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詠[자영] 李穡[이색]
스스로 읊다.
斐然吾黨欲歸歟[비연오당욕귀여] : 문채 있는 나의 고향에 편안히 돌아가고 싶은데
趨向須明發軔初[추향수명발인초] : 반드시 대세 따르며 처음 길에 드러내 밝히려네.
衣綻尙餘慈母線[의전상여자모선] : 터진 옷엔 오히려 사랑하는 어머님의 실 남았고
帙多難盡古人書[질다난진고인서] : 책이 많은지라 옛 사람의 글을 다하기 어렵구나.
春來客榻氈猶蝨[춘래객탑전요슬] : 봄 와도 손님 위한 자리의 담요엔 이가 움직이고
風送鄕船食有魚[풍송향선식유어] : 바람이 보내온 고향 배에서 넉넉한 생선을 먹네.
不向馬蹄塵作拜[불향마제진작배] : 말 발굽의 먼지를 향하여 절을 하지 않으리니
高情幸喜勝閑居[고정행희승한거] : 고상한 마음은 다행히 한거보다 나은 게 기쁘구나.
斐然[비연] : 文彩[문채]가 있는 모양, 우수하다, 현저하다.
斐然有章[비연유장], 비단에 아름다운 무늬가 수 놓아지듯
文彩[문채]가 있는 모양으로 학문의 성취가 이루어짐을 이르는 말.
歸與[귀여] : 孔子[공자]가 陳[진]에 있을 때에 이르기를,
"돌아가야겠다. 吾黨[오당, 내 고향]의 小子[소자, 젊은이]들이 뜻만 크고 일에는 소략하여
빛나게 文理[문리]는 성취되었으나 스스로 재단할 줄을 모르는구나." 한 데서 온 말로,
이는 곧 공자가 사방을 주류했으나 道를 행할 수 없음을 알고는,
문인들이 뜻이 지나치게 커서 과중한 결점이 있으므로 그들을 바로잡아서
도에 진취하도록 하려는 뜻에서 한 말이다. 論語[농어] 公冶長[공야장].
趨向[추향] : 大勢[대세]에 쏠리어서 좇아 따라감, 마음에 쏠리어 따라감, 대세가 되어가는 형편.
馬蹄塵作拜[마제진작배] : 晉[진]나라 때 潘岳[반악]과 石崇[석숭]이
당시의 권신 賈謐[가밀]을 섬기면서 아첨하여 매양 가밀이 나오기를 기다려서
서로 그 수레의 먼지를 바라보며 절을 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
閑居[한거] : 賈謐[가밀]을 아첨으로 섬기던 반악이 일찍이 〈閑居賦[한거부]〉를 지었으므로 이른 말.
聖學茫茫可得歟[성학망망가득여] : 어둡고 아득한 성인의 학문 가히 얻으려
欲行千里出門初[욕행천리출문초] : 천 리 길을 가고자 비로소 문을 나가보네.
藜床風雨燈前夢[여상풍우등전몽] : 명아주 침상의 비 바람 등잔 앞의 꿈이오
槐市光陰案上書[괴시광음안상서] : 회화 나무 마을 세월은 책상 위 글이라네.
始擬橫秋如鷙鳥[시의횡추여지조] : 처음엔 가을 거스른 사나운 새 되려 했더니
漸知緣竹有鮎魚[점지연죽유점어] : 점차 대나무 독차지한 메기 인연 알겠구나.
時時罷却紛華戰[시시파각분화전] : 때때로 일어나는 분화와의 싸움을 끝내고
河洛新春願卜居[하락신춘원복거] : 새 봄엔 하락에 자리 잡아 살기를 원한다네.
聖學[성학] : 聖人[성인]이 가르치거나 닦아 놓은 학문.
藜床[여상] : 명아주의 줄기로 엮어 만든 침상. 보통 간소한 座榻[좌탑]
鮎魚[점어] : 鮎魚上竹[점어상죽], 메기는 미끄러워 대나무를 오를 수 없을 것 같으나,
주둥이로 댓잎을 물고 펄쩍 뛰어서 대나무를 잘 올라간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곤란한 환경을 극복하고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비유한 말.
槐市[괴시] : 교육 기관인 대학의 다른 이름. 한나라 때 장안성의 동쪽에 있던 시장
괴수, 즉 홰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어 이곳에서 학생들이 서로 물건을 사고팔며,
홰나무 아래에서 時事[시사]를 서로 논의한 데서 유래.
紛華戰[분화전] : 공자의 제자인 子夏[자하]가 일찍이 말하기를,
"나가서는 번화하고 성대함을 보고서 기뻐하고,
들어와서는 부자의 도를 듣고 즐거워하여,
이 두 가지가 마음속에서 싸움을 일으켜 스스로 결정짓지 못했다." 한 데서 온 말.
史記 卷23[사기 23권] 禮書[예서]
牧隱詩藁卷之二[목은시고2권] 詩[시]
李穡[이색, 1328-1396] : 자는 穎叔[영숙], 호는 牧隱[목은].
1395년(태조 4)에 韓山伯[한산백]에 봉해지고,
이성계의 출사 종용이 있었으나 끝내 고사하고
이듬해 驪江[여강]으로 가던 도중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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