絶命詩[절명시] 黃玹[황현]
절명시 4수.
亂離滾到白頭年[난리곤도백두년] : 난리가 세차게 흘러 이르러 하얀 머리의 나이에
幾合捐生却未然[기합연생각미연] : 몇 번이나 죽어야 했지만 도리어 그러지 못했네.
今日眞成無可奈[금일진성무가내] : 오늘에야 거짓 없이 참으로 어찌 할 수 없었으니
輝輝風燭照蒼天[휘휘풍촉조창천] : 불빛 빛나는 바람 앞 촛불이 파란 하늘을 비추네.
亂離[난리] : 전쟁 재해 등으로 세상이 소란하고 질사가 어지러운 상태.
捐生[연생] : 捐命[연명], 산 목숨을 버림.
未然[미연] : 아직 정하여지지 아니함.
妖氛晻翳帝星移[요분암례제성이] : 불길한 기운 어두운 그늘에 황제의 별 옮겨 가니
九闕沉沉晝漏遲[구궐침침주루지] : 침울하게 잠긴 아홉 대궐엔 한 낮 물시계 더디네.
詔勅從今無復有[조칙종금무부유] : 조칙 조서는 이제부터 다시 존재 할 수 없으리니
琳琅一紙淚千絲[임랑일지루천사] : 종이 한 장에 아름다운 옥 눈물이 천 줄기로구나.
鳥獸哀鳴海岳嚬[조수애명해악빈] : 새와 짐슬도 슬프게 울고 바다와 산악도 찡그리니
槿花世界已沉淪[근화세계이침륜] : 무궁화 꽃의 세상 경계는 잠기어 이미 망해 버렸네.
秋燈掩卷懷千古[추등엄권회천고] : 시름겨운 등불에 읽던 책 덮고 썩 먼 옛적 생각하니
難作人間識字人[난작인간식자인] : 인간 세상 글을 안다는 사람 노릇 참으로 어렵구나.
曾無支厦半椽功[증무지하반연공] : 일찌기 문간방 지탱하는 서까래의 공 반도 없으니
只是成仁不是忠[지시성인불시충] : 다만 이 어짊을 이룰뿐이니 무릇 충성은 아니라네.
止竟僅能追尹穀[지경근능추윤곡] : 가까스로 능히 윤곡을 따르고 도리어 끝나는 것을
當時愧不躡陳東[당시괴불섭진동] : 그 당시에 진동을 따르지 않은 것이 부끄럽구나.
成仁[성인] : 인을 이룸, 정의를 위하여 자기를 희생함.
국난을 당해 자결함으로써 지식인으로서의 도리는 다하였지만,
나라에 도움이 되는 충성을 한 것은 아니라는 뜻.
《論語[논어]》 〈衛靈公[위령공]〉에, “志士仁人[지사인인] 無求生以害仁[무구생이해인]
殺身以成仁[살신이성인] : 지사와 인인은 살기 위하여 인을 해친 경우는 없고,
목숨을 버려 인을 이룬 경우는 있다.” 하였다.
尹穀[윤곡] : 宋[송]나라 潭州[담주] 長沙[장사] 사람으로,
평소 강직하고 廉正[염정]한 것으로 명성이 있었다.
蒙古[몽고] 군대가 쳐들어와서 潭城[담성]을 포위하였을 때
막료로서 성을 방어하는 데 참여하였는데,
성이 함락될 위기에 처하자 처자에게 뒤따라 죽을 것을 명한 뒤,
집에 불을 지르고 그 속에 단정히 앉아 자결하였다. 《宋史 卷450 尹穀列傳[윤곡열전]》
陳東[진동] : 北宋[북송] 欽宗[흠종] 연간의 太學生[태학생]으로, 자는 少陽[소양].
당시 蔡京[채경] 등 6인이 司馬光[사마광] 등 舊法黨[구법당]을 철저하게 몰아내고
王安石[왕안석]의 신법을 다시 시행하는 등 전횡을 일삼자,
六賊[육적]으로 지목하여 규탄하는 상소를 올렸다.
또 金나라 군대가 침입해 왔을 때 대항을 주장했던 李綱[이강]이 파직되자,
태학생들을 이끌고 상소를 올려 그의 복직을 청하기도 하였다. 《宋史 卷455 陳東列傳[진동열전]》
황현 본인이 성균관에서 공부할 때 진동처럼 간신배들을 몰아낼 것을
극언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는 뜻.
梅泉集第一券[매천집1권] 詩○庚寅稿[시 경인고]
黃玹[황현 : 1855-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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