步虛詞[보허사] 蘭雪軒 許楚姬[난설헌 허초희]
1.
乘鸞夜下蓬萊島[승난야하봉래도] : 난새를 타고 한밤중에 봉래섬에 내려와
閑輾麟車踏瑤草[한전린거답요초] : 한가롭게 기린수레 타고 향그런 풀을 밟네.
海風吹折碧桃花[해풍취절벽도화] : 바닷 바람 불어와 벽도화를 꺽어보고
玉盤滿摘安期棗[옥반만적안기조] : 옥 쟁반에 안기의 대추를 가득 따담았구나.
2.
九霞裙幅六銖衣[구하군폭육수의] : 아홉폭 고운 치마 가벼운 저고리에
鶴背泠風紫府歸[학배냉풍자부귀] : 학을 타고 찬 바람내며 하늘로 돌아가네.
瑤海月明星漢落[요해월명성한락] : 요해에 달은 밝고 은하수 스러지는데
玉簫聲裏霱雲飛[옥소성리휼운비] : 옥 피리 소리에 상서로운 구름 날아오르네.
鸞[난] : 난새 난, 중국 전설에 나오는 상상의 새.
蓬萊[봉래] : 瀛州山[영주산], 方丈山[방장산]과 함께 三神山[삼신산]의 하나로
신선이 살고 있는 세계.
安期[안기]의 棗[조] : 安期生[안기생]이란 신선이 참외만한 대추를 즐겨 먹음.
향기가 십리를 가고 병자가 낫으며 죽은자도 환생한다 함.
紫府[자부] : 선인의 숙소.
九霞裙[구하군] : 선녀가 입는 아름다운 아홉 폭 치마.
六銖衣[육수의] : 선녀의 가벼운 저고리.
허난설헌이 위와 같은 선계의 언어를 자유롭게 시로 나타 낼 수 있음은
그가 얼마나 많은 古詩[고시]와 문헌들 그리고 중국의 시를
읽고 연구하며 섭렵한 결과일 것입니다.
步虛詞[보허사] : 신선 세계에 대한 악부체[樂府體]의 시로써
원래 보허사란 도사가 허공을 거닐며 경을 읽는다는 노래로
신선들의 거동을 읊은 시라네요.
許均[허균]은 위의 보허사 2수를 劉夢得[유몽득]의 체를 본 받았으나
오히려 그보다 맑고 뛰어나다 평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