鑿壁[착벽] 柳成龍[유성룡]
벽을 뚫다.
漢家貴經術[한가귀경술] : 한나라 조정은 경서의 학술 숭상하였고
學子頗專精[학자파전정] : 배우는 사람들도 자못 몹시 전일하였네.
董公下帷坐[동공하유좌] : 동공은 휘장을 물리치고서 머물렀으며
卜式和書耕[복식화서경] : 복식은 화목하게 독서하며 밭을 갈았지.
匡生繼其後[광생계기후] : 광형이란 백성이 그들의 뒤를 이었으니
亦能要其成[역능요기성] : 이 또한 능히 그들의 성취를 추구하였네.
敦書與說禮[돈서여설열] : 글을 술상하고 더불어 예절로 공경하며
論說不暫停[논설부잠정] : 논하는 말씀 잠시도 멈춘 적이 없었다네.
世家本農夫[세가본농부] : 명문세가 집안도 그 근본은 농부였으니
食力同編氓[식력동편맹] : 양식과 인력은 백성들과 함께 엮었다네.
朝耕原上田[조경원상전] : 아침에는 언덕 위의 밭에서 밭을 갈고
暮束澗底荊[모속간저형] : 저물녘 산골짝 밑에서 가시나무 묶었네.
得暇輒歸來[득가첩귀래] : 말미 얻으면 언제나 있던 곳에 돌아와
讀書何鏗鍧[독서하갱굉] : 글 읽는 소리 얼마나 낭랑했던가!
寸陰眞可惜[촌음진가석] : 썩 짧은 시간도 참으로 몹시 아까운데
白日何易傾[백일하이경] : 밝은 해는 어찌하여 그리 쉬이 기우는가.
螢雪旣非時[형설기비시] : 반딧불과 눈 빛은 이미 때가 아닌데
况謀長短檠[황모장단경] : 하물며 등잔불이 길고 짧음을 살필까.
永夜坐沈沈[영야좌침침] : 긴 밤을 오래도록 침울하게 앉아서
悠然思古情[유연사고정] : 침착하고 여유있게 옛 정취 생각하네.
眼前對黃卷[안전대황권] : 눈 앞에 있는 서책을 마주대하여
欲讀嗟如肓[욕독차여황] : 읽으려 하나 고황과 같음을 탄식하네.
隔壁有隣翁[격벽유린옹] : 벽에 막혀있는 이웃의 노인이 있는데
孤燭明深更[고촉명심경] : 외로운 촛불만 깊은 밤에 밝히는구나 .
聊憑束縕計[료빙속온계] : 구차하게 헌솜 묶어 의거 할 계획에
鑿破一竅生[착파일규생] : 뚫어서 째니 하나의 구멍이 생겨났네.
容纔耿耿輝[용재경경휘] : 겨우 깜빡 깜빡 빛나는 걸 받아들여
照我昭昭明[조아소소명] : 밝게 빛나며 확실하게 나를 비추네.
尋行魯魚分[심행로어분] : 탐구하여 먼저 노자와 어자를 나누고
運舌金石鳴[운설금석명] : 혀를 움직이니 쇠와 돌이 소리를 내네.
辛勤妻子憐[신근처자련] : 괴롭게 힘쓰니 처자식도 가엾게 여기고
慷慨傍人驚[강개방인경] : 비분강개함에 주변 사람들도 놀라네.
三千與三百[삼천여삼백] : 위의 삼천에 더불어 예절의식 삼백이니
貫穿紛縱橫[관천분종횡] : 꿰고 뚫으니 자유 자재로 왕성하구나.
一朝學大成[일조학대성] : 하루 아침에 학문을 크게 이루니
天子聞其聲[천자문기성] : 천자께서도 그의 명성 들으셨다네.
西遊說經義[서유세경의] : 서쪽을 유람하며 경서의 뜻 유세하니
諸儒莫能爭[제유막능쟁] : 여러 유생들 능히 논쟁 할 수 없었지.
