畵梨記姓[화리기성]
배를 그려서 성을 기억하다.
一倅昏愚[일쉬혼우]健忘[건망]
座首裵姓者每入謁
[좌수배성자매입알]
倅必問其姓[쉬필문시성]
座首苦之而[좌수고지이]
言于倅曰[언우쉬왈]:
"城主每問民之姓[성주매문민지성]
又經宿忘之,[우경숙망지]
梨之釋音[이지석음]
與民姓同音故[여민성동음고]
若畵梨於壁上[약화이어벽상]
常目在之則[상목재지즉]
可不忘[불가망]."
한 원님이 혼미하고 어리석으며
잊기를 잘해서,
배라는 성의 좌수가
매번 들어와 뵈오면,
원님이 반드시 그 성을 묻는지라,
좌수가 그것이 괴로워서
원님에게 말하기를,
"성주께서 매번 저의 성을 물으시고,
또 주무시고 나면 그것을 잊으시니,
배의 우리 말 음이,
제 성과 같은 음이므로,
만약 벽 위에 배를 그려 놓으시고,
항상 눈을 거기에 둔다면,
가히 잊지 않으실 겁니다."하니,
倅喜曰[쉬희왈]:
"諾[낙]."
卽畵梨於壁上[즉화이어벽상]
而稍長其蒂也[이초장기체야].
明日座首入[명일좌수입]
倅仰視壁畵曰[쉬앙시벽화왈]:
"君非蒙同座首乎[군비몽동좌수호?"
원님이 기뻐하며 말하기를
"그렇게 하겠다."하고,
곧 벽 위에 배를 그렸는데,
그 꼭지가 조금 길었다.
이튿날 좌수가 들어오니,
원님이 벽 그림을
우러러 보고 말하기를,
"자네가 몽동좌수가 아닌가?"하니,
蒙同[몽동]; 몽둥이,
夢同伊[몽동이] 이두식] 표기,
몽동이란 둥근 쇠에
긴 자루가 달린 것으로
돌을 다루는 데에 사용하는 것.
座首起拜曰[좌수기배왈]:
"民姓乃裵也[민성내배야],
非蒙同也[비몽동야].
城主,[성주]
未諭前畵意耶[미유전화의야]?"
倅有慙色[쉬유참색]乃曰[내왈]:
"吾錯認蒙同者[오착인몽동자],
以其柄之長相似故
[이기병지장상사고]
如是也[여시야]."
좌수가 일어나
절을 하면서 말하기를,
"제 성은 곧 배요,
몽동이 아닙니다.
원님께서는, 앞의 그림의 뜻을
깨닫지 못하십니까?"하니,
원님이 부끄러운 낯빛으로
곧 말하기를,
"내가 몽동으로 잘못 안 것은,
그 자루의 길이가
서로 비슷한 까닭으로
이와 같았느니라."하니,
座首跪請曰[좌수궤청왈]:
"願城主稍短其柄[원성주초단기병]."
倅卽就壁畵[쉬즉취벽화]
以刀割其柄曰[이도할기병왈]:
"雖無此柄[수무차병],
本體猶存[본체유존],
豈更忘裵姓耶[기갱망배성야]."
좌수가 꿇어앉아 청하여 말하기를,
"원하옵건대 원님께서는
그 자루를 조금 짧게 하소서."하니,
원님이 곧 벽 그림으로 나아가서,
칼로써 그 자루를
자르면서 말하기를,
"비록 이 자루가 없지만,
본체는 오히려 있으니,
어찌 다시 배라는 성을
잊어버리겠는가."하더라.
우째 이리 돌대가리가
고을 원 자릴 차지했을까 ?
돌삐보다 몬한 놈이구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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