霽月堂 宋奎濂

擬梁甫吟[의양보음]

돌지둥[宋錫周] 2019. 4. 20. 07:51

霽月堂 宋奎濂[제월당 송규렴]

擬梁甫吟[의양보음] 癸酉[계유]

양보음을 본뜨다.  계유 : 1693년

 

潘南有奇士[반남유기사] : 반남에는 기이한 선비가 있으니

樹立何宏崇[수립하굉안] : 서있는 나무 어찌나 크고 높은지.

遒遒谷山子[주주곡산자] : 굳게게 끝낸 곡산의 남자

所就頗相同[소취파상동] : 나아가는 바 자못 서로 함께하네.

同光耀日月[동광요일월] : 풍경과 함께 달과 태양이 빛나고

並峙巍華嵩[병치외화숭] : 나란한 언덕은 높이 솟아 빛나네.

人皆歎其義[인개탄기의] : 사람들은 다 그 의로움 칭찬하고 

我獨憐其忠[아독련기충] : 나는 오직 그 충성심을 사랑하네.

忠而竟莫暴[충이경막폭] : 충성을 도리어 드러낼 수 없는데

奈此蘭芝烘[내차란지홍] : 어찌 이에 난초와 영지를 태우나.

危言自古易招禍[위언자고이초화] : 기품있는 말은 자고로 재앙을 쉬이 부르고

直道如今難庇躬[직도여금난자궁] : 곧은 도리는 지금 같이 몸을 돕기 어렵네.

除非審擇有素定[제비심택유소정] : 비방 덜며 살펴 가려 본디 편안함 있으니

孰能舍魚甘取熊[숙능사어감취웅] : 누가 능히 물고기 버리고 맛좋은 곰 취할까.

渠心所愛只君父[거심소애지군부] : 그 마음 사랑하는 바는 오직 임금뿐

七尺微軀看蠛蠓[칠척미구간멸몽] : 일곱 척 작은 몸을 등에 처럼 행했네.

鴻毛輕處泰山重[홍모경처태산중] : 기러기 털은 가벼워도 큰 산처럼 삼가고

瀝血刳腸披赤衷[역혈고장피적충] : 창자 갈라 피를 쏟아 충심의 마음 폈네. 

憧憧一念豈有他[동동일념기유타] : 그리는 한결같은 생각 어찌 다름 있을까

秪蘄天門回四聰[지기천문회사총] : 다만 대궐이 사방을 돌며 듣기를 바랬네.

雷霆雖復動疾威[뇌병수복동질위] : 천둥이 비록 겹치고 급히 세력 변해도

粉骨糜身非所恫[분골미신비소동] : 뼈를 갈고 몸이 부서져도 두려워하지 않네.

貞肝義膽去益壯[정간의담거익장] : 곧은 충심 옳은 기백 더욱 굳세게 내몰아

直舌到死猶未終[직설도사유미종] : 직설로 죽음에 이르러도 오히려 끝내지 않았네.

非忠安得辦此義[비충안득판차의] : 충성하지 않고 어찌 얻어 이 의로움 갖추나

大名宇宙垂無窮[대명우주수무궁] : 우주에 훌륭한 이름을 다함 없이 전하리라.

哀哀遺願欲何埋[애애유원욕하매] : 큰 슬픔 삼가 전하며 어찌 감추려 하는가

首陽萬古磨蒼穹[수양만고마창궁] : 만고의 수양산을 푸른 하늘로 갈아내리라.

平生孟博是知己[평생맹박시지기] : 평생을 맹박처럼 자기를 알아 바르게 하여

永相娛戲山之中[영상오희산지중] : 오래도록 서로 즐겨 놀며 산 속에서 살리라.

傷心慷慨幾志士[상심강개기지사] : 마음 상해 슬퍼하는 절의있는 선비 몇인가

扼腕奔走傾閭童[액완분주경여동] : 마을 아이들도 팔목 잡고 다투어 달렸네.

偏邦上下四千載[편방상하사천재] : 한 나라로 오르고 내림이 사 천 년인데

歷數義烈誰如公[역수의열수여공] : 의를 지키는이 세어보니 누가 공과 같으리오.

唯應正氣化列星[유응정기화열성] : 오직 바른 기풍으로 응하니 별들이 감화하여

復作長空千尺虹[부작장공천척홍] : 다시 지으니 긴 하늘에 무지개가 천길이구나. 

我今奮筆寫玆篇[아금분필사현편] : 나는 이제야 붓을 휘둘러 이 시문을 베끼니

六合颯爽來英風[육합삽상래영풍] : 천지 사방 맑은 바람 걸출한 풍채 돌아오네.

 

梁甫吟[양보음] : 악부 相和歌辭[상화가사]의 곡 이름, 양보는 泰山[태산] 아래에 있는 작은 산.

          梁甫吟[양보음]은 본디 그곳에 묻힌 사람들을 슬퍼하는 挽歌[만가]였는데,

          후세에 와서는 불우한 처지를 읊은 처량한 시작품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潘南[반남] : 전라남도 나주 지역의 옛 지명. 반남박씨의 시조 현. 이 시에서는

     朴泰輔[박태보 : 1654-1689]를 지칭, 본관은 潘南[반남]. 자는 士元[사원], 호는 定齋[정재].

