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山 丁若鏞

貍奴行[이노행]

돌지둥[宋錫周] 2021. 6. 11. 04:19

貍奴行[이노행]   茶山 丁若鏞[다산 정약용]

고양이가 행차하다.

 

南山村翁養貍奴[남산촌옹양리노] : 남산골의 시골 늙은이가 고양이를 기르는데 
歲久妖兇學老狐[해구요흉학로호] : 세월 묵으니 요사하고 흉한 늙은 여우 배웠네. 
夜夜草堂盜宿肉[야야초당도숙유] : 밤부터 새벽까지 초당에 둔 고기를 훔쳐먹고 
翻瓨覆瓿連觴壺[변강복부련상호] : 항아리 뒤집어 단지 엎고 잔과 병도 연속하네.

 
乘時陰黑逞狡獪[승시음흑령교회] : 몰래 어둠을 탈 때엔 교활하게 멋대로 하다가 
推戶大喝形影無[퇴호대갈형영무] : 문 밀고 크게 꾸짖으면 형체와 그림자도 없네. 
呼燈照見穢跡徧[하등조견예적편] : 아 등불을 비추어 보면 더러운 자국 널려 있고
汁滓狼藉齒入膚[즙재랑자치입부] : 이빨자국 들여 벗겨 놓은 찌꺼기만 낭자하네.


老夫失睡筋力短[노부실수근력단] : 잠을 잃어버린 늙은 사내 힘줄 근육 줄어들고 
百慮皎皎徒長吁[백려교교도장우] : 휘영청 밝아 백 번 생각해도 홀로 늘 탄식하네. 
念此貍奴罪惡極[몀차리노죄악극] : 이놈의 고양이가 괴롭히며 저지른 죄 생각하면 
直欲奮劍行天誅[직욕분검행천주] : 당장에 칼을 휘두르며 천벌을 행하고 싶구나. 


皇天生汝本何用[황천생여본하용] : 큰 하늘이 너를 만듬 본래 무엇에 쓰려했을까 
令汝捕鼠除民痡[영여포서제민보] : 너로 하여금 쥐를 잡아 백성 괴로움 덜려함이라. 
田鼠穴田蓄穉穧[전서형전축치제] : 밭 쥐는 밭에 구멍 파서 어린 볏단을 쌓아두고 
家鼠百物靡不偸[가서백물마불투] : 집 쥐는 온갖 물건 흩어지지 않게 훔치는구나. 

張衡〈西京賦〉,偸與愉叶[투여투협]

張衡[장형]의 西京賦[서경부]에, ‘偸[투]’와 ‘愉[투]’를 같은 운으로 썼음. 


民被鼠割日憔悴[민피서할일초췌] : 쥐의 재앙에 당하는 백성들 날마다 초췌해지고 
膏焦血涸皮骨枯[고초혈학피골고] : 눈물 말려 기름을 태우니 마른 뼈는 가죽이구나. 
是以遣汝爲鼠帥[시이견여위서사] : 이에 따라 너를 보내어 쥐의 우두머리 되게하여 
賜汝權力恣磔刳[사여권력자책고] : 너에게 마음대로 쪼개고 찢어 죽일 권력을 줬다. 


賜汝一雙熒煌黃金眼[사여일쌍형황황금안] : 한 쌍 등처럼 빛나는 황금 눈도 네게 주니
漆夜撮蚤如梟雛[칠야촬조여효추] : 깜깜한 밤 벼룩을 집어내는 올빼미 같으려므나.
賜汝鐵爪如秋隼[사여청로여추준] : 가을 송골매 같이 검은 쇠 발톱도 너에게 주고 
賜汝鋸齒如於菟[사여거치여어도] : 호랑이처럼 톱날 같은 이빨도 너에게 주었지. 


賜汝飛騰博擊驍勇氣[사여비등박격효용기] : 네겐 날아 오르고 내려치는 용기까지 주어 
鼠一見之凌兢俯伏恭獻軀[서일견지릉긍앙부공헌구] : 쥐가 한번 보면 벌벌 떨며 엎드려 공손히 몸을 바쳤지.

