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荇[이행] 12

雉鳴[치명]

雉鳴[치명] 李荇[이행] 꿩이 울기에. 空荒無四隣[공황무사린] : 막히고 거칠어 사방에 이웃도 없고 耳不聞鷄聲[이불문계성] : 귀에는 닭 우는소리도 들리지 않네. 角角雉相雊[곡곡치상구] : 꿩꿩 꿩이 서로 울어 대는 소리에 始覺東方明[시각동방명] : 비로소 동쪽 방향 밝아옴을 깨닫네. 昔有祖士雅[석유조사아] : 그 옛날에 있었던 진나라 조사아는 聞鷄乃起舞[문계잉기무] : 닭 울음 듣고서 일어나 춤추었다네. 雉鳴亦非惡[치명역비오] : 꿩 울음소리는 또한 나쁘지 않건만 志士心獨苦[지사심독고] : 뜻있는 선비 홀로 마음이 괴롭구나. 士雅[사아] : 晉[진]나라 祖逖[조적]의 자, 친구 劉琨[유곤]과 한이불을 덮고 자다가 한밤중에 때아닌 닭 울음이 들리자 유곤을 발로 차 깨우면서 말하기를, "이는 상서롭지 못한..

한시 여름 2023.02.28

買馬[매마]

買馬[매마] 李荇[이행] 말을 사다. 舊馬騎十年[구마기십년] : 오래묵은 말을 십 년이나 탔더니 與我等衰老[여아등쇠로] : 나와 더불어 늙고 쇠한 것 같구나. 我今落海嶠[아금락해교] : 나는 지금 바닷가 산에 떨어졌고 馬亦甘伏皁[미역감복조] : 말 또한 구유에 달게 엎드렸구나. 新駒未試鞍[신구미시안] : 새 새끼말에 안장 지우지 못해도 已覺骨相好[이각골상호] : 이미 골상이 좋은 걸 깨달았다네. 何時倚玉蹄[하시의옥제] : 어느 때에야 옥 발굽 의지하나 馳下章臺道[치하장대도] : 번화한 도로 달려보지 못하겠네. 海嶠[해교] : 바닷가의 험준한 산. 章臺[장대] : 長安[장안]에 있었던 樓臺[누대]. 또는 그 위에 있던 궁전. 번화가를 이르는 말. 容齋先生集卷之六[용재선생집6권] 海島錄[해도록] 正德丙寅春二..

한시 봄 2023.02.25

春暮[춘모]

春暮[춘모] 李荇[이행] 봄이 저물어. 春事無端取次空[춘사무단취차공] : 봄의 흥취 끝도 없어 헛되이 머물며 의지하니 梨花更奈夜來風[이화갱나야래풍] : 배나무 꽃은 밤에 바람 불테니 더욱 어찌하나. 十年剩作東華夢[십년잉작동화몽] : 십 년 동안 남은건 조정에서의 꿈만 일으켰고 此日天南一禿翁[차일천남일독옹] : 오늘은 하늘 남쪽에 하나의 대머리 늙은이라네. 東華[동화] : 조정을 뜻함. 중국의 중앙 관서가 모두 궁성의 東華門[동화문] 안에 있었던 데에서 유래. 容齋先生集卷之六[용재선생집6권] 海島錄[해도록] 正德丙寅春二月[정덕병인춘이월]赴巨濟以後作[부거제이후작] 正德[정덕] 병인(1506)년 봄 2월, 거제도로 귀양 간 이후 짓다. 李荇[이행,1478-1534] : 자는 擇之[택지], 호는 容齋[용재] 우..

