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畵梨記姓[화리기성]

돌지둥[宋錫周] 2023. 12. 6. 16:50

畵梨記姓[화리기성] 

배를 그려서 성을 기억하다.

 

一倅昏愚[일쉬혼우]健忘[건망]

座首裵姓者每入謁

[좌수배성자매입알]

倅必問其姓[쉬필문시성] 

座首苦之而[좌수고지이] 

言于倅曰[언우쉬왈]:

"城主每問民之姓[성주매문민지성] 

又經宿忘之,[우경숙망지]

梨之釋音[이지석음] 

與民姓同音故[여민성동음고] 

若畵梨於壁上[약화이어벽상]

常目在之則[상목재지즉] 

可不忘[불가망]."

 

한 원님이 혼미하고 어리석으며

잊기를 잘해서, 

배라는 성의 좌수가

매번 들어와 뵈오면, 

원님이 반드시 그 성을 묻는지라, 

좌수가 그것이 괴로워서

원님에게 말하기를,

"성주께서 매번 저의 성을 물으시고, 

또 주무시고 나면 그것을 잊으시니,

배의 우리 말 음이, 

제 성과 같은 음이므로, 

만약 벽 위에 배를 그려 놓으시고, 

항상 눈을 거기에 둔다면, 

가히 잊지 않으실 겁니다."하니,

 

倅喜曰[쉬희왈]:

"諾[낙]." 

卽畵梨於壁上[즉화이어벽상] 

而稍長其蒂也[이초장기체야]. 

明日座首入[명일좌수입] 

仰視壁畵曰[쉬앙시벽화왈]:

"蒙同座首乎[군비몽동좌수호?"

 

원님이 기뻐하며 말하기를

"그렇게 하겠다."하고, 
곧 벽 위에 배를 그렸는데, 

그 꼭지가 조금 길었다. 

이튿날 좌수가 들어오니, 

원님이 벽 그림을
우러러 보고 말하기를
,

"자네가 몽동좌수가 아닌가?"하니,

 

蒙同[몽동]; 몽둥이,

  夢同伊[몽동이] 이두식] 표기, 

 몽동이란 둥근 쇠에

 긴 자루가 달린 것으로

 돌을 다루는 데에 사용하는 것.

 

座首起拜曰[좌수기배왈]:

"民姓乃裵也[민성내배야], 

蒙同也[비몽동야].

城主,[성주]

未諭前畵意耶[미유전화의야]?" 

倅有慙色[쉬유참색]乃曰[내왈]:

"吾錯認蒙同者[오착인몽동자], 

以其柄之長相似故

[이기병지장상사고]

如是也[여시야]."

 

좌수가 일어나

절을 하면서 말하기를,

"제 성은 곧 배요, 
몽동이 아닙니다. 

원님께서는, 앞의 그림의 뜻을

깨닫지 못하십니까?"하니, 

원님이 부끄러운 낯빛으로

곧 말하기를,

"내가 몽동으로 잘못 안 것은, 
그 자루의 길이가
서로 비슷한 까닭으로

이와 같았느니라."하니,

 

 

座首跪請曰[좌수궤청왈]:

"願城主稍短其柄[원성주초단기병]." 

倅卽就壁畵[쉬즉취벽화] 

以刀割其柄曰[이도할기병왈]:

"雖無此柄[수무차병], 

本體猶存[본체유존], 

豈更忘裵姓耶[기갱망배성야]."

 

좌수가 꿇어앉아 청하여 말하기를,

"원하옵건대 원님께서는

그 자루를 조금 짧게 하소서."하니, 

원님이 곧 벽 그림으로 나아가서, 

칼로써 그 자루를

자르면서 말하기를,

"비록 이 자루가 없지만, 
본체는 오히려 있으니, 
어찌 다시 배라는 성을
잊어버리겠는가
."하더라.

 

우째 이리 돌대가리가

고을 원 자릴 차지했을까 ?

돌삐보다 몬한 놈이구려 !

'고금소총' 카테고리의 다른 글

眩名求實[현명구실]  (0) 2024.02.26
荷印矜爵[하인긍작]  (0) 2023.12.13
牛皮蒙面[우피몽면]  (3) 2023.12.06
寒食歲拜[한식세배]  (0) 2023.11.30
無妹哭訃[무매곡부]  (0) 2023.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