漂商行[표상행] 崔承太[최승태]
조선에 漂着[표착]한 중국 상인들의 이야기
丁未[정미] 1667
可憐漂海商[가련표해상] : 가련하이 바다에서 표류하는 상인
九十有五人[구십유오인] : 아흔에 다섯명의 사람들이 있었네.
自言泉漳客[자언천장객] : 스스로 천장의 나그네라 말하면서
生少居海濱[생소거해빈] : 어려서부터 바다 물가에 살았다네.
每憤中土裂[매분중토렬] : 매번 가운데 땅이 찢어져 분개하고
天步方艱屯[천버방간준] : 나라의 운명에 모두 어렵고 괴롭네.
販貨充軍儲[판화중군저] : 물건을 팔아 군영에 쌓아 채웠으니
徇國不爲貧[순국불위빈] : 나라 구함이지 가난 위함 아니었네.
五月辭鄕土[오월사향토] : 오월 달에 태어난 곳을 사퇴하고서
遙向日東垠[요향일동은] : 아득한 동쪽 일본 지경으로 향했네.
張帆拂烟瘴[장범불연장] : 돛을 넓혀 안개와 장기 기운 떨치고
捩柁淩波臣[열타릉파신] : 방향 키 비틀어 물속 신을 넘어갔네.
層飈激陽侯[층표격양후] : 높은 광풍에 파도의 신 격렬하였고
驚濤噴嶙峋[경도분린순] : 놀란 물결은 높고 깊숙히 뿜어냈네.
日月蕩洶湧[일월탕흉용] : 해와 달은 세찬 물결에 허물어졌고
天地入渾淪[천지입혼륜] : 하늘과 땅은 혼돈 속에 들어갔구나.
危命寄一葉[위명기일엽] : 위태로운 목숨 잎사귀 하나에 붙어
萬死喪我神[만사상아신] : 목숨 건질 수 없어 나는 혼을 잃었네.
浮沉到此境[부침도차경] : 떴다 잠기었다 이 땅에 이르렀으니
永擬歸鄕隣[영의귀향린] : 멀리 고향 이웃에 돌아왔나 의심했네.
豈料免鯨鯢[기료면경예] : 어찌 생각했나 고래 밥을 면하자마자
復入犬羊倫[부입견양륜] : 다시 개와 양의 무리에게 들었구나.
昔日死爲懼[석일사위구] : 예전에는 죽게되는걸 두려워했는데
今日生苦辛[금일생고신] : 오늘 날엔 괴롭고 쓰라리게 산다네.
蹈海悔不死[도해회불사] : 바다 항해하다 죽지 못함 후회하고
苟活恥帝秦[구활치제진] : 구차히 살아 진나라 임금 부끄럽네.
人生抵險艱[인생저험간] : 인생을 외롭고 험한 곳에 몰아내니
懷抱向誰陳[회포향수진] : 마음속 회포를 누굴 향해 말을할까.
故鄕隔雲海[고향격운해] : 고향은 구름 덮인 바다에 막혀있고
擧目無六親[거목무륙친] : 눈을 들어봐도 친한 친척도 없구나.
北風吹朔雪[북풍취삭설] : 된 바람이 북쪽 땅의 눈에 불어오니
流淚濕行塵[유루습행진] : 흐르는 눈물이 길의 먼지를 적시네.
聞此感我心[문차감아심] : 이 말을 듣고 내 마음에 느낌이 있어
髮立衝冠巾[발립충관건] : 머리털 바로 서 갓과 두건을 찌르네.
皇朝三百年[황조삼백년] : 명나라 황제의 조정 삼 백년 동안
四海同王春[사해동왕춘] : 온 세상은 하나의 봄 정월이었다네.
孰非吾兄弟[숙비오형제] : 누가 나의 형과 아우가 아니겠는가
癢痾皆切身[양아개절신] : 가려움과 아픔 모두 몸에 절박하네.
况當死生際[황당사생제] : 하물며 죽고 사는 끝을 만나게되니
豈可徒嚬呻[기가도빈신] : 어찌 가히 헛되이 찡그려 읊조릴까.
雖非我殺汝[수비아살여] : 비록 내가 너를 죽인 것은 아니지만
計拙活窮鱗[계졸활궁린] : 궁한 물고기 살릴 계책 졸렬하구나.
上負神宗恩[상부신종은] : 위로는 신종황제의 은혜를 저버리고
下忘經理仁[하망경리인] : 아래로는 楊鎬[양호]의 어짊 잊었네.
楊碑不再讀[양비부재독] : 양호의 비를 다시 읽질 못하겠으니
媿汗發顔新[괴한발안신] : 부끄러운 땀 새로 얼굴에 드러나네.
泉漳[천장] : 泉州[천주]와 漳州[장주], 중국 복건성 동남쪽 해안에 있는 항구.
天步[천보] : 한 나라의 운명.
