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

悱調[비조]

돌지둥[宋錫周] 2018. 2. 26. 18:43

 

俚諺引[이언인] 延安 李鈺著[연안 이옥저]

 

          調[비조]     李鈺[이옥]

  

詩曰[시왈] 肖雅怨而不悱[초아원이불비]

詩經[시경] 말하는 ‘초아(肖雅)’는 원망하면서도 말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悱者怨而已[비자원이이] 甚之謂也[심지위야]

비라는 것은 원망만 할 따름이 매우 심함을 이름이다.

 

大凡世之人情[대범세지인정] 一失於雅[일실어아] 則至於艶[즉지어염]

무릇 세상의 人情[인정]이 雅[아]에서 하나를 잃어버리면 곧 艶[염]에 이르게 되는 것이고

 

艶則其勢必流於宕[염즉기세필류어탕]

艶[염]은 곧 그 형세가 宕[탕]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世旣有宕者[세기유탕자] 則亦必有怨者爲怨之[즉역필유원자위원지]

세상에 이미 질탕함이 있으면 곧 또한 원망함이 있는 것이니 원망을 하게 되면

 

則必已甚焉즉필이심언]  이는 곧 반드시 심해지는 것이다.

 

此悱之所以有作而悱者所以[차비지소유작이비자소이] 悱其宕也[비기탕야]

이것이 悱調[비조]가 지어진 까닭이며  悱[비]는 그 질탕함에 말 못할 정도가 되는 까닭이니

 

則此亦亂極思治反求於推之意也[즉차역난극사치반구어추지의야]

곧 이 또한 어지러움이 극한 곳에서 다스려짐을 생각하고, 도리어 밀쳐내야 할 것에서 구해 보자는 뜻이다.

 

詩凡十六篇[시범십육편] 이 편의 시는 모두 열 여섯편이다.

 

 

寧爲寒家婢[영위한가비] : 차라리 가난한 집의 종이 될지언정

莫作吏胥婦[막작리서부] : 구실아치(아전) 아내는 되지마세요.

纔歸巡邏頭[재기순라두] : 겨우 순라 시작 할때 돌아왔다가는

旋去破漏後[선거파루후] : 파루 친 뒤에는 빠르게 가버리지요.  

 

寒家[한가] : 貧家[빈가], 가난하고 門閥[문벌]없는 집안.

吏胥[이서] : 각 官衙[관아]에 딸린 구실아치를 통틀어 일커름.

巡邏[순라] : 巡邏軍[순라군], 조선 시대 때 도둑, 화재 따위를 경계하기 위하여

                  밤에 宮中[궁중]과 서울 둘레를 巡視[순시]하던 軍人[군인].

                  2更[경]에서부터 5更[경]까지를 通行[통행]을 禁止[금지] 시간으로 정하고 순시하던 벼슬.

破漏[파루] : 罷漏[파루]의 오기인 듯함. 통행금지 해제의 뜻으로 새벽 오경에 큰 종을 서른 세 번 치던 일.

 

 

寧爲吏胥婦[영위리서부] : 차라리 아전의 아내가 될지언정

莫作軍士妻[막작군사처] : 군졸의 아내는 되지 마세요.

一年三百日[일년삼백일] : 일 년이 삼백 일 이라면

百日是空閨[백일시공규] : 백 일은 독수공방이랍니다.

 

軍士[군사] : 軍人[군인]의 總稱[총칭], 階級[계급이 낮은 군인.

空閨[공규] : 오랫동안 남편 없이 여자 홀로만 쓸쓸히 있는 房[방].

 

 

 

寧爲軍士妻[영위군사처] : 차라리 군사의 아내가 될지언정

莫作譯官婦[막작역관부] : 역관의 아내는 되시마세요.

篋裏綾羅衣[협리능라의] : 상자 속의 비단 옷을 입지만

那抵別離久[나저별리구] : 어찌 오랜 이별을 거절하리오.

 

譯官[역관] : 通譯[통역]하는 일을 맡은 관리. 司譯院[사역원] 關員[관원]을 통틀어 일컫던 말.

綾羅[능라] : 무늬가 있는 두꺼운 비단과 얇은 緋緞[비단].

別離[별리] : 離別[이별].

 

 

寧爲譯官婦[영위역관부] : 차라리 역관의 아내 될지언정

莫作商賈妻[막작상고처] : 장사꾼의 아내는 되지마세요.

半載湖南歸[반재호남귀] : 반년만에 호남서 돌아와서는

今朝又關西[금조우관서] : 오늘 아침엔 또 관서로 가네요. 

 

商賈[상고] : 장사꾼.

關西[관서] : 평안도와 황해도 북부지역을 이르는 말.

 

 

寧爲商賈妻[영위상고처] : 차라리 장사꾼의 아내가 될지언정

莫作蕩子婦[막작탕자부] : 방탕한 사람의 아내는 되지마세요.