日殺百鼠誰禁止[일살백서수금지] : 날마다 백 마리 쥐 죽인들 누가 금지시킬까. 
但得觀者嘖嘖稱汝毛骨殊[단득관자책책칭여모골수] : 다만 보는 자들 네 털과 골격 뛰어나다 크게 칭찬하네.


所以八蜡之祭崇報汝[소이팔사지제숭보여] : 그리하여 팔사의 제사에 너에게 보답하려고 
黃冠酌酒用大觚[황관작주용대고] : 도사의 관 쓰고 큰 술잔을 사용해 술을 따라 주었네. 
汝今一鼠不曾捕[여금일서부증포] : 그런데 너는 지금 이미 쥐 한 마리 잡지도 못하고 
顧乃自犯爲穿窬[고내자범위천유] : 이에 돌아보니 스스로 범하여 협문을 뚫게 되었구나.

 

八蜡[팔사] : 농사를 끝내고 지내는 여덟 가지 제사,

  신농, 후직, 農[농], 郵表畷[우표철], 고양이, 제방, 물길, 곤충.


鼠本小盜其害小[서본소도기해소] : 쥐는 본래 좀 도둑이라 피해도 적지마는 
汝今力雄勢高心計麤[여금력웅세고심계추] : 너는 지금 힘도 세고 권세 높고 마음까지 거칠어
鼠所不能汝唯意[서소불능여유의] : 쥐들이 능히 아니하는 바를 너는 오직 뜻대로하여 
攀檐撤蓋頹墍塗[반첨철개퇴기도] : 처마에 매달려 문짝 거두고 꾸미고 칠한것 무너뜨리네.

 
自今群鼠無忌憚[자긍군서무기탄] : 자연히 이제부터 쥐의 무리는 어렵게 꺼릴것 없으니 
出穴大笑掀其鬚[출혈대소흔기수] : 구멍에서 나와 크게 웃으며 그 수염을 치켜드는구나.
聚其盜物重賂汝[취기도물중뢰여] : 그 훔친 물건 모아서 거듭하여 너에게 뇌물을 주고 
泰然與汝行相俱[태연여여행상구] : 아무렇지도 않게 너와 더불어 서로 함께 행하는구나.

 
好事往往亦貌汝[호사왕왕역모여] : 일 벌리기 좋아하는 사람들 때때로 네 모습 다스려 
群鼠擁護如騶徒[군서옹호여추도] : 쥐 무리들이 감싸고 호위하는 마부 무리들 같구나. 
吹螺擊鼓爲法部[취라격고위법부] : 나팔을 불고 북을 치며 관청과 법을 다스리며 
樹纛立旗爲先驅[수독립기위선구] : 기를 세우고 깃발 들어 말탄 앞잡이 되었구나. 


汝乘大轎色夭矯[여승대교색요교] : 네 놈은 큰 가마를 타고서 예쁜 낮빛으로 쳐들고 
但喜群鼠爭奔趨[단희군서쟁분추] : 다만 즐기는 건 쥐 무리들 내달리어 다투는거로다. 
我今彤弓大箭手射汝[아금동궁대전수사여] : 내 이제 붉은 칠한 활의 큰 화살을 네게 직접 쏘고
若鼠橫行寧嗾盧[약서횡행령주로] : 만약 쥐들이 횡행한다면 차라리 사냥개를 부르리라.

 

1810년에 지은 것으로, 다산의 대표적인 寓話詩[우화시],

남산골 늙은이는 일반 백성,

쥐는 백성의 재물을 수탈하는 수령과 아전,

고양이는 監司[감사]에 각각 비유하여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가하고 있다.

 

與猶堂全書[여유당전서]

第一集詩文集第五卷

[제1집시문집제5권]

詩集[시집]

丁若鏞[정약용 : 1762-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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