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

寒山道[한산도]

돌지둥[宋錫周] 2023. 7. 22. 11:38

寒山道[한산도]     寒山子[한산자]

쓸쓸한 산 길.

   

杳杳寒山道[묘묘한산도] : 멀어서 아득한 차가운 산 길에

落落冷澗濱[낙락냉간빈] : 축축 늘어진 골짜기 물가 차구나.

啾啾常有鳥[추추상유조] : 짹짹이는 새와 항상 친하게 지내니

寂寂更無人[적적갱무인] : 외롭고 쓸슬히 더욱 사람도 없구나.

淅淅風吹面[석석풍취면] : 쓸쓸하고 썰렁한 바람이 얼굴에 불며

紛紛雪積身[분분설적신] : 풀풀 날리는 눈이 내 몸에 쌓이네.

朝朝不見日[조조불현일] : 매일 아침 해도 나타나지 않는지라

歲歲不知春[세세부지춘] : 해마다 봄이 오는걸 알지 못하네.

 

선사의 이름은 寒山[한산], 혹은 寒山子[한산자].

불교 성지의 하나인 天台山[천태산] 속 寒巖[한암]이라는

바위 동굴에서 기거한 데서 유래한 法名[법명]이다.

선사는 인위적 치장을 마다하기에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눈

발이 몸에 쌓이는 것조차 감내한다.

또 속세 인연과의 철저한 隔絶[격절]이 가능했기에

‘아침마다 해가 보이지 않고, 해마다 봄조차 알지 못하는’ 은둔의 삶을 즐길 수 있다.

 

시는 외견상 5언 율시의 형식을 취했지만 율시의 전통적 작법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소리와 형상을 도드라지게 하려고 모든 시구에 의성어, 의태어를 빠짐없이 사용했는데

시각적, 청각적 효과가 최대화되는 파격적인 시도다.

이는 민가에서 흔히 쓰는 기법인데 사대부 문학의 울타리에 갇히길 거부했던

시인의 취향에 부합했을 것이다.

또 시 전체에 의미상 서로 대칭을 이루는 對句[대구]를 배치한 것도 이 시의 숨은 매력이다.

이 대구를 통해 시인은 의미적 리듬감을 한껏 살리고 싶었을 것이다.

이러저러한 파격 때문에 자신의 시가 비판받는 걸 의식해서였을까.

시인은 ‘언젠가 안목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내 시가) 저절로 온 천하에 퍼지리라’는 시구를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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