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봄

遊智異山[유지리산]

돌지둥[宋錫周] 2023. 3. 18. 13:28

遊智異山[유지리산]  李仁老[이인로]

지리산 유람.

 

頭流山逈暮雲低[두류산형모운저] : 두류산 뛰어나고 낮은 구름이 저무는데

萬壑千巖似會稽[만학천암사회계] : 일만 골짜기 많은 벼랑은 회계와 같구나.

策杖欲尋靑鶴洞[책장욕심청학동] : 지팡이를 짚고서 청학동을 찾으려 하니

隔林空聽白猿啼[격림공청백원제 : 막힌 숲에 헛되이 흰 원숭이 울음 들리네.

樓臺縹渺三山遠[누대표묘삼산원] : 누각과 대는 어렴풋하고 삼산산은 먼데

苔蘚依俙四字題[태선의희사자제] : 이끼 우거져 네 글자 쓴 글 어슴프레하네.

始問仙源何處是[시문선원허처시] : 먼저 무릉도원 무릇 어느 곳인지 물으니

落花流水使人迷[낙화류수사인미] : 꽃 떨어져 흐르는 물이 사람을 유혹하네.

 

頭流山[두류산] : 智異山[지리산]을 달리 이르는 말. "流[류]"留[류]"로도 쓴다. 

    다른 이름으로 方丈山[방장산] 또는 南嶽[남악]이라 부른다.

會稽[회계] : 중국 浙江省[절강성] 紹興[소흥] 남동쪽에 있는 명산.

   오왕 夫差[부차]가 월왕 勾踐[구천]包圍[포위]한 곳.

靑鶴洞[청학동] : 예로부터 전하여 오는 道人[도인]들의 理想鄕[이상향].

   경치가 아름답고 청학이 서식한다고 하는데, 지리산 속에 있다고 하며,

   오늘날의 청학동은 경상남도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 鶴洞[학동]에 있다.

縹渺[표묘] : 끝없이 넓거나 멀어서 있는지 없는지 알수 없을 만큼 어렴풋함.

三山[삼산] : 삼신산.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을 아울러 이르는 말.

   

 

1170년대 이인로의 고전수필, 靑鶴洞[청학동] 

破閑集[파한집]에서 인용


백두산에서부터 시작하여,

꽃봉오리와 꽃받침처럼 잘 어우러진

봉우리와 골짜기가 면면이 이어져 내려오다,

帶方郡[대방군]에 이르러서 수천 리에 서리어 맺혔다.

이 산 주위에 10여 고을이 있는데,

한 달 이상 걸려야 그 주위를 다 구경할 수 있다.

노인들이 전하는 말에 이 산 속에 청학동이 있는데,

길이 매우 좁아 사람이 겨우 통행할 수 있다.

구부리고 엎드려 몇 리쯤 가면 넓게 트인 동네가 나타나는데,

사방이 모두 좋은 농토다.

토질이 비옥하여 곡식을 심기에 알맞다.

푸른 靑鶴[청학]만이 그 안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청학동이라고 이름하였다.

대체로 옛날 세상을 피한 사람들이 살던 곳인데,

무너진 담장과 집터가 아직 가시덤불 속에 남아 있다고 한다.

예전에 나의 집안의 堂兄 崔相國[당형 최상국]과 영원히 함께 속세를 떠날 뜻이 있어서,

우리는 서로 이 곳을 찾기로 약속하였다.

살림살이를 담은 대고리짝을 두세 마리 소에 싣고 들어가면

속세와 멀어질 수 있으리라 여겼다.
드디어 화엄사에서 출발하여 화개현에 이르러 신흥사에서 묵었다. 

지나는 곳마다 선경 아닌 곳이 없었으며,

천만 봉우리와 골짜기가 다투듯 빼어나고 다투어 흘러내렸다. 

대울타리 안의 초가집이 복사꽃 살구꽃에 보일 듯 말 듯하니,

자못 인간 세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른바 청학동은 끝내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바위에 남기고 돌아왔다 .

위 한시 참조

 

어제 書樓[서루]에서 우연히 五柳先生集[오류선생집]을 훑어 보다가

桃源記[도원기]가 있기에 이것을 반복해 보았다.

秦[진]나라 때 난리를 피해 처자를 거느리고

그윽하고 깊어 궁벽진 곳을 찾았는데 산이 둘렸고

시내가 거듭 흘러 樵童[초동]도 갈 수 없는 험한 곳을 찾아 살았다 한다.

晋의 太元[태원] 연간에 어떤 어부가 다행히 한 번 그 곳을 찾았으나

그 다음엔 길을 잃어 그 곳을 다시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후세에 이것을 그림으로 그리고 노래와 시로 전하여

桃源[도원]으로써 仙界[선계]라고 하고

장생불사하는 신선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하였으나

아마도 그 기록을 잘못 읽었기 때문일 것이니

사실은 저 청학동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어떻게 劉子驥[유자기]와 같은 고상한 선비를 만나서

나도 그 곳을 한 번 찾아가 볼 것인가.

 

劉子驥[유자기] : 진의 남양 사람으로 물욕을 떠나 산수를 즐기며 은일함.

 

東文選卷之十三[동문선13권] 七言律詩[칠언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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