贈內子[증내자] 白居易[백거이]
白髮方興嘆[백발방흥탄] : 흰 머리털 한창 늘어남에 한숨지으니
靑娥亦伴愁[청아역반수] : 젊은 아내 또한 짝하여 시름겨워하네.
寒衣補燈下[한의보등하] : 겨울 옷을 등불 아래에서 꿰매는 사이
小女戱床頭[소녀희상두] : 어린 딸애는 침상 머리에서 놀이하네.
闇澹屛幃故[암담병휘고] : 어둡고 조용한 병풍 휘장 오래 되었고
凄凉枕席秋[처량침석추] : 차고 서늘한 베개와 자리 추상같구나.
貧中有等級[빈중유등급] : 가난함 가운데에도 등급이 있나니
猶勝嫁黔婁[유승가검루] : 오히려 검루에게 시집감 보단 나으리.
方興[방흥] : 한창 흥함.
黔婁[검루] : 춘추 시대 제 나라 사람으로, 청절을 지키면서 벼슬하지 않았는데
魯[노] 나라 襄公[양공]과 제 나라 威王[위]이 모두 정승으로 삼으려 하였으나
나가지 않았다. 그가 죽었을 때 에는 시체를 덮을 포대기 하나 없었다고 한다.
高士傳[고사전] 黔婁先生[검루선생].
白居易[백거이 : 772-846]
정쟁에 말려 남쪽 江州[강주]로 좌천된 후
의기소침해진 아내를 애써 위로하려
농담처럼 건넨 말인지도 모르겠다.
‘어두컴컴하고 처량한’
집안 풍경을 그렸지만
조바심이나 불평의 낌새는 없다.
가난에도 등급이 있다는
과장된 변명은
스스로를 다독이는
위안의 목소리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