居然紐相印[거연뉴상인] : 쉽사리 승상의 인장까지 매었으니
赫然志氣盈[혁연지기영] : 가득한 뜻과 기백은 성하게 빛났네.
借問致此何[차문치차하] : 묻노니 어떻게 이 자리에 이르렀는가
立志由堅貞[입지유견정] : 꿋꿋하고 바른 뜻을 세운 까닭이라네.
吾聞儒者道[오문유자도] : 내가 듣기에 유생들의 도리라는 것은
學古貴能行[학고귀능행] : 옛 것을 배워 능히 행함이 중요하다네.
此公寧有是[차공영유시] : 이 귀인은 무릇 넉넉하고 편안했으니
所望公與卿[소망공여경] : 바라는 바 상서로움 함께한 제후였네.
縱或得此願[종혹득차원] : 설령 또 이에 원하는걸 얻었을지라도
旋被人譏評[선피인기평] : 점차 사람들 헐뜯는 평론을 더하였네.
虛費一生力[허비일생력] : 한 평생 힘쓴 일을 헛되이 소모하고
僅取爲匡衡[근취위광형] : 겨우 취한 것은 가장된 광형이었구려.
若士有奇操[약사유기조] : 만약 선비로서 뛰어난 절조 있었다면
慕道存深誠[모도존심성] : 도리를 그리는 깊은 정성 생각했으리.
但得心中趣[단득심중취] : 그렇지만 마음 속의 풍취를 얻는다면
不願世上名[불원세상명] : 세상의 평판을 원하지 않았으리라.
閉戶終不出[폐호종불출] : 문 걸어 닫고서 마침내 나가지 않으니
雖貧亦爲榮[수빈역위영] : 비록 빈곤해도 또한 영광으로 여기리라.
董公[동공] : 漢[한]나라 때 新城[신성] 사람, 鄕中[향중]의 교화를 관장하던 장로.
신성의 三老[삼로]였던 동공이 "초희왕을 항우가 살해했다."는 천인공노할 사실을 알려줌.
卜式[복식] : 전한 중기의 관료이자 농학자로, 하남군 사람.
匡生[광생] : 匡衡[광형],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몹시 좋아했다.
그러니 집안이 가난해 낮엔 일하고 밤에 책을 볼 수밖에 없었다.
등불 켤 기름이 없어 고심하던 그는 이웃집 벽에 몰래 구멍을 뚫었다.
구멍으로 들어오는 불빛으로 책을 읽기 위해서.... 鑿壁引光[착벽인광], 鑿壁偸光[착벽투광].
승상에 까지 올라 樂安侯[안악후]에 봉해졌으나 안악현의 지도가 잘못된 줄 알고
다시 광형에게 4백 경을 붙여주었고, 광형은 여기에서 곡식 천여 석을 거두어 자기 집으로 가져갔다.
이 일이 발각되어 탄핵을 받았고, 문초는 면하였으나 관작이 박탈되고 집에서 죽었다.
束縕[속온] : 束縕請火于亡肉家[속온청화우망육가], 삼을 묵어서 고기를 잃어버린 집으로 가서 불을 빌림
魯魚[노어] : 魯[노]자와 魚[어]자가 틀리기 쉬운 데서 글씨의 誤謬[오류]를 이르는 말.
三千[삼천] : 禮儀三百[예의삼백]威儀三千[위의삼천], 예절의식 삼백이오 의례는 삼천가지니라.中庸[중용]27장.
貫穿[관천] : 꿰뚫는다는 뜻으로 학문에 널리 통함.
西厓先生文集卷之一[서애선생문집1권] 詩[시]
柳成龍[유성룡, 1542-1607] : 자는 而見[이현], 호는 西厓[서애]. 의성 출생.
李滉[이황]의 문인. 金誠一[김성일]과 동문수학.
저서로 西厓集[서애집], 懲毖錄[징비록]외 다수가 있다.
21세에 별시문과 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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