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牛皮蒙面[우피몽면]

돌지둥[宋錫周] 2023. 12. 6. 16:46

牛皮蒙面[우피몽면] 

소가죽으로 얼굴을 가리다.

 

一太守[고일태수]絶痴[절치] 

不省政事[불성정사]. 

一日牧養官牛者[일일목양관우자]

來呈曰[내정왈];

"官牛[관우]

失足於石橋竇[실족어석교두] 

折脚而薨[절각이훙]

何以處之[하이처지]"

守不知所題[수부지소제]

 

옛날에 한 태수가 매우 어리석어

정사를 돌보지 않았다. 

하루는, 관청의 소를 기르는 자가

와서 말하기를,

"관청의 소가 돌다리 구덩이에

발이 빠져 다리가 꺾여 죽으니 

어찌 처리해야 할지요?"하니, 

태수가 처리할 바를 알지 못해,

 

 

忙入衙中[망입관중] 

問其妻曰[문기처왈]:

"薨牛告狀[훙우고상], 

何以題之可耶[하이제지하야]?" 

妻曰[처왈]: "此不難[차불난], 

肉下官廳[육하관청] 

皮下工房[피하공방] 

筋角[근각]下軍器[하군기], 

以此題之[이차제지]善矣[선의]."

 

바삐 관아 안으로 들어가

그 아내에게 묻기를

"소가 죽어 보고장이 왔는데, 

어떻게 처리해야 되겠소?"하니

아내가 말하기를,

"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니, 

고기는 관청에 낼 것이요, 

껍질은 공방에 내릴 것이며, 

심줄과 뿔은 군기에 내려주어

처리하도록 하면

좋을 것입니다."하니,

 

 

守[수]唯唯而出[유유이출] 

依此題給[의차제급]. 

居數日[거수일]一氓[일뱅], 

喪其父者[상기부자] 

告官廳出物故帖[고관청출물고첩] 

守復用前題曰[수부용전제왈]:

"肉下官廳[육하관청] 

皮下工房[피하공방] 

筋角下軍器爲當[근각하군기위당]."

人莫不駭笑[인막불해소].

 

태수가 그렇게 하겠다고 나와서, 

아내의 말대로 처리할 내용을

적어 주었다. 

며칠 후에, 백성 한 사람이, 

그 아비의 상을 당하여, 

관가에 고하여 처리방법을 물으니, 

태수가 다시 앞서의

처리사항 대로 말하며

"고기는 관청에 가져오고, 

껍데기는 공방에 가져가고, 

심줄과 뿔은 군기에

가져가는 것이 마땅하다."하니,

사람들이 놀라

웃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道臣聞之後置之[도지문신후치지]

下考而將歸也[하고이장귀야] 

其妻[기처]責之曰[책지왈]:

"緣君不治[연군불치]

竟致[경치]遞罷[체파] 

則雖吏民不言[즉수리민불언] 

獨不愧於心乎[독불괴어심호].

 

그 지방의 도백이 듣고는

저질이라 평하고 돌아가려 하자

그 아내가 꾸짖어 말하기를,

"그대가 내말대로 다스리지 않아

마침내 파면되니, 

비록 아전과 백성들은

말이 없을지라도, 

홀로 마음에 부끄럽지 않겠소."

하며,

道臣[도신] : 도백, 지방의 장관.

下考[하고] : 성적이 낮음.

遞罷[체파] : 파면됨.

 

 

當出衙登程之日[당출아등정지왈]

"吾則隱坐於屋轎中

[오즉은좌어옥교중]

而可免赧然[이가면난연]

君在馬上[군재마상]

何堪靦面也[하감전면야?" 

太守曰[태수왈]:

"吾則當蒙牛皮而行矣

[오즉당몽우피이행의]

聞者[문자]失笑[실소].

 

관아를 나와

출발하는 날에 말하기를

"나는 가마 가운데 숨어 앉으면, 

부끄러움을 면할 수 있으나

그대는 말 위에서
어찌 부끄러움을 견디겠소
?"하니, 

태수가 말하기를

"나는 마땅히

소가죽을 쓰고 가리라."하니, 

들은 사람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野史氏曰[야사씨왈]:

"居官職之羞[거관직지수] 

何可隱身而免之乎

[하가은신이면지호]

其夫[기부]不知恥[부지치] 

其妻知恥[기저지치] 

若使此婦得[약사차부득]

良配而相助[량배이상조] 

則其爲補益[즉기위보익] 

豈小哉[기소재].

 

야사씨가 말하기를,

"관직에 있는 자로서의 부끄러움을

어찌 몸을 숨긴다고 면할 수 있으랴! 

그 지아비는 부끄러움을 모르나, 

그 아내는 부끄러움을 알았으니

 만약 그 부인으로 하여금, 

좋은 짝을 얻어 서로 돕게 하였다면 

그 도와줌과 이로움이

어찌 적다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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