한시 봄 2023.02.25

小池[소지]

小池[소지] 李荇[이행] 작은 연못. 池面劣容斗[지면렬용두] : 연못 겉면은 말박 모양도 못하지만 瑩然磨古銅[영연마고동] : 투명하기가 옛 구리를 간 것같구나. 遊魚見眞樂[유어견진락] : 노니는 물고기에서 참 즐거움 보고 止水悟玄功[지수오현공] : 고인 물에서 오묘한 공을 깨닫노라. 養竹須新土[양죽수신토] : 대나무 기르자니 새 흙이 필요한데 移蒲帶舊叢[이포대구총] : 창포를 옮기려니 옛 떨기 붙어있네. 天時漸炎熱[천시점염열] : 하늘의 때는 점점 찌는 듯이 더운데 嘯詠一衰翁[소영일쇠옹] : 하나의 쇠한 늙은이 시가를 외우네. 欲於池上種竹[어욕지상종죽] 地皆沙石[지개사석] 須用肥土雜之[수용비토잡지] 못가에 대를 심으려 하니, 땅이 모두 모래와 돌이어서 기름진 흙을 섞어 넣어야 했다. 嘯詠[소영] : 시가..

한시 봄 2023.02.16

石泉[석천]

石泉[석천] 李荇[이행] 돌 샘. 玲瓏岩底水[영롱암저수] : 맑고 산뜻한 바위 아래의 샘물을 幾歲閉荊榛[기세폐형진] : 몇 해나 가시나무 덤불이 감추었나. 疏鑿雖人力[소착수인력] : 샘을 판 것은 비록 사람의 힘이지만 虛明亦爾眞[허명역이진] : 마음이 깨끗함 또한 너의 진심이네. 至平能鑑物[지평능감물] : 지극히 평정하여 능히 사물을 보고 不畜故無塵[불축고무진] : 쌓이지 않기 때문에 티끌이 없구나. 來往時抔飮[내왕시부음] : 오고 가면서 때맞춰 움켜서 마시니 還如太古淳[순여태고순] : 도리어 깨끗함은 오랜 옛날 같구나. 玲瓏[영롱] : 광채가 찬란함, 金玉[금옥]이 울리는 소리가 맑고 산뜻함. 疏鑿[소착] : 개천이나 우물 등을 파서 물이 흐르게 함 容齋先生集卷之六[용재선생집6권] 海島錄[해도록] 正德..

한시 여름 2023.02.15

卽事[즉사]

卽事[즉사] 李荇[이행] 즉흥적으로 읊다. 茅茨四面僅如船[모자사면근여선] : 띳풀 집의 사방 면은 가까스로 배와 같고 枳棘重圍不見天[지극중위불견천] : 탱자 가시가 겹쳐 둘러 하늘은 보이지 않네. 淡坐漸知春晝永[담좌점지춘주영] : 담백히 앉아서 점점 봄 낮이 길어짐 알겠고 乾愁更惜物華遷[건수경석물화천] : 덧없는 근심에 물건 빛 바뀜이 더욱 아깝네. 十年多難功名薄[십년다난공명박] : 십 년의 많은 어려움에 공명은 보잘 것없고 白首離群疾病纏[백수리군질병전] : 흰 머리로 무리를 떠나니 질병만 얽혔구나. 挾筴讀書終底用[협책독서종저요] : 대쪽 끼고 책을 읽은들 끝내 쓰임이 막히고 世間岐路劇茫然[세간기로극망연] : 세상 사이의 갈림 길 번거롭고 아득하구나. 茅茨[모자] : 茅屋[모옥], 띠풀로 엮은 집, 초가..

한시 봄 2023.01.30

三月三日寒食[삼월삼일한식]

三月三日寒食[삼월삼일한식] 李荇[이행] 3월 3일 한식에. 憔悴逢寒食[초췌봉한식] : 초췌한 몰골로 한식을 만나니 幽囚負踏靑[유수부답청] : 죄수의 몸이라 답청도 저버렸네. 怨言悲介子[원언비개자] : 원망하는 말로 개자추 슬퍼하고 陳迹想蘭亭[진적상난정] : 지난날의 자취 난정을 상상하네. 樹古風聲急[수고풍성급] : 오래된 나무에 바람 소리 급하고 山深日色冥[산심일색명] : 산이 깊숙하니 햇빛이 어둡구나. 獨吟知最苦[독음지최고] : 홀로 읊으니 괴로움 모두 나타나 五字演騷經[오자연소경] : 다섯 글자로 이소경을 헤아리네. 憔悴[초췌] : 얼굴이나 몸이 몹시 지치거나 병을 앓거나 하여 안색이 좋지 않거나 수척한 상태에 있음. 幽囚[유수] : 유배되어 갇힌 몸, 잡아 가둠. 踏靑[답청] : 3월 삼짓날에 파랗..