波臣[파신] : 水族[수족, 물속에 사는 동물]. 어류의 수중세계에
군신의 관계가 있는 것으로 상정하여 말한 것.
강과 바다에 사는 수족들도 역시 임금과 신하가 있다고 생각.
후대에는 물에 빠져 죽은 자를 뜻하는 말로 쓰임.
陽侯[양후] : 海神[해신], 또는 波濤神[파도신], 바다의 큰 물결을 이르는 말.
晉[진]나라의 陵陽國侯[능양국후]가 익사한 뒤에 해신이 되어
풍파를 일으켜 배를 뒤집어엎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洶湧[흉용] : 물결이 매우 세차게 일어남. 또는 물이 힘차게 솟아 남.
萬死[만사] : 아무리하여도 목숨을 건질 수 없음.
鯨鯢[경예] : 고래의 수컷과 암컷, 고래.
犬羊[견양] : 개와 양, 하잖은 것의 비유.
蹈海[도해] : 바다 가운데 몸을 달군다, 고결한 절조, 위험을 무릎쓰고 바다를 항해함.
帝秦[제진] : 秦[진] 나라를 황제로 섬기는 일.
魯仲連[노중련]은 전국 시대 齊[제] 나라의 辯士[변사]인데 高節[고절]의 선비로서,
魏[위] 나라 新垣衍[신원연]이 "진 나라를 황제로 섬기자."고 하자,
중련은 "의리상 황제로 섬길 수 없다."고 하였다.
六親[육친] : 부, 모, 형, 제, 처, 자.
朔雪[삭설] : 북쪽 땅의 눈.
王春[왕춘] : 음력 正月[정월]의 다른 이름.
공자가 春秋[춘추]를 편찬할 때 周[주]나라 왕실을 높이고
大一統[대일통]의 사상을 표시하기 위해 魯[노]나라 隱公[은공] 元年[원년] 條[조]에
‘春王正月[춘왕정월]’이라고 쓴 것을 말한다. 이것은 은공의 원년은 곧
주나라 천자의 春正月[춘정월]이 된다는 뜻으로 주 나라를 높인 것이라 한다.
窮鱗[궁린] : 위급한 상황에서 구원을 요청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
莊子[장자] 外物[외물] 편에, 수레바퀴로 패인 웅덩이 속에서 헐떡이며
물을 조금이라도 부어 달라고 애원하는 붕어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神宗[신종] : 명나라 14대 왕, 임진왜란 때 구원병을 보내줌.
經理[경리] : 정유재란 때 원군을 거느리고 온 명나라 장수
楊鎬[양호]의 직책이 經理朝鮮軍務[경리조선군무]였다.
楊碑[양비] : 楊鎬去思碑[양호거사비], 명나라 장수 楊鎬[양호]를 기리는 비석.
현재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명지대학교 교정에 있다.
‘欽差經理朝鮮都御使楊公去思碑[흠차경리조선도어사양공거사비] :
조선 백성이 그의 떠남을 막았으나 머무르게 할 길 없어 눈물을 흘리며 비를 세운다.’
원래는 2기였는데 한 기는 사라지고 남은 한 기마저
여기저기 옮겨 다니다가 지금은 명지대학교 교정에 있다고 한다.
崇禎[숭정] 갑신년(1644년, 인조 22) 명나라가 멸망한 후,
명나라의 유민이 우리나라로 망명해 온 사람들이 많았다네요.
조선 조정에서는 임진왜란의 도움을 잊지 말자는 여론이
우세하긴 했으나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국력으로는
청나라를 응징하기에는 역부족이었겠지요.
그런데도 명나라 연호를 계속 사용하며,
명 황실에 대한 제를 올리면서 최대한의 의리를 지키고자 했습니다.
한편으론 명나라 유민(황조인/한족)에 대한 예우를
극진히 하라는 왕명이 조선말기까지 조선왕조실록이나,
일성록 등 곳곳에서 언급되고 있습니다.
丁未年[정미년, 1667년] 5월 23일 제주도에,
중국 福建省복건성] 泉州府[천주부]의 官商[관상, 국영상업]인이자
명 황제 조정의 유민이었던 林寅觀[임인관], 진득, 증승 등 95명이
제주도에 표류하다가 도착하였다.
당시 조정에서는 그들이 표류해 온 일이 청나라에 누설될까 두려워
그들을 포박하여 청나라로 압송했습니다.
조선 정부에서는 그해 10월 4일 燕京[연경]으로 강제호송을 결정하고
송환하였지만 이들은 연경에 압송 후 모두 처형되었다고 합니다.
이 일에 대해 송시열은 "천주ㆍ장주 사람의 일을 생각하면 눈물이 쏟아진다."라고
개탄한 바 있습니다. 宋子大全[송자대전] 附錄 卷5 年譜4[부록 5권 연보 4]
雪蕉遺稿[설초유고] 五言古詩[5언고시]
崔承太[최승태, 1632-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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