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慶昌

浿江樓舡題詠[패강루선제영]

돌지둥[宋錫周] 2021. 3. 20. 06:02

浿江樓舡題詠[패강루선제영]  孤竹 崔慶昌[고죽 최경창]

패강 층집 배에서 짓고 읊다.

 

水岸悠悠楊柳多[수안유유양류다] : 멀고 아득한 강 언덕엔 수양버들 뛰어나고

小舡遙唱采蓮歌[소선요창채련곡] : 작은 배로 떠돌면서 연밥 따는 노래 부르네.

紅衣落盡秋風起[홍의락진추풍기] : 붉은 옷 쓸쓸히 없어지니 가을 바람 이는데

日暮芳洲生白波[일모방주생백파] : 해 저무는 꽃다운 물가에 흰 물결이 생기네.

 

附[부] 霽峯[제봉] 高敬命[고경명]

桃花晴浪席邊多[도화청랑좌변다] : 맑은 물결에 복숭아 꽃 자리 곁에 뛰어난데

搖蕩蘭舟送棹歌[요탁란주송도가] : 목련 배 흔들려 움직이니 뱃 노래를 보내네.

醉倚紅粧應不忘[취의홍장응불망] : 붉은 꽃에 취해 의지하며 잊지 않고 응하니

小風輕颺幕生波[소풍경양막생파] : 작은 바람 가벼이 일어 장막에 물결이 이네.

 

萬竹[만죽] 徐益[서익]

南湖士女採蓮多[남호사여채련다] : 남쪽 호수에 사내와 여인 많은 연밥 따는데

曉日靚粧相應歌[효일정장상응가] : 아침 햇살에 단장하고 서로 노래하며 응하네.

不到盈裳不回檝[부도영상불회전] : 치마에 가득히 채우지 못해 돌아가지 못하고

有時遙渚阻風波[유시요저저풍파] : 때때로 먼 물가의 세찬 바람 물결에 막히네. 

 

蓀谷[손곡] 李達[이달]

蓮葉參差蓮子多[연엽참치련자다] : 연꽃 잎은 들쭉 날쭉하고  연밥들 겹치는데

蓮花相間女郞歌[연화상간여랑가] : 연 꽃 형상 사이로 사내와 처녀들 노래하네.

來時約伴橫塘口[내시약반횡당구] : 올 때에 횡당못 입구에서 짝과 약속했으니

辛苦移舟逆上波[신고이주역상파] : 애써서 배를 옮기며 물결을 거슬러 오르네.

 

浿江[패강] : 大同江[대동강]의 옛 이름.

霽峯[제봉] : 高敬命[고경명 : 1533-1592]의 호, 본관은 長興[장흥]. 자는 而順[이순]

   임진왜란 당시 금산전투에 참전한 의병장. 문신. 

萬竹[만죽] : 徐益[서익 1542-1587],의 호, 자는 君受[군수], 다른 호는 萬竹軒[만죽헌]

   서천군수, 안동부사, 의주목사 등을 역임한 문신.

蓀谷[손곡] : 李達[이달]의 호, 자는 益之[익지], 또 다른 호는 東里[동리],

   許筠[허균]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허균은 그의 전기

   蓀谷山人傳[손곡산인전]을 지었다. 저서에 蓀谷詩集[손곡사집]이 있다.

 

詩題[시제]采蓮曲次鄭知常韻[채련곡차정지상운]이라고도 하는

詩[시]를 짓게 된 연유는 당시 大同察訪[대동찰방]으로 있었던

徐益[서익]과 平壤 庶尹[평양 서윤]으로 있었던 崔慶昌[최경창]

李達[이달], 崔岦[최립], 高敬命[고경명]과 함께 평양 浮碧樓[부벽루]에서

자주 술을 마시고 시를 지으면서 놀았겠지요.

부벽루 현판에는 고려를 대표하는 시인 鄭知常[정지상 : ? ~ 1135]

그 유명한 詩[시] 送人[송인]이 있었답니다.

 

정지상의 '송인'이라는 시는

雨歇長堤草色多[우헐장제초색다] : 비 개인 긴 언덕에는 풀 빛은 아름다운데

送君南浦動悲歌[송군남포동비가] : 그대 남포에서 보내며 슬픈 노래 부르네.

大同江水何時盡[대동강수하시진] : 대동강 강물은 어느 때에나 다할 것인가

別淚年年添綠波[별루연년첨록파] : 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하네.

 

至今稱爲絶倡[지금칭위절창] 지금에 이르기까지 절창이라 칭송되었다.

樓船題詠[누선제영] 値詔使之來[치소사지래] 悉撤去之[실철거지],

다락이 있는 배에 제영한 시들은 사신이 올 때가 되면 모두 떼어냈는데

而只留此詩[이지류차시].

다만 이 시만은 남겨두었다.

 

최경창이 정지상의 시에 차운하여 시를 짓기를 제의하고 서익

시제采蓮曲[채련곡]으로 할 것을 주장하였였지요.

그래서 送人[송인]送別詩[송별시]인데 반해 각기 送人을 차운하여

연밥 따는 노래采蓮曲[채련곡]를 지었답니다.

그런데 같은 題材[제재]인데도 시인에 따라 달리 표현되고 있으며,

이 최경창의 시는 다른 시인들에 비해

紅衣落盡西風冷[홍의락진서풍랭] 日暮芳洲生白波[일모방주생백파]라며

자기 내면의 투영이 어둡게 드리워져 있는 듯합니다.

 

똑같은 내용이 申欽[신흠]晴窓軟談[청창연담]에도 실려있습니다. 

 

孤竹遺稿[고죽유고] 七言絶句[칠언절구] 1683간행본

한국고전번역원 영인표점 한국문집총간 1990 최경창(1539-15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