한시 봄 2023.01.25

卽事[즉사]

卽事[즉사] 李荇[이행] 즉흥적으로 읊다. 梅花過後杏花初[매화과후행화초] : 매화 꽃 지나간 뒤에 비로소 살구 꽃피고 是處風光亦自如[시처풍광역자여] : 이 처소의 풍광 또한 스스로 따르는구나. 竹杖芒鞋生意足[죽장망혜생의족] : 대나무 지팡이 짚신에 살아갈 뜻 채우며 獨臨淸澗數遊魚[독림청간수유어] : 맑은 시내 고기 몇이 노는걸 홀로 지키네. 竹杖芒鞋[죽장망혜] : 대나무 지팡이에 짚신. 生意[생의] : 生心[생심], 容齋先生集卷之六[용재선생집6권] 海島錄[해도록] 正德丙寅春二月[정덕병인춘이월]赴巨濟以後作[부거제이후작] 正德[정덕] 병인(1506)년 봄 2월, 거제도로 귀양 간 이후 짓다. 李荇[이행,1478-1534] : 자는 擇之[택지], 호는 容齋[용재] 우찬성, 이조판서, 우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

한시 봄 2023.01.19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 李荇[이행] 어느 곳인들 술 잊기 어렵네.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 : 어느 곳에선들 술 잊기 어려운데 蠻天風雨辰[만천풍우신] : 거친 하늘은 비 바람에 흔들리네. 浮休萬里夢[부휴만리몽] : 덧 없이 쉬려니 만리 밖 꿈속이요 寂寞百年身[적막백년신] : 적막하고 쓸쓸한 백 년의 몸이네. 鬱鬱披襟倦[울울피금권] : 울울한 가슴을 헤치기 게으르고 沈沈抱膝頻[침침포슬빈] : 침울하게 숨어 무릎 자주 껴안네. 此時無一盞[차시무일잔] : 이러한 때에 한 잔의 술이 없으니 華髮坐來新[화발좌래신] : 흰 머리털 새로 돌아와 머무르네. 鬱鬱[울울] : 마음이 펴이지 않고 답답함. 容齋先生集卷之六[용재선생집6권] 海島錄[해도록] 正德丙寅春二月[정덕병인춘이월]赴巨濟以後作[부거제이후작] 正德[정덕] 병인..

한시 겨울 2023.01.18

種芭蕉[종파초]

種芭蕉[종파초] 李荇[이행] 파초를 심으며 爲覓芭蕉種[위멱파초종] : 파초를 구하여 심게 되었으니 欣然九尺長[흔연구척장] : 기분 좋게 아홉 척이나 길구나. 汲泉澆近土[급찬요근토] : 샘물 길어 가까운 땅에 물 주고 掛席背斜陽[괘석배사양] : 돗자리 걸어 햇살 비껴 등지네. 休道光陰晩[휴도광음만] : 세월이 늦어진다 말하지 마오 寧無雨露香[영무우로향] : 어찌 향기로운 우로가 없으리오. 會修名卉譜[훼수명훼보] : 반드시 명훼보를 정리한다면 此物足升堂[차물족승당] : 이 물건 당에 오르기 충분하리라. 名卉譜[명훼보] : 이름난 花卉[화훼]를 적은 책, 이런 책을 짓는다면 파초가 그 속에 충분히 들 수 있을 것이다 라는 뜻. 容齋先生集卷之六 [용재선생집6권]海島錄[해도록] 正德丙寅春二月[정덕병인춘이월]赴巨濟..

한시 봄 2022.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