夜每何處去[야매하처거] : 밤되면 늘 어느 곳으로 가고서는

今朝又使酒[금조우사주] : 오늘 아침에도 또 술을 시키네요.

 

蕩子[탕자] : 放蕩[방탕]한 사내.

 

 

謂君似羅海[위군사라해] : 당신을 사나이라 일컫기에

女子是托身[여자시탁신] : 여자인 이 몸을 맡겼지요.

縱不可憐我[총불가련아] : 가련한 나를 거느리지 않고

如何虐我頻[여하학아빈] : 어찌 나를 자주 학대하나요.

 

似羅海[사나해] : 마치 넓은 바다 같아서,  여기서는 '사나이'를 음차하신 듯.

 

 

三升新襪子[삼승신말자] : 굵은 베로 버선을 새로 만드는데

縫成轉嫌寬[봉성전혐관] : 꿰매고 나서 큰걸 알고 불평하네.

箱中有紙本[상중유지본] : 상자 속에 종이로 된 본이 있는데 

何不照憑看[하부조빙간] : 어찌하여 견주어 보지 못했을까 ?

 

三升[삼승] : 몽고에서 나는 무명의 한 종류, 석새-삼베 (명)

                  예순 올의 날실로 짠, 성기고 굵은 삼베, 三升布[삼승포].

 

 

間我梳頭時[간아소두시] : 내가 머리 빗질하는 사이

偸得玉簪兒[투득옥잠아] : 낭군이 옥비녀 훔쳐갔네요.

留固無用我[유고무용아] : 두어도 내겐 쓸모 없겠지만

不識贈者誰[불식증자수] : 누구에게 주려는지 알 수 없네요.

 

 

亂提羹與飯[난제갱여반] : 국과 밥을 어지러이 던지며

照我面門擲[조아면문척] : 내 얼굴 견주어 문에 던지네.

自是郞變味[자시랑면미] : 이는 정말 낭군 입맛 변한거지

妾手豈異昔[접수기이석] : 첩의 솜씨 어찌 옛과 다르리오.

 

 

巡邏今散未[순라금산미] : 순라 돌다 지금쯤은 끝났을 시간

郎歸月落時[낭귀월락시] : 낭군은 달이 지며 돌아올 때라네.

先睡必生怒[선수필생노] : 먼저 잠들면 반드시 화를 낼 테고

不寐亦有疑[불매역유의] : 잠들지 않으면 또 의심 하겠지요.

 

 

十一

使盡闌干脚[사진란간각] : 시킨일 다해도 몸으로 막아 밟고서

無端蹴踘儂[무단축국농] : 까닭없이 나를 차고 발로 밟네요.

紅頰生靑後[홍협생청후] : 붉은 뺨에 푸른빛 늦게 생겼으니

何辭答尊公[하사답존공] : 어떤 핑게로 어르신께 답할까요 ?

 

 

十二

早恨無子久[조한무자구] : 새벽 한탄은 오래도록 자식 없음인데 

無子反喜事[무자반희사] : 자식이 없음이 반대로 기쁜 일이네요.

子若渠父肖[자약거부초] : 자식이 만약에 지아비를 닮는다면은

殘年又此淚[잔년우차루] : 남은 해에도 또 이리 눈물흘리겠지요.

 

 

十三

丁寧靈判事[정녕령판사] : 정녕 영험하다는 판수 무당이

說是坐三災[설시좌삼재] : 므릇 말하길 삼재가 앉았다네.

送錢圖畵署[송전도화서] : 그림 맡은 관청에 돈을 보내서 

另購大鷹來[영구대응래] : 따로 뛰어난 매를 사오라 했네. 


圖畵署[도화서] : 그림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관청.



十四

夜汲槐下井[야급괴하정] : 밤에 느티나무 아래 우물에서 물을 긷다

輒自念悲苦[첩자념비고] : 문득 스스로 생각하니 슬프고 괴롭구나.

一身雖可樂[일신수가락] : 이 한 몸이야 가히 편안 할 수 있지만

堂上有公姥[당상유공모] : 대청 위에 시부모님이 계신때문이라네.

 

 


十五

一日三千逢[일일삼천봉] : 하루에 삼 천 번을 만나도

三千必盡嚇[일일필진혁] : 삼천 번을 오로지 성만 내려하네.

足趾鷄子圓[족지계자원] : 발꿈치가 계란처럼 둥글어도

猶應此亦罵[유은차역매] : 오히려 응당 이도 또한 꾸짖겠지. 

 

 

十六

嫁時倩紅裙[가시천홍군] : 시집 올때 입었던 예쁜 붉은 치마

留欲作壽衣[유욕주수의] : 두었다가 수의를 만들려 했었지.

爲郞鬪箋倩[위랑투전천] : 남편의 투전 돈을 만들기 위해

今朝淚賣歸[금조루매귀] : 오늘 아침 눈물흘리며 팔고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