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

蔡尙書伯䂓樊里山庄[채상서백규번리산장]

돌지둥[宋錫周] 2023. 6. 18. 18:36

蔡尙書伯䂓樊里山庄[채상서백규번리산장]

呼韻共賦[호운공부]  李獻慶[이헌경]

채상서 백규의 번리 산장에서 운을 부르기에 함께 짓다.

 

貌態魁奇似古松[모태괴기사고송] : 얼굴 모습 남보다 뛰어나 오래된 소나무 같고

呀然一笑翠嵐重[아연일소취람중] : 입 벌려 잠시 웃으니 푸른 산 바람 거듭하네.

差殊玉筍班中見[차수옥순반중현] : 기이하게 뛰어나 옥순반 가운데서 만났으니

眞合金華石上逢[진합금화석상봉] : 진실된 만남은 금화산 석실에 올라 맞이했네.

樓閱暉陰高出樹[누열회음고출수] : 빛나며 그늘진 망루 보니 올라온 나무는 높고

境要明濶遠開峯[경요명활원개봉] : 밝고 넓은 경계를 얻으니 먼 봉우리가 열리네.

倘敎兩老康無疾[당교량로강무질] : 멋대로 익힌 두 늙은이 병도 없이 건강하려면

鎭向溪山並舃筇[진향계산병석공] : 항상 지팡이 신발 짝하여 시냇가 산에 향하네.

 

魁奇[괴기] : 남보다 뛰어나고 기이함.

玉筍班[옥순반] : 英材[영재]들이 늘어서 있는 줄. 곧 옥당의 관원이 되는 일.

  玉筍班列[옥순반열]로 뛰어난 인재들이 모인 조정을 말함.

金華石[금화석] : 金華石室[금화석실], 赤松子[적송자]라는 신선이

   金華山[금화산] 石室[석실] 속에서 신선이 되어 500년을 살았다 함.

 

 

 

又疊[우첩] : 또 거듭하다.

要隔人塵養萬松[요격인진양만송] : 협박하는 세속 사람 막고 많은 소나무 기르니

山如肺腑亦千重[상여폐부역천중] : 산과 같은 마음의 깊은 속 또한 여러 겹이구나.

嶺頭急瀑紛紛落[영두급폭분분락] : 고개 꼭대기 급한 폭포는 어지러이 떨어지고

林裏幽花往往逢[임리유화왕왕봉] : 수풀 가운데 그윽한 꽃들을 이따금 만나보네.

經世餘籌粧別界[경세여주장별계] : 세상 다스리다 남은 꾀로 특별한 세상 꾸미고

演綸高手畫前峯[연륜고수화전봉] : 임금의 어록 뛰어난 솜씨로 앞 봉우리 그리네.

徵書入谷尋難得[징서입곡심난득] : 부르는 글 골짜기 들지만 찾기 어려움 깨닫고

何處雲隨一瘦筇[하처운수이수공] : 어느 곳에서 구름 따르는 가는 지팡이 같구나.

 

肺腑[폐부] : 肺臟[폐장], 마음의 깊은 속, 요긴한 곳.

演綸[연륜] : 국가에서 행한 의식이나 사건을 마무리 짓고서 왕이 내린 글을 수록한 어제. 윤록.

徵書[징서] : 조정에서 벼슬하라고 부르는 글. 

 

 

 

又疊[우첩]

翁如衰颯雪中松[옹여쇠삽설중송] : 늙은이 쇠하여 시들은 눈 속의 소나무와 같은데

剛被愁圍繞幾重[강피수위요기중] : 시름 에워싸 억세게 더하며 몇 겹으로 둘러쌌네.

靑野曠懷聊暫出[청야광회료잠출] : 푸른 들판을 포용하는 마음 멋대로 잠시 나가서

黃冠携手忽相逢[황관휴수상홀봉] : 누런 관을 손에 들고서 갑자기 서로 맞이하였네.

洗顔適有淸泠水[세안적유청랭수] : 얼굴을 씻고 안일하게 있으니 떨어지는 물 맑고

矯首仍看縹緲峯[교수잉간표묘봉] : 머리 들어 거듭 바라보니 봉우리는 어렴풋하구나.

山好可無留後約[산호가무류후약] : 산이 좋아도 허락치 않으니 뒷날 약속 기다려며

花時楓節更飛筇[화시단절갱비공] : 꽃피는 계절과 단풍 철 다시 지팡이에 오르리라.

 

黃冠[황관] : 풀로 만든 평민의 관, 벼슬 못한 사람, 도사의 관, 도사.

 

艮翁先生文集卷之六[간옹선생문집6권] 詩[시] 七言律詩[칠언률시]

李獻慶[이헌경,1719-1791] : 자는 夢瑞[몽서], 호는 艮翁[간옹]

  영정조시대 4대 문장가. 동국문장으로 불림, 동부승지, 참찬관, 대사간 등을 역임한 문신. 학자.

 

수련과 함련에서는 명덕동에 은거한 채제공의 모습을 고송에 비유하였다.

몸은 비록 수척하지만 쩌렁쩌렁한 웃음소리는 이내를 흔들 만큼 호탕하다. 

조정 관료로서 경건하고 엄숙했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니,

은거하여 초탈하면서 소박한 모습이야말로 채제공의 본래 면목이라는 의미이다.

경련에서는 누각 맞은편 산을 바라보는 모습을 포착하였는데,

그 의취는 도연명의 ‘悠然見南山(유연견남산)’에서 가져온 듯하다.

같은 제목의 셋째 수를 보면, ‘얼굴 씻으려는데 마침 맑은 물이 있고

그대로 고개 들어 아스라한 산을 보노라.’라고 하였는데,

이 또한 도연명의 의취를 응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미련은 채제공의 ‘그대 머리 나의 수염 다 하얗게 세었으니,

그림 같은 이곳에서 둘이 함께 소요하세.’라는 구절에 화답한 부분으로

두 사람 간의 교유를 잘 드러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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