇 사람이나 머물까
澎湃水從房櫳出[팽배수종방롱출] : 맹렬한 기세 강물 따르며 방과 난간에 샘솟네.
釣船拯溺氣獨盈[조선즌닉기독영] : 낚싯배로 사람 건지니 기운만 홀로 충만하고
急聲處處挼手乞[급성처처나수걸] : 곳곳에선 급한 소리로 손을 비벼 구걸을 하네.
麥不暇晒薪更濕[맥불가쇄신갱습] : 보리도 말릴 겨를 없고 땔나무 다시 젖었으니
懦奴吆喝愁黔突[나노요애수검돌] : 나약한 종 애통해 목 메어 검은 연기 걱정하네.
枯槁强學休糧師[고고강학휴량사] : 야위어 파리함 단식한 스승께 억지로 배웠는데
浩淼眞成水觀佛[호묘진성수관불] : 넓고 아득한 물은 정말 수관불을 이룬 듯하네.
先生食貧尙豪橫[선생식빈상호횡] : 선생은 생계 가난해도 오히려 의지 강하시어
祿牌常縻護軍秩[녹패상미호군질] : 호군 벼슬의 녹봉 패를 언제나 나누시었지요.
老我放逐三十年[노아방축삼십년] : 늙은 나는 자리에서 쫓겨난 지 삼십 년이니
卽塡溝壑誰將卹[즉전구학수장휼] : 만약 산골 도랑을 메우면 장차 누가 돌보리오.
家徒四壁食則再[가도사벽식즉재] : 집안엔 아무것도 없는지라 곧 두 번을 먹고
世有三蠹吾居一[세유삼두오거일] : 세상에 있는 삼두 중에 내가 하나를 지녔구나.
生涯敢說飮河腹[생애감설음하복] : 생활 형편 감히 말하니 배속에 강물 마시고
天幸收回瘴江骨[천행수회장강골] : 다행히 장기 낀 강에서 몸 거두어 돌아오네.
幼年已慣喫藜莧[유년이관끽려현] : 어려서 이미 명아주 비름 먹기 익숙하였고
終歲無愁臥蓬蓽[종세무수와봉필] : 한해 마치며 가난한 집에 누워도 근심 없네.
何須待罥設蛛罟[하수대견설주고] : 어찌 마침내 갖춘 거미줄에 얽히길 기다릴까
不必求伸甘蠖屈[불필구신감확굴] : 펴지길 바라지 않고 바짝 쪼그림 달게여기네.
恩怨都歸廟堂坐[은원도귀묘당좌] : 은혜와 원망은 모두 조정 자리에 맡기고보니
憂愉不出環堵室[우유불출환도실] : 근심과 즐거움 담장과 집을 돌며 나가질 않네.
扶筇出岸試觀漲[부공출안시관창] : 지팡이 짚고 언덕에 나가 넘치는 물 잠시 보니
快哉足以疏煩鬱[쾌재족이소번울] : 상쾌하네 번잡하고 우울한 마음 풀기 족하네.
但祝高田終有秋[단축고전종유추] : 다만 높은 밭에도 넉넉한 가을로 끝나길 빌며
欣見頑雲吐晴日[흔견완운토청일] : 두꺼운 구름이 맑은 해 토하는걸 기쁘게 보네.
淞翁[송옹] : 尹永僖[윤영희 : 1761- ?], 자는 畏心[외심], 호는 松翁[송옹].
진안현감 역임, 역적의 자손이 과거에 합격했다하여 관직이 평탄치 못함.
澎湃[팽배] : 큰 물결이 서로 부딪쳐 솟구치는 것, 맹렬한 기세로 일어남.
黔突[검돌] : 시커멓게 솟아 오르는 연기.
枯槁[고고] : 초목이 말라 물기가 없음, 야위어서 파리함.
手觀[수관] : 맑은 물을 보면서 극락의 대지를 생각하는 일.
水觀佛[수관불] : 수관을 한 부처, 수관은 불교 용어로서,
먼저 물의 맑은 것을 觀想[관상]하고 차차 생각을 진취시켜 나가면
유리와 같은 淨土[정토]의 대지가 넓고 편편하여 높고 낮은 데가 없고,
또 그 물과 같은 투명한 광명이 몸의 안팎에 두루 비치는 모양을
觀[관]하기까지에 이름을 말한다.
豪橫[호횡] : 강직하다, 의지가 강하다, 꿋꿋하다.
祿牌[녹패] : 녹봉을 받는 벼슬아치에게 주던 표.
家徒四壁[가도사벽] : 집안에 네 벽 뿐이라는 말, 집안 형편이 매우 어려움.
三蠹[삼두] : 俗語[속어]에 이른바 밥벌레, 잠벌레, 글벌레.
정약용 자신은 글벌레에 해당한다는 뜻으로 말한 것인 듯하나 자세하지 않다.
飮河[음하] : 飮河滿腹[음하만복], 물이 많이 있더라도 마시는 분량은 실상
배를 채우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으로,
모든 사람이 제 분수의 넉넉함을 알아야 한다는 비유.
蓬蓽[봉필] : 쑥이나 가시덤불로 지붕을 이었다는 뜻, 가난한 사람의 집을 이르는 말.
蠖屈[확굴] : 잔뜩 쭈그리고 엎드려서 펴지 못함.
與猶堂全書[여유당전서]
第一集詩文集第六卷[제1집시문집제6권] 松坡酬酢[송파수작]
詩集[시집] 丁若鏞[정약용 : 1762-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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