     서인 중에서 宋時烈[송시열]과 尹宣擧[윤석거]가 서로 정적으로 있을 때, 윤선거의 외손자임에도 불구하고

     친족 관계라는 사심을 떠나 공정하게 의리에 기준을 두고 시비를 가려 통쾌하게 논조를 전개한 적도 있다. 

     1689년 기사환국 때 仁顯王后[인현왕후]의 폐위를 강력히 반대해 주동적으로 소를 올렸다가

     심한 고문을 받고 진도로 유배 도중 獄毒[옥독]으로 노량진에서 죽었다.시호는 文烈[문열]이다.

谷山子[곡산자] : 위 박태보와 함께 추국 당한 陽谷[양곡] 吳斗寅[오두인 : 1624-1689]으로 추정,

     본관은 海州[해주]. 자는 元徵[원징], 1689년 형조판서로 재직 중에 기사환국으로 서인이 실각하자,

     知義禁府事[지의금부사]에 세번이나 임명되고도 나가지 아니하여 삭직당하였다.

     이해 司直[사직]을 지내고, 5월에 仁顯王后 閔氏[인현왕후 민씨]가 폐위되자 李世華[이세화],

     朴泰輔[박태보]와 함께 이에 반대하는 소를 올려 국문을 받고, 의주로 유배 도중 파주에서 죽었다.

舍魚[사어] : 孟子[맹자] 告子上[고자상]에 “물고기 요리도 내가 먹고 싶고, 곰 발바닥 요리도 내가 먹고 싶다.

          하지만 한 가지만 택하라면, 나는 물고기를 버리고 舍魚[사어] 곰 발바닥을 취할 것이다". 즉

          舍生而取義者也[사생이취의자야] 나는 삶을 버리고 의를 취하겠다.

君父[군부] : 백성을 자식으로 보고 임금을 아버지에 비유하는 말.

蠛蠓[멸몽] : 잔디등에, 잔디등엣과의 곤충을 통틀어 이르는 말.

鴻毛[홍모] : 기러기의 털, 아주 가벼운 사물의 비유, 司馬遷[사마천]의 글에

     “人固有一死[인고유일사] : 사람은 진실로 한 번 죽는데,

     或重於泰山[혹중어태산] : 혹은 태산보다 무겁고

     或輕於鴻毛[혹경어홍모] : 혹은 홍모보다 가벼우니,

     用之所趨異也[용지소추이야] : 쓰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다.”라고 하였다.

瀝血[역혈] : 진심을 드러내 보이는 일.

憧憧一念[동동일념] : 마음 속에서 사라질 줄 모르는 한 가지 생각.

天門[천문] : 대궐의 문을 높이어 이르는 말, 왕의 눈과 귀를 비유.

四聰[사총] : 사방의 총명함인 바, 여기서는 대궐에 들어가려 사방의 귀를 이용하는것.

哀哀[애애] : 구슬픔, 매우 슬픔.

孟博[맹박] : 後漢[후한] 范滂[범방]의 자. 범방이 지방 장관으로 부임하기 위해 말고삐를 잡으면서

          맑게 정화시킬 뜻을 다짐했던 고사를 말함. 後漢書[후한서] 范滂傳[범방전]

          孟博詞[맹박사], 李膺[이응], 杜密[두밀]과 함께 당시 善類[선류] 중의 명사로써

          桓帝[환제] 때 黃門北寺獄[황문북사옥]에 연루되어 中常侍[중상시] 王甫[왕보]가 심문하기를

          “경은 자기들끼리 서로번갈아 이빨과 입술의 관계를 맺으며 마음에 맞지 않는 자가 있으면

          보이는 대로 배척하였는데, 그 뜻은 무엇인가?” 하자, 하늘을 우러러 개탄하기를

          “옛적에 선을 따르는 자는 스스로 많은 복을 구했는데 오늘날 선을 따르는

         자는 처형되는 재앙에 빠지는구나.  원컨대 나를 首陽山[수양산] 곁에 묻어 위로는

         하늘을 저버리지 않고 아래로는 백이, 숙제에 부끄럽지 않게 해 달라.” 하니, 왕보는

         그 의기에 감동하여 형틀을 풀어줬으며, 결국 무사히 풀려났다.

傷心[상심] : 마음 상함, 속을 썩임, 마음을 태움, 속상함.

慷慨[강개] : 의롭지 못한것을 보고 정의심이 복받치어 슬퍼하고 한탄함.

志士[지사] : 절의가 있는 선비.

扼腕[액완] : 손으로 팔뚝을 잡는 것. 감정의 실마리가 끓어 올라 요동치는 모습을 나타냄.

奔走[분주] : 이리 저리 바쁨을 비유함, 매우 바쁘게 뛰어다님.

義烈[의열] : 의를 지킴이 강함, 정의로운 마음이 熱烈[열렬]함.

六合[육합] : 천지 사방.

英風[영풍] : 英傑[영걸]스런 風采[풍채].

 

霽月堂先生集卷之二[제월당선생집2권] 詩[시] 1819 간행

한국고전번역원 | 영인표점 한국문집총간 | 1994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奎3667 한국문집총간 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